아브락사스라는 이름도 밴드명으로는 – 흔치는 않더라도 – 간혹 보이는 편인데, 내가 아는 한도에서 그래도 멀쩡한 음악을 했던 사례는 이 밴드와 폴란드 네오프로그 밴드 정도였던 것 같다. 저 네오프로그 밴드도 은근히 메탈릭한 면모를 자주 보여줬던 걸 보면 메탈 밴드 이름으로 나쁘지 않을 듯도 한데 저 영지주의스러운 용어가 메탈 밴드의 이미지에는 그닥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각설하고.

이 밴드도 나보다는 훨씬 좋게 들은 사람이 많았는지 활동 접은 지 20년도 넘은 밴드의 데모 2장(1988년의 “Shattered by a Terrible Prediction”과 1991년의 “Signs”)을 묶어서 이렇게 재발매됐는데, 첫 정규작인 “The Liaison”은 1993년에 나왔지만 이미 1988년부터 데모를 냈던 밴드인지라 음악은 우리가 알고 있는 Abraxas의 음악보다 좀 더 파워메탈의 전형에 가깝다. 정규작이 파워메탈이긴 하지만 사실 Fates Warning의 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프로그레시브함이 있는 음악이었다면 데모는 그보다는 좀 더 Helloween(특히 “Walls of Jericho”)나 Heaven’s Gate 같은 밴드들을 떠올리게 하는 데가 있다. Iron Maiden 스피드업 버전이랄 데도 있겠다.

그래도 듣기에는 확실히 좀 더 원숙해 보이는 “Signs” 데모가 더 나아 보인다. 첫 데모보다 확실히 USPM의 그림자가 느껴지면서 좀 더 극적인 구성을 보여주기도 하고, 몇몇 곡에서는 소시적 Crimson Glory의 모습도 보여주는 데가 있다(특히 ‘Stolen Memories’). 이 앨범 두 장 내고 망해버린 밴드를 굳이 왜 끄집어냈는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즐겁게 들었다.

[Golden Core,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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