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얘기가 나온 김에 간만에 폴란드 Abraxas도 한 번. 사실 폴란드 프로그레시브 ‘메탈’은 Riverside 이후 꽤 많이 알려진 편이지만, 폴란드 프로그레시브 록은 그보다는 확실히 빛을 좀 덜 본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Quidam이나 Satellite, SBB 같은 사례들을 제외하면 딱히 돈값했다는 기억이 있는 이름들도 나로서는 별로 없다. 그럼에도 이 밴드는 정규반을 다 갖고 있는데, 일단 몇 장 안 되는데다 국내에 수입도 잘 됐으므로 모으기 좀 더 편했기 때문일 것이다. 프로그레시브라지만 데뷔작을 제외하면 전부 Metal Mind에서 나왔기 때문에 뭘 모르는 메탈헤드가 혹하기도 더 좋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비교적 더 알려진 한 장을 꼽는다면 1999년의 이 앨범일 텐데, Metal Mind에서 나오다 못해 레이블 사장님(알고 보면 Metal Hammer 폴란드판 편집자라고 한다)이 직접 프로듀스를 맡아서인지 밴드의 앨범들 중 가장 메탈적이다. 물론 이 밴드는 데뷔작 때부터 메탈의 기운이 없지는 않았는데, Marillion풍 네오프로그 중간에 갑자기 후끈한 연주를 선보이던 데뷔작에서 좀 더 어둡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서 이 앨범에서 나름 새로운 스타일의 정점을 이뤘다고 할 수 있겠다. ‘14.06.1999’나 ‘Spowiedź’ 같은 곡은 데뷔작이었다면 나올 수 없었을 헤비한 곡이고, 어지간한 프로그레시브 메탈 앨범에 실려도 좋을 정도의 묵직함을 보여준다.
그래도 이 밴드의 강점은 적당한 몽롱함을 동반하는 낭만일 것이다. Peter Hammill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Adam Lassa의 보컬과 “Wish You Were Here”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전개를 보여주는 ‘Anatema, Czyli Moje Obsesja’는 꽤 자주 찾아 들었다. 헤비하다 못해 이런 곡에서도 헤비함을 내세우곤 하는 모습이 가끔은 뭔가 싶긴 하지만 그래도 이 앨범을 처음 접했을 때면 헤비함은 응당 미덕이었다. 이래저래 좋은 추억이 묻어난다.
[Metal Mind,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