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Nick은 이름답게 미국 블랙메탈 밴드이고, 기본적으로 거칠고 심플한 전개의 raw-black에 던전 신스풍의 건반을 얹어낸 류의 음악을 연주한다…고 할 수 있지만, 애초에 밴드명부터 이렇게 삐딱한 밴드가 평범한 스타일을 연주하길 기대하긴 어렵겠다. 키보드는 조금만 더 뿅뿅댄다면 칩튠에 들어가도 어울릴 정도의 연주를 보여주고, 거칠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밝고’,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멜로디(아마도 예전에 했던 콘솔 비디오게임이나 미국 민요 같은 게 아닐까?)를 연주하는 리프를 듣다 보면 뭐야 이건 소리가 나오기에 이른다. 말하자면 좀 더 멀쩡해 보이고 불온하기보다는 유머러스한 음악을 연주하는 Impaled Northernmoon Forest 같은 밴드라고 할까? 내놓고 블랙메탈의 다양한 소재들을 조롱했던 Impaled Northernmoon Forest보다는 그래도 더 ‘온건한’ 류의 유머를 다루는 Old Nick 쪽이 소위 골수 메탈헤드들에게는 더 나아 보일지도 모르겠다.

나야 이 앨범으로 Old Nick을 처음 접하지만 이런 식으로 음악 만드는 밴드이다 보니 정말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곡이 나오는 데까지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는 모양이다. metal-archives에 의하면 2020년 한 해에만 EP 7장과 정규반 2장, 스플릿 2장, 컴필레이션 3장, 박스세트 3개를 내놓는 미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데(뭐하는 인간들이냐 진짜), 어찌 생각하면 퀄리티와 상관없이 정말 취미로(만) 음악 만드는 골방 블랙메탈러의 전형이랄 수 있겠으나 앨범을 돈주고 산 입장에서 할 말인지 애매하니 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Witch Lymph”와 “Flying Ointment”는 그 중에서도 밴드가 맨 처음 내놓은 두 장의 EP인데, “Witch Lymph”가 2020.4.9에, “Flying Ointment”가 2020.4.14에 나왔으므로 뭐 그냥 같이 나온 거나 마찬가지다 싶었는지 두 장을 묶어서 CD화하여 팔고 있다. 그래도 5일 먼저 나와서 그런 건지 “Witch Lymph”가 좀 더 건조하고 거친 스타일인데, ‘Infallibld Order of Profane Wizardry’ 도입부의 좀 멀쩡한 리프를 듣고 ‘어?’ 하다가도 곧 등장하는 싼티의 극에 달한 키보드(라 하기도 뭣한 효과음) 소리를 들으면 어느새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는 본인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Flying Ointment”가 좀 더 멀쩡하단 의미는 아니다. 밴드의 대표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는 ‘Vampyric Candle’의 뭔가 유치하지만 그럴듯하던 도입부가 곧 칩튠으로 변신하는 모습이나 ‘Broomstick Shrouded’의 칩튠을 넘어선 엄청난 도입부를 듣고 있자면(그 와중에 리프는 또 되게 멀쩡함) 세상은 참 넓기도 하다는 진리를 새삼 실감할 수 있다.

그래도 ‘Cacophonous Mandrake Horde’ 같은 곡을 들으면 이 분들이 정말 음악 못해서 개그로만 승부하는 건 아니라는 게 엿보인다. 이런 밴드가 중간에 정말 멀쩡하게 한 장 만들어서 내놓는다면 그게 진짜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솔직히 앞으로 계속 찾아보게 될 이름 같다.

[Grime Stone,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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