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ven은 흔히 Black Sabbath와 함께 언급되곤 하는 밴드들 중 하나인데, 보통 같이 얘기가 나오는 Black Widow나 Black Sabbath가 어쨌든 하드록/헤비메탈 밴드였다면(사실 하드록이라기보다는 그냥 헤비 프로그라고 하는 게 나을지도) 다루는 소재가 비슷해 보였을 뿐 그와는 좀 궤가 다른 밴드였다. 하드록의 기운이 아예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그건 1969년이라는 시절의 탓일 것이고, 저 하드록/헤비메탈에 비해서 굳이 비교하면 Jefferson Airplane과 닮은 구석이 있는 사이키델릭 밴드를 Black Sabbath의 팬들이 찾아듣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어쨌든 이 밴드의 ‘사탄’ 컨셉트는 진심이었는지는 차치하고 꽤 앞선 선택이었다. Black Sabbath의 데뷔작이 녹음되고 있던 1969년 Coven은 이미 이 데뷔작을 내놓았고, Ozzy와 상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밴드의 베이시스트의 이름은 Oz Osbourne이었으며, 앨범의 첫 곡은 하필 ‘Black Sabbath’였다. 당연히 밴드를 둘러싼 트리비아들은 끊이질 않았고, Anton LaVey도 Coven이 Church of Satan의 인하우스 밴드마냥 활동했었다고 (정작 밴드 본인들은 원하지 않았을 것 같은)지원사격을 날렸다. Black Sabbath 본인들은 물론 Coven과 Oz Osbroune, 이들의 ‘Black Sabbath’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말해 왔지만 이 쯤 되면 우연이라고 치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Lester Bangs는 Black Sabbath를 두고 ‘Coven에 대한 잉글랜드의 대답’이라 했다더라.
하지만 Mercury에서 앨범이 나왔을 뿐(사실 정말 신기한 건 여기서 이 앨범이 나왔다는 사실일지 모른다) Coven의 데뷔작은 굳이 잉글랜드에서 대답을 보내기에는 너무 망했고, 다시 들어 보아도 적당히 스푸키한 분위기와 때로는 재즈적인 어프로치도 보여주는 준수한 기타, 가끔은 Grace Slick을 생각나게 하는 여성보컬 정도를 제외하면 이 음악에서 얼마나 특별한 구석을 찾아낼 수 있을까 싶다. ‘Portrait’나 ‘White Witch of Rose Hall’ 같은 곡은 그래도 솔깃할 정도의 사이키함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솔직히 이 정도라면 굳이 헤비메탈의 역사를 공부하려는 이가 아닌 이상 굳이 찾아들을 필요는 없을지도.
[Mercury, 1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