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ackie Lawless가 한창 시절 이미지에 비해서 훨씬 스마트한 인물이란 거야 이미 꽤 알려져 있지만 Dee Snider가 Blackie Lawless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 못지않게 개차반 이미지를 가졌으면서도 그저 생각없는 로큰롤러가 아니라는 점은 생각보다 알려지지 않았다. 하긴 PMRC 청문회에 나가서 할 말 다 하면서 PMRC 라벨이 없애야 할 앨범이 아니라 멋진 앨범에 붙는 것처럼 이미지를 바꿔놓는 데는 Dee Snider의 공이 없다고는 못할거다. 그럼 왜 그런 이미지를 사람들이 알아주질 않는가? 모르긴 몰라도 Twisted Sister 말고는 본업에서 딱히 눈에 띄는 행보가 별로 없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각설하고.
어쨌든 2000년 이후에야 내놓는 솔로작들은 차치하고 80년대에 Twisted Sister를 제외하고 Dee Snider의 가장 의미있는 음악적 행보는 이 밴드를 꾸려낸 게 아닌가 싶다(허나 다른 걸 들어보질 못해서 장담할 순 없음). 잘 알려진 마초 호소인…인 Dee Snider지만,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여성 록 밴드를 찾아보기 어려운 시절 두 자매를 중심으로 밴드를 꾸린 걸 보면 Snider가 나름 열린 눈을 가졌겠구나 생각도 들고, Gina Stile은 훗날 힘든 시간 속에서도 살아남은 Vixen의 기타로 발탁되기도 한 걸 보면 나름 사람 보는 눈도 있었구나 싶기도 하다. 물론 90년대 후반에 Vixen의 멤버였다는 게 살림살이에는 아무 도움도 안 됐을테니 큰 의미있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그러니 남는 건 이 한 장 뿐인 앨범이고, Twsited Sister만큼의 하드함은 없는 이제 와서 굳이 장르를 따진다면 멜로딕 AOR 정도일 이 음악은 생각보다 준수한 만듦새를 보여준다. 이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준수한 보컬과 멜로디 깔끔하게 뽑아줄 수 있는 기타라고 한다면 핵심은 모두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Wait On You’나 ‘Heartache’ 같은 곡은 테크니컬한 맛을 좀 덜어낸 Vixen이래도 이상치 않아 보인다. 조금만 더 하드했다면 이 앨범을 한 장 내고 망했지만 기억할 만한 그 시절 헤어메탈 hidden gem으로 언급하는 이들도 더 많았을 것이다. 하긴 지금 보면 저 커버도 Poison 좀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나?
[Atco, 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