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출신 war-metal 밴드의 데뷔 EP라고 대개 소개되고 있는 듯하고 ‘Chaos Insignia’ 라는 이름이 눈에 박히는 이가 있다면 아마도 Antichrist Siege Machine의 그 곡을 기억하는 경우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므로 이 EP에서 Blasphemy나 Revenge 풍의 음악을 기대하는 게 당연해 보인다. 저 커버가 과연 그런 음악 스타일에 어울리느냐 하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저 Blasphemy의 앨범들도 커버와 어울리느냐 묻는다면 고개를 갸웃거릴 만하니 의심은 이쯤에서 거두고 음악 얘기를 하자.

그런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음악은 블랙메탈의 기운이 살짝 깃들긴 했으나 전형적인 데스메탈에 가깝다. 전쟁과 무관하지 않다지만 war-metal이 아니라 Bolt Thrower 식으로 전쟁 얘기를 하는 데스메탈이랄까? 중간중간 꽤 격렬한 솔로잉을 보여주긴 하지만 극적 구성 같은 건 신경쓰지 않고 일관되게 건조하고 밀어붙이는 템포의 전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굳이 유사점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EP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Altar Machine’은 확연히 다이내믹한 구성을 보여주는지라 이 밴드의 정규반이 나오게 된다면 더 이상 war-metal 얘기는 나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정도 음악에 저런 광고문구를 붙였다면 사기이거나 또는 레이블의 무지의 결과일 것인데, 이 앨범은 war-metal이라고 해서 무슨 이익을 볼 것 같진 않으므로 아마 후자의 경우가 아닐까 싶다.

덕분에 사실 저 ‘Altar Machine’을 제외하고는 격렬함 말고는 딱히 내세울 게 있나 싶은 데스메탈인데, 그래도 이 정도면 나름 웰메이드 소리를 해 줄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애초에 20분 남짓한 러닝타임이므로 전반적으로 곡들이 비슷한들 지겹다 할 정도까지는 또 아닐 것이다. 요새 이 레이블에서 나오는 데스메탈들은 대개 귀에 들어오는 편이니 관심있는 분들은 한 번쯤 기회를 줘봐도 좋을지도.

[Iconoclasm Conquest,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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