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rion은 Ben Jones라는 영국 출신 뮤지션의 1인 프로그레시브 록 프로젝트라고 하고, 2023년부터 보여준 솔로 활동으로 이런저런 프로그 웹진에서 이름을 비춘 바는 있으나 나로서는 처음 들어본다. 뭔가 벤 존슨(88올림픽 때 약물 걸리신 그 분) 생각나는 음악 잘 못할 것 같은 이름도 그렇고, 아무래도 이렇게 모든 파트의 연주를 혼자서 하는 프로젝트들의 경우 송라이팅은 차치하더라도 연주나 이런저런 만듦새에서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프로젝트의 이름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던 것은 정작 음악은 들어보지 못했던 작년의 “The Lightbringers” 커버 때문일 듯싶다. Ben Jones가 누구길래 Hugh Syme이 커버를 만들어 주나? 뭐 그만큼 쌈짓돈을 안겨드렸을지도 모르지만 그랬을 거란 생각은 사실 들지 않는다. 각설하고.
그렇게 접한 Orion의 2025년작은 혼자 만든 작품이라기엔 많이 훌륭하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키보드를 쓰면서 좀 더 모던해지기 시작한 이후의 Rush이고, 그러면서도 적당히 공간감 있는 분위기에서는 Porcupine Tree의 모습도 느껴진다. 테크니컬하다기엔 좀 여유 있는 전개와 연주이지만 ‘Someday’ 같은 곡에서는 때로는 Tangent 같은 밴드를 연상할 정도로 살짝 뒤틀린 리프(이걸 두고 djent 스타일이라기엔 많이 과하긴 하겠지만)도 보여준다. 사실 가사는 Pain of Salvation 정도로 어두운 데가 있는지라 그보다는 연주가 좀 밝은 게 아닐까 싶지만 ‘Left Behind’ 같은 곡에서 느껴지는 네오프로그의 향기는 좀 더 어두운 분위기였다면 제대로 어울리기 어려워 보이기도 한다.
그러니까 Rush 후반기 스타일의 연주에 스페이스한 분위기를 더했지만 정작 곡은 Rush스럽지 않다고 할까? 그런 게 이 뮤지션의 개성이랄 수도 있겠다. 사실 이 정도면 개성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근래 들은 프로그 앨범들 중에서는 손꼽히는 수준이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앞으로 수집할 이름이 또 늘어났다.
[Self-financed,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