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Gathering 얘기 나온 김에 간만에 들어본다만 “Mandylion”으로 이 밴드를 처음 접한지라 Anneke가 없던 시절의 The Gathering이 엔간히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생각해 보면 밴드의 1, 2집이 나왔던 Foundation 2000은 90년대 초중반에 여성보컬을 앞세운 밴드의 앨범이 나올 만한 곳은 아무래도 아니었고, 빛나는 면을 보여주는 둠-데스를 연주했다지만 앨범을 낼 때마다 보컬이 바뀌는 행보는 훗날의 성공이야 어쨌든 밴드 초창기의 배고프고 불안정한 입지를 짐작케 한다. 말하고 보니 이 밴드가 어떤 고정적인 스타일을 유지한 적이 있긴 있었나 싶긴 하지만 어쨌든 밴드의 제일 배고픈 시절은 이 “Almost a Dance” 까지일 것이다.
그래도 이후의 스타일의 변화의 단초를 엿볼 수 있는 앨범이기는 분명하다. Foundation 2000의 발매작이라고 믿기 어려운 커버도 그렇고, 데뷔작을 주도했던 Bart Smits의 그로울링이 사라지고 Niels Duffhuës의 클린 보컬이 그 자리를 차지했으며, 한 장뿐이었지만 Orphanage에서 적잖은 존재감을 보여준 Martine van Loon을 여성 보컬리스트로 영입했다. 전작이 둠-데스 연주에 심포닉 프로그의 기운을 살짝 입힌 스타일이었다면 이젠 데스메탈의 기운은 더욱 옅어졌다. 가가멜 느낌까지 나는 Niels의 보컬만 아니었다면 분위기 퍽 잘 살린 둠-데스라고 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앨범에서 가장 잘 들어오는 곡이 어쿠스틱 발라드인 ‘Nobody Dares’라는 걸 보면 Niels의 영입은 밴드에게 그리 좋은 선택은 확실히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차라리 Niels 대신 새로운 보컬을 내세우고 연주를 좀 더 풍성하게 해서 다시 녹음하면 어떨까 되게 궁금한 앨범이기도 하다. 물론 메탈 졸업한 지 20년도 넘은 이 밴드가 그럴 일은 아마 없겠지만 궁금한 걸 어쩌겠나.
[Foundation 2000, 1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