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thering을 들었으니 Anneke의 솔로작을 듣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기에는 Anneke의 솔로작을 굳이 찾아들을 이들이 생각보다 많을 것 같지 않으므로 좀 애매하기 하다. 이미 둠-데스보다는 프로그레시브나 심포닉, 또는 좀 더 보컬이 중심에 가는 팝송에 관심이 많아 보이는 행보를 보여주었으니 굳이 Anneke 시절의 The Gathering의 팬이 이 음악을 찾아갈 이유까진 없었고, 저 프로그레시브/심포닉 테이스트는 Ayreon이나 Devin Townsend의 앨범을 통해서도 맛볼 수 있었으니 대체재가 생각보다 많았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소시적 The Gathering을 좋아했다고 말하는 메탈헤드라면 이런 행보가 꼭 맘에 들지만은 않을 가능성이 높겠다. ‘미녀와 야수풍 고딕메탈’의 전형같은 보컬은 아니었지만 장르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걸출한 보컬에 대한 아쉬움이랄 수도 있을 것이다.

뭐 그래도 나처럼 프로그 팬을 자처하는(잘 안다는 얘기는 아님) 메탈헤드에게는 이후의 Anneke의 모습도 나쁘지 않다. 사실 남성보컬과는 구별되는 여성보컬의 면모를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이만큼 파워풀한 보컬은 드문데다, 어찌 생각하면 종전보다 훨씬 보컬의 힘에 의존하는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으니 Anneke 본인으로서는 이쪽이 훨씬 만족스러울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런 면에서 Anneke의 커리어 중에서도 가장 본인의 취향과 보컬리스트로서의 기량을 잘 드러낸 한 장이라면 이 어쿠스틱 커버 모음집이 아닐까? 어쿠스틱 라이브이다 보니 사실 파워라는 면에서는 기대할 것 없겠지만 애초에 솔로작에서는 메탈과는 담 쌓은 스타일을 보여준 Anneke이므로 파워를 기대할 일은 없어 보이고, Ayreon이나 John Wetton의 커버야 충분히 예상가능한 범위지만(Arjen Lucassen과 John Wetton 본인이 직접 참여하고 있기도 하고)Alanis Morisette나 Damien Rice의 커버를 발견한 이들은 아마 꽤 당혹스러울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만큼 보컬 본연의 매력은 충만한 앨범이고, 충만하다 못해 화려한 게스트진이 이럴거면 굳이 참여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한 수준인만큼 Anneke의 팬이라면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Ayreon의 심포닉 프로그를 포크로 바꿔놓은 ‘Valley of the Queens’이 앨범의 백미… 인데, 생각해 보니 이건 원곡부터가 Anneke가 부른 곡인만큼 커버라고 하긴 좀 그렇겠구나.

[Agua Recording,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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