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블랙메탈계의 근면성실의 대명사 Lord Valtgryftåke의 또 다른 밴드. 이 분의 분주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음악 여정을 좀 살펴보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은 90년대풍 클래식 스타일 블랙메탈에 적당히 신서사이저를 곁들인 류의 음악을 밴드 이름만 바꿔가면서 계속 내고 있는지라 이 쯤 되면 굳이 밴드 새로 파가지고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지만, 만드는 분이 그렇게 하고 싶다는데 어쩌겠는가? 퀄리티를 떠나서 일단 저 근면함만큼은 생활인으로서 경의를 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각설하고.

그래도 어쨌든 무슨 이름으로 만들더라도 명반까진 아닐지언정 준작이라 부르기엔 부족함 없는 결과물을 항상 보여주는 분인지라 이 앨범도 나쁘지 않다. 굳이 다른 프로젝트들과 비교하자면 Darkthrone풍 리프에 던전 신스를 얹어놓은 듯한 다른 프로젝트들에 비해서 이 Ründgard가 좀 더 극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할 수 있겠다. 덕분에 다른 프로젝트들(특히 Lord Valtgryftåke나 Winterstorm)에 비해서는 좀 덜 노르웨이스럽고, pagan한 면모는 찾아볼 수 없지만 “Grom”까지의 Behemoth의 모습을 닮아 있는 데가 있다. ‘Descending from the Southern Skies’ 같은 곡이 이런 면모가 두드러지는 편인데, 정말 바이킹스러움만 조금 더해졌다면 소시적의 Satyricon 생각이 났을지도 모르겠다. 좋다는 얘기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영광의 이름들에 비할 정도까진 아니지만 즐겁게 들었다. 그렇지만 되게도 안 팔리는지 2021년에 100장 한정으로 찍었다는 앨범이 지금도 절찬리…에 팔리고 있으니 좀 안타깝다. 이 글을 보고 사는 사람은 아마 없겠지만 잘 팔렸으면 좋겠다.

[Signal Rex,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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