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Dying Bride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럼 이 30년만의 아시아투어에 불참했던 Aaron Stainthorpe는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가? 대충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니 Darkher나 Unto Ashes 같은 후배들 공연에 목소리를 빌려주기도 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현역인지라 High Parasite라는 밴드로 공연들을 다닌 모양이더라. My Dying Bride 투어 중에 이러고 있었으니 사이가 엔간히 틀어지기는 했나보다 짐작이 든다. 지금이라도 화해했으면 좋겠다는 게 팬심이지만 이 에고 강하실 분들이 그게 쉬울 리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그래서 언제 샀는지도 사실 기억 잘 안 나는 High Parasite의 앨범도 간만에 들어본다. 사실 멤버들의 면면을 보면 Aaron이 씬의 아직은 배고픈 후배들 모아다 본인의 크루너 보컬을 내세울 수 있는 가벼운 고딕 록/메탈 앨범을 만들었다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Greg Mackintosh를 프로듀서로 끌어들인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소시적의 과오처럼 돼버렸고 “Host” 같은 앨범은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One Second”는 그래도 꽤 괜찮았다고 생각하는 나 같은 이에게는 Aaron과 Greg이라는 이름만으로 이 앨범을 구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그래서인지 곡은 Aaron의 보컬이 얹힌 Paradise Lost풍 고쓰 메탈(이라기엔 많이 가볍지만)처럼 들리고, Aaron의 보컬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앨범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여성보컬과 앨범 전반에 깔려 있는 고쓰 파티의 분위기는 My Dying Bride의 진지함을 생각하면 많이 당혹스러울 것이다. ‘Wasn’t Human’의 사냥을 앞둔 뱀파이어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고 잠깐이지만 Buffy the Vampire Slayer 생각이 났다. 게다가 ‘We Break We Die’의 일렉트로닉 비트를 듣자면 아… Greg이 아직 “Host” 시절의 스타일을 포기하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밴드 본인들도 자신들의 음악을 ‘데스 팝’이라 부르고 있으니 그 정도의 기대로 듣기에는 흥겹고 좋아 보이지만, My Dying Bride 공연 갔다 와서 듣기에는 역시 당혹스럽다. 그러니까 Aaron도 아쉬운 게 있더라도 그냥 적당히 하고 화해해서 My Dying Bride나 계속하고 후배들의 복지는 다른 방법으로 챙겨줬으면 좋겠다. 적어도 오늘 생각은 그렇다.
[Candlelight,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