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드록/AOR에 많이 경도된 류의 신스웨이브/드림웨이브 사례들은 이쯤 되면 장르의 숙명이다 싶을 정도로 많은 편이다. 당연히 레이블들이 소개하는 그런 음악들의 매력 포인트는 강렬한 기타 연주와 어우러진 청명하고 희망찬 신서사이저 연주! 인 경우가 많은데, 그럴 거 같으면 사실 이 그룹은 왜 밴드음악을 하지 않고 신스웨이브로 빠졌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Kristine처럼 본인은 보컬만 하는데 신스웨이브 그룹들에 목소리를 빌려주다 보니 장르의 대표격까지 올라간 사례는 그렇다 쳐도 아예 본인들이 밴드음악과 신스웨이브의 경계선마냥 음악을 하는 경우들은 더욱 그렇다.
LeBrock은 그런 ‘경계선’상에 있는 사례들 중 대표격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아닌게아니라 신스웨이브보다는 레트로 팝/록 듀오 마냥 소개되는 경우도 많아 보이지만 같이 어울리는 이들도 그렇고 본인들의 자기소개도 그렇고 신스웨이브라고 하는 게 일단은 맞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멜로딕 하드록/AOR과 이런 류의 신스웨이브/드림웨이브를 구별하기 위한 징표들 중 하나라면 드럼머신의 쓰임새라고 생각하는데, 전자가 현실적인 여건상 드럼머신을 사용하더라도 최대한 실제 연주에 가깝게 사용하려고 한다면 후자는 이게 진짜 드럼 연주가 아니라는 걸 전혀 감출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경우가 많은 편이고, LeBrock은 그런 면에서도 훌륭한 신스웨이브 듀오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렇지만 앨범은 전형적인 80년대 하드록에서 기대할 만한 매력들을 고루 가지고 있다. 메탈이랄 것까진 아니지만 점점 하드해진 탓에 우리가 알고 있는 웬만한 80년대 하드록/AOR 밴드들보다 파워풀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고, 이왕 이렇게 만든 거 정말 제대로 된 밴드답게 테크니컬한 맛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한 대로 멜로디만큼은 명확하게 살려주는 기타, 한창 시절 John Parr 같은 이들을 떠올리게 해 주는 Shaun Phillips의 보컬, 때로는 캠퍼스에서 만난 10대들의 사랑을 그린 류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러브송처럼 들리는 ‘Heartstrings’ 같은 곡에서 등장하는 직관적인 멜로디를 듣자면 아예 베이스와 드럼 구해서 밴드를 할 것을 왜 둘이서 이러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재차 떠오른다. 그렇게까지 하기엔 기타를 못 쳐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만 어차피 화려한 기타 솔로로 승부할 거 아니면 크게 상관없지 않을까?
[FiXT Neon,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