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ked Whipper라는 이름은 무척 생소하다. 이름만 봐서는 뭔가 SM스러운 코스튬을 입고 채찍을 휘두르는 이의 모습이 떠오르지만 커버는 사실 그와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이고, 레이블의 설명에 의하면 그 생소함과 상관없이 이미 1993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독일 블랙메탈의 오래된 이름의 하나라고 한다. 어쨌거나 나는 처음 들어보니 이래저래 참 갈 길이 멀다.
음악은 커버에서 엿보이는 대로 Blasphemy풍의 war-metal이다. 사실 Blasphemy와 똑같진 않고 war-metal이 데스메탈/블랙메탈/펑크(라기보단 그라인드코어)의 요소가 어우러진 류의 스타일이라고 할 때, 그런 면모들이 서로 각자의 개성을 좀 더 강하게 드러내는 형태의 음악이라 할까? 그런 면에서는 꽤나 예전 스타일의 음악이라 할 수 있겠다. 사실 proto라는 말을 붙일 수도 있어 보이고, 때로는 무척 스래쉬한 리프는 80년대 스래쉬메탈에서 갓 넘어온 초창기 데스메탈의 기운도 엿보인다. 데스메탈의 리프를 블랙메탈의 질감과 그라인드코어의 템포로 최대한 거칠게 연주한다랄 수도 있을 것이다. (좋게 얘기하면 완급조절이긴 한데) 때로는 사실 좀 느린 감도 없진 않지만 어쨌든 war-metal의 팬에게 호소할 수 있는 음악임엔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이런 류의 밴드에게 드문 모습인데, A사이드와 B사이드를 고려해서인지 인트로 트랙이 2개나 있고, 거칠게 밀어붙이는 통에 잠깐 쉬어가기에는 딱 좋은 타이밍에 등장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war-metal을 입문하려는 이에게 권할 만한 앨범이랄 수도 있겠다. 입문이란 게 의미가 있는 장르인가 싶긴 하지만 뭐 그렇다.
[Iron Bonehead,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