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nsées Nocturnes의 4집. 생각해 보면 꽤 독특한 밴드인 것이 Way to End에서 적당히 괴팍한(보통 아방가르드라 불리곤 하는) 블랙메탈을 들려줬던 Vaerohn이 본진과는 달리 클래시컬 무드를 머금은 DSBM으로 나타났다가 그래도 원래 하던 음악이 있는지라 슬슬 괴팍해지다가 이 앨범에서는 괴팍하면서도 카바레 뮤직이다 재즈다 클래식이다 다양한 스타일을 끌어들여 독특한 스타일을 구현하고 있다. 애초에 저 앨범명부터가 영어로 옮기면 ‘Holy shit’ 정도라니 기존의 이미지와는 영 맞지 않는다. 말이 4집이지 3집인 “Ceci Est De La Musique”는 Vaerohn이 주변의 지인들에게만 60장 한정으로 뿌린(그러므로 실물은 사진조차 본 적이 없는) 앨범이므로 이 앨범을 실질적인 3집으로 친다면 앨범마다 스타일이 아주 널을 뛰고 있다.
그러니까 밴드의 여정이나 이전/이후의 활동과 상관없이 앨범을 살펴보면 커버에 그려진 적당히 spooky하게 묘사된 빅 밴드가 펼치는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옮겨놓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 공연이 그리 멀쩡한 모양새가 아니라는 점은 첫 곡인 ‘Il a Mange le Soleli’부터 드러난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각하를 위해 우리나라 국가를 부르겠다는 멘트와 라 마르세예즈가 잠시 등장했다가 과장된 심포닉을 뒤로 하고 뒤틀린 코드가 중심이 된 연주가 시작되고, ‘La Marionnetiste’ 부터는 본격적으로 재즈와 카바레, 클래시컬 무드가 블랙메탈과 뒤섞이기 시작한다. 덕분에 다른 블랙메탈 밴드보다는 Devil Doll이 먼저 생각날 수밖에 없다. 굳이 블랙메탈 쪽으로 찾는다면 Diablo Swing Orchestra 정도랄까.
덕분에 구성은 무척 괴팍하면서도 드라마틱하고, 때로는 과장된 심포닉을 이용해 낭만성을 과시하면서도 어쨌든 이 앨범은 블랙메탈이라는 듯 카바레 특유의 유머는 비껴가고 굵직한 리프로 서사를 풀어나간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스타일이 부딪히면서 사이사이에서 유발되는 촌극들이 때로는 성급하게 봉합되는 느낌도 없지 않지만 나로서는 즐겁게 들었다. 하지만 블랙메탈 팬보다는 Devil Doll이나 Estradasphere 같은 밴드들을 좋아하는 이에게 더 적합해 보인다…. 만, 하지만 그 분들은 이 블랙메탈 리프를 감당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Les Acteurs de l’Ombre,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