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를 타고 올라가면 1991년부터 시작됐다니 장르의 길지만은 않은 역사를 생각하면 꽤 유서깊은 곳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Folter Records를 블랙메탈의 신뢰할 수 있는 명가마냥 기억하는 이는 아마 별로 없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Castrum이나 Svartsyn, Skyforger처럼 지금도 기억하는 이름들을 내놓기는 했지만 달리 얘기하면 레이블이 보여준 고점조차 A급으로 쳐주기는 끝내 모자랐던 곳이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라고 했듯이 딱히 빛본 적은 없었지만 지금껏 꾸준히 나름의 수준을 유지하며 살아남았으니, 누구나 Season of Mist나 Spinefarm이 될 수는 없음을 고려하면 사실은 이런 곳이 블랙메탈 레이블들이 본받아야 할 ‘현실적인’ 모범일 수도 있어 보인다. 각설하고.
Kaeck도 그렇게 Folter에서 데뷔해서 지금까지 이 앨범을 포함하면 세 장의 앨범을 내놓은 네덜란드 밴드인데, Svartsyn이 그랬던 것처럼 “Pure Holocaust” 시절 Immortal풍의 리프에 건반을 동반하여 차가운 분위기를 구현하는 류의 블랙메탈을 연주하고 있다. 말하자면 그 시절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전형에 가까운데(그러고보니 저 썸네일 사진에서 하고 있는 자세도 뭔가 Mayhem스럽긴 하다), 공격적인 리프에 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화려하지도 앞으로 나서지도 않는 건반이 사운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가하면 때로는 Bolt Thrower를 연상케 할 정도로 묵직한 리프(특히 ‘Door gespleten Tongen’)를 앞세운 공격성도 찾아볼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는 그 시절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중간 정도에 있는 스타일이랄 수도 있을 것이다. 하긴 Folter가 이런 류의 스타일을 많이 내놓기는 했었다.
익숙하지만 이런 스타일을 이제 이만큼 잘 소화하는 밴드도 확실히 드물어 보인다. ‘De ijzeren hand van het benedenwaartse’를 들었을 때는 이게 올해 최고의 블랙메탈 신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보컬이 좀 깨는 감이 없지 않지만 멋진 앨범이다.
[Folter,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