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rc and the Mambas는 나로서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Marc Almond가 Soft Cell 말고 굴리던 사이드 프로젝트였다니 80년대 초반 뉴웨이브의 굵직…한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 언저리에 있는 이름이라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Soft Cell과 Mark Almond는 1983년경부터 Psychic TV를 위시한 ‘아방가르드’한 무리들과 본격적으로 어울리기 시작했고, Marc and the Mambas는 그렇게 기존의 뉴웨이브보다는 아방가르드의 무리에 끼어들어갔다는 게 위키피디아가 대략적으로 제공하는 설명이다. 하지만 Marc Almond과 Soft Cell에 대해서 이미 우리가 알고 있듯이 이들은 Psychic TV와 비슷한 길을 걷기에는 이미 너무 떠버린 이름이었고, 덕분인지 Marc and the Mambas는 Soft Cell에 비교하면 폭망이랄 수밖에 없는 차트 성적과 함께 공연조차 몇 번 하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이 앨범은 밴드가 1983년 4월 26일~28일 3일 동안 가졌던 공연의 라이브앨범인데, 애초에 활동하면서 라이브를 이 4월의 3일 말고는 두 번밖에 하지 않았던 밴드인만큼 호사가들에게 계속 회자되었고, Peter Christerpherson(Coil의 그 분 맞음)이 녹화한 VHS로 이어져 내려오던 그 공연을 우리의 Marc Almond가 자기 레이블에서 발매하면서 비로소 빛을 보았고, 이번에 Cold Spring이 큰 맘 먹고 다시 이걸 재발매했다…는 게 Cold Spring의 소개글인데, 읽고 보니 그러니까 이거 부틀렉이나 매한가지라는 것처럼 보이므로 이름값에도 불구하고 우려는 어쩔 수 없다.
다행히도 그런 우려에 비해서는 음악은 무척 멀쩡한데, Soft Cell과는 많이 다르지만 Marc Almond의 이후 스타일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짐작케 하는 음악들이 대거 담겨 있다. 아방가르드 얘기를 할 것까진 없어 보이고(물론 ‘Your Aura’의 후반부처럼 괴팍한 부분이 없지는 않다) 피아노가 중심이 되는 포스트펑크 기운 강한 팝송에서 자학적이면서도 폭력적인 이야기를 Marc Almond의 적당히 흐느끼는 고쓰풍 보컬을 통해 그려낸다고 할까? Marc Almond가 참여한 어떤 앨범보다도 고딕적인 편이지만, Steve Sherlock의 색소폰이 불어넣는 은근한 ‘따스함’ 덕분에 마냥 어둡게 느껴지지는 않는 편이고, 그런 면에서는 이걸 이들의 개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조르즈 비제의 “카르멘”의 곡을 그대로 가져온 ‘Près Des Remparts De Séville’이 왜 들어갔는지는 도통 이해가 되질 않으나 재미있는 앨범이다. 사실 ‘In My Room’ 하나만으로도 Marc Almond 내지 그 시절 뉴 웨이브의 팬이라면 만족할 수 있어 보인다. 나는 아무래도 팬이라고 하기엔 좀 아니지만 꽤 즐거웠다. Cold Spring 재발매반은 다른 커버로 나오면서 LP로만 찍었으니 유의할 것.
[Strike Force Entertainment,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