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 들은 김에 Ablaze My Sorrow의 데뷔작도 간만에. 이 앨범에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은 No Fashion 초판에는 앨범 제목이 “If Emotions Still Burns”라고 돼 있었다는 점인데, 암만 영미권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문법 무시하고 앨범명 짓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 했던 기억이 있다. 밴드나 레이블이나 앨범 내고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단순 실수였다고 열심히 설명하고 다녔는지 이제는 넷상의 이런저런 사이트들에서는 모두 “If Emotions Still Burn”이라는 이름으로 이 앨범을 표시하고 있는데…. 그래도 이미 이 밴드는 내게는 영어 못하는 밴드로 이미지가 박혀버렸으니 이런 걸 사후약방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각설하고.
앨범은 당연히 Dark Tranquillity/In Flames 풍의 리프가 돋보이는 멜로딕데스다. 1996년에 나온 이런 스타일의 멜로딕데스에서 개성을 논하는 건 곤란하겠지만 굳이 밴드의 색깔을 말한다면 전형적인 예테보리 스타일보다는 좀 더 달달하면서서도 은근히 블랙메탈의 기운이 묻어 있는 편이고, 그런 면에서 조금만 덜 달달했다면 A Canorous Quintet이나 Eucharist 같은 밴드와도 비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데스메탈 팬들에게 이 밴드의 리프는 너무 달달한 감이 없지 않았을 것이고, 나름 새로운 시도였을 ‘No More Lies’ 같은 곡도 삐딱한 이에게는 그저 둠-데스를 따라하다 너무 달달해져 버린 곡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어 보인다. 돋보일 건 없지만, 그런 면에서는 아예 운이 좀 따라줘서 메이저의 손길을 받았다면 셀아웃 밴드로 거듭났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의미없는 예상일 뿐이다.
[No Fashion,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