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웨디시 멜로딕 데스의 전성기에 등장한 많은 밴드들 중 하나였으나 별로 빛 못 보고 사라진 줄 알았지만 사실은 아직도 활동하고 있는 보기 드문 사례들 중 하나인 Ablaze My Sorrow의 2집. 이 시절 No Fashion에서 나온 수많은 멜로딕데스 밴드들이 그랬듯이 Dark Tranquillity/In Flames 스타일의 리프가 중심이 되는 류의 밴드인데, 일반적인 경우들보다는 리프가 좀 더 달달하고 보컬의 기량이 그래도 받쳐주는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그 보컬마저 Tomas Lindberg 스타일에 가깝고 실험적인 시도는 정말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 좋게 얘기하자면 ‘간결한’ – 전개는 이 밴드를 굳이 되돌아볼 이유를 찾기 힘들게 한다.
그래도 언제는 내가 새로운 것만 찾아다닌 것도 아니고 좀 강한 음악 오래 좋아했다고 자처하는 이라면 이런 멜로딕 데스를 나름 심취했던 시절이 짧게라도 있지 않을까? 게다가 그저 장르의 넘쳐나는 클론이라기엔 이제 밴드는 이 2집에서 영민한 블래스트비트의 활용이나 간혹 등장하는 클린 보컬 등으로 조금이나마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이미 1998년이니 그 정도가 신선한 시도 소리를 들을 수는 없는 시절이긴 했지만 밴드는 2류 멜로딕데스 밴드 소리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기 시작하고, ‘I Will be Your God’ 같은 곡에서는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 한 곡이 밴드의 팔자를 바꾸기는 많이 부족했고, 지금 생각해도 그 시절 No Fashion 카탈로그의 상당부분을 소화하던 Necrolord의 명품 커버는 온데간데없고 웬 브루스 윌리스 닮은 아재가 불타고 있는 멋대가리 없는 커버는 밴드의 2류 입지를 더욱 확고해 보이게 한다. 그래도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걸 보면 이런 게 바로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No Fashion,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