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lowtip이라는 레이블을 대단히 좋아한다고 하면 좀 거짓말이겠지만 이만큼 수준 이상의 앨범들만을 계속해서 내놓는 곳도 그리 흔치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어쨌든 데스메탈/그라인드코어를 주 영역으로 삼는 이 레이블이 강점을 보여주는 다른 장르가 있다면 아무래도 프로그레시브 메탈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레이블에서 나온 ‘프로그레시브 메탈’들은 사실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추구한 밴드들이라기보다는 테크니컬한 데스메탈/그라인드코어를 이어가면서 나름의 변화를 주려다 보니 프로그레시브 터치가 들어간 사례들이라 하는 게 맞아 보인다(이를테면 Contrarian이나 Dissocia라든가).

그런 면에서 Ions는 (유일하지는 않지만) 이 레이블의 ‘프로그레시브’ 앨범들 중에 데스메탈/그라인드코어의 기운을 찾아볼 수 없는 보기 드문 사례에 속한다. 당장 metal-archives는 이 밴드를 올리지도 않고 있는 걸 보니 메탈로도 보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 그 정도로 말랑말랑한 음악은 아니지만 어째서 그러는지 짐작 안 될 류의 음악은 아니다. Dream Theter 류의 음악도 아니고, 묵직한 리프가 있지만 앨범의 상당부분은 차라리 Haken 등과 연결지을 법한 모던 프로그에 가깝다.

하지만 어쨌든 전반적으로 묵직한 이 음악을 메탈이라고 부르는 게 무리는 아니라는 게 사견이기도 하고, 어쨌든 이 프라하 출신 밴드는 프로그레시브 메탈 팬들에게 호소할 만한 부분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TesseracT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격정적인 부분에서는 Periphery도 조금은 생각나는(덕분에 djent 레떼르를 떼내기에는 좀 부족한) 리프, 신스 팝에 가까운 면모들을 많이 보여주지만 때로는 Hail Spirit Noir 같은 밴드들을 연상할 수 있을 스케일 큰 연주를 보여주는 건반, 포스트록식 빌드업에 이어지는 폭발하는 절정의 구성(특히 ‘Birds of Reminiscence’) 등은 생각보다 대단히 솔깃하게 들리고, 이게 Willowtip에서 나왔다는 걸 믿기 어려울 만큼 대중적인 면모도 보여준다. 소위 ‘모던 프로그’의 팬이라면 일청을 권해본다.

[Willowtip,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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