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eve Hughes 얘기도 나온 김에 찾아본다면 아무래도 이 분이 세션 수준이 아니라 제대로 된 멤버로 참여한 밴드들 중에서 그래도 가장 알려진 사례는 아마 Nazxul일 것이다. 호주 블랙메탈의 숨겨진 컬트라는 얘기도 많이 보이기는 하는데… 암만 그래도 중고로도 많이 보이고 구하기 어렵지도 않았으며 별로 비싸지도 않았던 이 앨범에 대한 개인적인 체감은 컬트와는 좀 거리가 있다. 그래도 누가 찾기는 하나 싶었던 이 앨범이 계속해서 재발매되는 걸 보면 세간의 평가는 내 생각과는 꽤 다를 것이다.
그리고 (지금 들어서는 딱히 특별할 것 없어 보이긴 하지만) 이 앨범이 나온 시기가 1995년임을 생각하면 시대의 명작이라고 하긴 좀 그래도 왜 컬트 소리들이 나왔는지는 이해할 수 있겠다. “In the Nightside Eclipse” 스타일의 블랙메탈이지만 그보다는 좀 더 기타의 비중이 높고 보컬이나 리프나 조금은 데스메탈의 기운이 느껴지는 스타일이랄 수 있는데, 빠른 템포 덕분인지 때로는 Marduk이나 소시적의 Setherial의 느낌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나 ‘Distance Begins’의 데스메탈 리프에서 이어지는 키보드 연주가 이런 밴드의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편이다. 적어도 이 곡만큼은 90년대 호주 블랙메탈의 어느 중요한 순간이랄 수도 있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 본다.
두어 돋보이는 곡 외에 나머지가 좀 고만고만한 느낌이지만 좋은 앨범이다. 하긴 세상에 좋은 곡 하나가 없어서 묻혀버리는 앨범들이 널리고 널렸으니 이 정도면 컬트 소리 듣기는 충분했는지도.
[Vampire,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