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매달 나오는 음악잡지들과 앨범을 사면 끼어 있는 해설지들을 보면서 록의 역사에 대하여 ‘공부’했던 경우들이라면 Cozy Powell에 대한 이미지는 아마도 불멸의 헤비메탈 드러머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고, 이 분이 Rainbow와 Black Sabbath에서 참여했던 앨범들의 면면들을 보면 맞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막상 이 분의 커리어에서 본격 헤비메탈 드러머였던 적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덕분에 옷만큼은 Motörhead에 갖다놔도 어울릴 정도로 입고 사진을 찍었지만 정작 음악은 파워풀하면서도 수려한 재즈퓨전에 가까웠던 이 분의 솔로작에 적응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이미지가 헤비메탈이라 그렇지 ELP의 Carl Palmer의 땜빵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고 Keith Moon과 John Bonham 사후 그 빈자리를 메꿀 유력한 후보였던 분이니 당연한 얘기이겠다.

이런 분의 커리어를 베스트앨범 한 장으로 확인하는 데는 무리가 있겠지만 재즈퓨전/프로그레시브 뮤지션으로서의 Cozy Powell의 면모를 단적으로 확인하는 데는 사실 이만한 앨범이 없을 것이다. 결국 이 분 솔로 커리어의 정점은 “Over the Top”부터 “Octopuss”까지일 것이고 그걸 알아서인지 이 세 장 말고는 과감하게 생까버린… 트랙리스트는 덕분에 Cozy Powell 솔로 커리어의 엑기스를 제대로 담아낸 결과물이 되었다. 원래 앨범을 그리 일관된 색깔로 가져가는 분은 아니었으니 서로 다른 앨범의 곡들일지언정 섞어놔도 그리 이질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Over the Top’의 ELP풍 연주나 ‘The Big Country’의 심포닉을 듣고 있자면 사실 이 분의 본령은 헤비메탈보다는 ELP나 Colosseum II 스타일의 연주(특히 “Strange New Flesh” 시절의)에 있었다고 해도 맞아 보이고, 과장 조금 섞는다면 이 분이 Yes에서 Bill Bruford의 빈자리를 메꿨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저 드럼스틱으로 맘에 안 드는 후배를 때릴지도 모를 것 같은 인상의 커버 사진은 Cozy Powell의 면모를 별로 담아내고 있지 못할 것이다. 거칠지만 자기 음악만큼은 더없이 정교하고 섬세하게 하셨던 분의 연주를 실제로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끝내 아쉽다. 좀 오래 사셨으면 한국에서 한 번은 봤을 것 같은데..

[Polydor,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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