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dnight Betrothed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다. 찾아보면 나오는 건 기껏해야 호주 출신의 원맨 프로젝트라는 얘기이고, 그 외에는 스스로의 음악을 ‘sombre romantic black metal’이라고 소개하고 있다는 정도? 그렇지만 일단 로맨틱이라는 수식어가 블랙메탈에 붙었다는 자체에서 이거 대체 뭐하는 음악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기는 충분해 보인다. 예전에야 녹음을 하자면 어쨌든 악기와 앰프, 최소한 4트랙 레코더라도 갖고 있어야 지하실에라도 박혀서 뭔가 만들고, 그렇게 녹음한 크롬 테이프를 여기저기 공짜로 뿌려대며 이 음악을 누군가 알려주기를 기대해야 했지만 이제는 적어도 후자의 작업은 인터넷 업로드로 쉽게 대체될 수 있게 되었고, 덕분에 그 골방 프로젝트들 중 웰메이드를 찾기보다는 정신나갔다는 말보다 더 적절한 설명을 찾기 어려운 사례를 발견하기가 훨씬 쉬워 보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이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는 진지함보다는 개그감의 발로에 가까운 무언가였다는 뜻이다.
그런 기대에 비해서는 음악은 생각보다 멀쩡한(달리 표현하면 평범한) 편이다. 골방 프로젝트답지 않게 생각보다 깔끔한 녹음도 눈에 띄는데, 사실 녹음을 잘 했다기보다는 피아노를 전면에 내세우고 지글거리는 기타 리프는 볼륨을 확 낮춰서 뒤로 밀어놓은 덕이므로, 이런 결과는 녹음이 잘 됐다기보다는 애초에 블랙메탈이라기엔 던전 신스에 많이 다가간 스타일 때문이라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블랙메탈다운 지글거림’만큼은 계속 유지하고 있는 저 리프와 DSBM풍의 보컬이 이건 블랙메탈 앨범이라고 계속 강변하고 있고, 가끔은 Dimmu Borgir의 “For All Tid”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는 저 피아노의 멜로디만큼은 확실히 솔깃한 편이다. ‘Bygone Fortunes’ 같은 곡은 골방 프로젝트치고는 극적인 면모도 보여주는 편인지라 좀 더 돈 들인 스타일로 편곡을 한다면 꽤 멋질 것 같다는 예상도 든다.
하지만 암만 좋게 얘기해도 B급이라 해주기도 좀 저어되는 이 음악을 쉽게 추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Osculum Infame 같은 음악에서 건반이 너무 화려한 게 걸렸던 이라면 한번쯤 들어볼만 할지도? 그렇지만 이런 사람이라면 애초에 심포닉블랙이 취향이 아닐 거 같으므로 어쨌든 추천까지는 차마 안되겠다. 그저 호기심에 모든 것을 맡긴다.
[Northern Silence,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