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yless는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꽤 묵직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사실 Forgotten Woods의 이름과 No Colours라는 레이블의 그림자 덕분인 데가 많을 것이고, 이 기묘한 밴드가 Joyless라는 이름으로 블랙메탈을 연주했던 것은 이 앨범이 유일하다. 말하자면 커리어 전체를 살펴본다면 Joyless를 블랙메탈 밴드라고 부르는 자체가 틀린 얘기일 수 있는 셈인데, 이 앨범을 좋게 들었다가 이후 “Wisdom & Arrogance”에서 뒤통수를 후리는 듯한 충격을 받았던 나로서는 어쨌든 Joyless 최고의 앨범은 이 “Unlimited Hate”이며, 그러니까 Joyless은 어쨌든 블랙메탈 밴드라고 하는 게 합당하다… 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아니라면 아마 당신 말이 맞을 테니 이쯤에서 각설하고.

그래도 이 앨범만 듣는다면 굳이 Forgotten Woods가 아닌 Joyless의 이름으로 나올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Forgotten Woods의 스타일에 가깝고, 하긴 ‘Dimension of the Blackest Dark’ 같은 곡은 원래 Forgotten Woods의 곡이니 그건 당연한 결과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이 앨범만큼이나 블랙메탈 중 ‘하드코어 펑크’가 아닌 포스트펑크의 그림자를 강하게 보여주는 앨범은 적어도 이전에는 없었고 내 생각에는 이후에도 드물었다. ‘Your Crystal Fragments’의 보컬 하모니를 듣다가 Velvet Underground가 생각나기도 했는데, 그러는 순간 들려오는 건 초기 Burzum풍의 리프라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앨범은 어디 가서 찾아보기 어렵고, 그게 1996년에 No Colours에서 나왔다는 게 더욱 놀라운 점이다.

말하자면 한참 이후의 Deafheaven이다 누구다 하는 이들이 아니라, 사실 소위 ‘hipster black metal’의 시작점은 이미 이 Joyless에서 보여줬고, 더 올라가면 Forgotten Woods의 음악이 희미할지언정 그 단초를 품고 있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이 연사 강렬하게 외쳐 보는데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구나.

[No Colours,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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