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yless라는 밴드에 대한 갑론을박의 중심이 되면서 밴드가 블랙메탈이 아닌 포스트펑크? 또는 디프레시브 록? 같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 시작한 밴드의 2집. 하지만 Forgotten Woods와 “Unlimited Hate”를 듣고 이 앨범을 덥석 잡은 이들에게는 앨범 시작부터 빅엿을 날려주는 작품이었으니 그렇게 한 방 먹은 이들의 상당수는 바로 PC로 달려가 인터넷 어딘가에 사자후를 토했을 것이다. 레이블도 문제였는데, Selbstmord Services는 바로 이 앨범이 나올 즈음 바로 Shining의 “Within Deep Dark Chambers”를 내놓았고(하긴 레이블 사장이 사장이다보니), DSBM이란 장르의 상징이 돼버린 이 앨범을 Joyless가 넘어서는 건 아무래도 요원했다. 사실 비교하면 용케 한 레이블에서 나왔구나 싶을 정도로 다른 음악이기도 하고.

그래도 음악은 꽤 들을만했다. 사실 Selbstmord Services보다는 Bella Union 같은 곳이 더 어울리지 않나 싶은 스타일인데 Joy Division이 좀 더 거칠게 사운드를 다듬고 사운드와는 대조적으로 ‘depressive’한 소재의 가사를 내세우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Gruff의 보컬이 그나마 블랙메탈의 흔적을 보여주지만 사실 Ida의 보컬과 병치되어 등장하는 이 앨범에서 그 보컬을 듣고 블랙메탈을 연상하는 것도 무리다(특히나 ‘Isn’t It Nice?’). 징글쟁글 기타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Trust Endorse’에서는 소시적의 The Smiths에서 Morrissey 특유의 위악을 덜어내고 허무감을 더한 듯한(그러면서도 베이스는 역설적일 정도로 통통 튀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사실 어떻게 들으면 Cardigans가 흑화해서 죽음과 광기를 노래한다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허무함이 묻어 있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꽤 화사한 데가 있는 멜로디 덕분일 것이다.

그러니 이 앨범을 모두가 좋아할 거라고는 절대 못하겠지만 아마도 이 앨범에 꽤나 신선한 충격을 받은 이도 많을 것이다. 내가 어느 쪽에 속하는지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후자라고 단정짓지 못하는 것은 밴드 특유의 역설의 미학을 잘 이해하지 못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이 어디 가서 맛보지 못할 분위기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으면 좋겠다.

[Selvstmord Services,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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