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밴드가 얼마나 떴는지는 정확히 모르기는 한데… 한때 CDR로 100장만 앨범을 찍어내던 밴드의 현재로서는 대단한 성공이라는 점에는 나도 그렇고 딱히 이견들이 없을 것이다. 혼자고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는 스튜디오 프로젝트로 시작했던 이 밴드는 이제는 수많은 세션과 게스트들을 동반해서 라이브로도 청중들을 만나는 입장이 되었고, 그저 외진 곳의 라이브클럽이 아니라 Hellfest 같은 큰 무대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린다. 아방가르드 메탈 얘기 듣는 밴드이지만 난해한 면모보다는 다양한 장르의 특징들을 부드럽게 엮어내는 모습이 더욱 돋보이는 밴드인 덕도 있을 것이고, 개성이 분명하지만 그만큼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까지 엮어내는 송라이팅 덕도 있을 것이다. 일단 이만큼 일렉트로닉을 많이 섞으면서 쓸데없이 뿅뿅댄다는 류의 볼멘소리를 듣지 않는 블랙메탈(이제는 블랙메탈이라기엔 많이 어려워졌지만) 밴드는 전례없는 것까진 아니지만 무척 드물다.

“XII: A gyönyörű álmok ezután jönnek”도 그런 경향이 이어지는 앨범이다. “Alföld”에서도 그렇지만 밴드는 이전보다 좀 더 프로그레시브 메탈에 가까운 연주를 보여주는데, ‘Vakond’ 처럼 뽕끼 넘치는 일렉트로닉을 들려주는 곡도 있지만 ‘Vasgyár’처럼 소시적의 블랙메탈 밴드의 면모를 보여주는 곡도 있고, ‘Vakond’처럼 어쿠스틱한 포크 연주가 던전 신쓰로 이어지면서 나름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곡도 있다. 근래에 이만큼 진폭 넓은 연주를 보여주는 블랙메탈(또는 한때 블랙메탈을 연주한) 밴드의 앨범이라면 Dødheimsgard의 “Black Medium Current” 정도가 있겠지만 빈말로라도 귀에 잘 들어온다고는 전혀 말할 수 없을 후자에 비하면 이쪽이 좀 더 장르의 초심자에게는 적합할 것이다. ‘A gyönyörü álmok ezután jönnek’만큼 극적이면서 귀에 잘 들어오는 곡이 Dødheimsgard의 커리어를 통틀어 있었나 하면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 보인다. Thy Catafalque가 더 낫다기보다는 그만큼 덜 괴팍하다는 게 맞을 것이다.

밴드의 모든 앨범이 그렇지만 사실 가장 신기한 점은 이런 음악을(코러스나 포크 바이브를 위해 만돌린이나 기타 스트링 등 다양한 게스트들을 불러 만드는 부분을 빼고는) 혼자서 다 만들고 연주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멋진 앨범이다.

[Season of Mist,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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