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horder가 결성된 것은 1985년이었으니 동시대의 날리던 스래쉬 밴드들을 의식했겠거니 하는 게 맞겠지만 밴드가 앨범을 내놓은 것은 1990년이 되어서야였다. Pantera의 “Cowboys from Hell”이 나온 것도 1990년이었고, 이 앨범보다 겨우 3-4개월 전에 발매되었다. Pantera의 저 앨범이 스래쉬메탈이라는 음악을 새롭게(사견으로는 괴이하게) 정의하는 수많은 목소리들을 불러오는 동시에 ‘전형적인’ 스래쉬 밴드들의 몰락을 예기하는 신호탄이었다고 친다면 스래쉬 밴드가 그래도 차트에서 주목받을 실낱같은 가능성이 남아 있었던 시절의 끝물이었던 셈이고 실제로도 꽤 좋은 평가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이 앨범이 “Cowboys from Hell”의 유사사례로 언급되곤 하는 것은 지금 생각하면 꽤 기이해 보인다.
사실 Exhorder의 음악에서 일면 그루브함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분명하고, Vinnie LaBella와 Jay Ceravolo의 기타에서 일견 Dimebag Darrell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으며, Kyle Thomas의 보컬을 Phillip Anselmo와 비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테니 이들을 Pantera와 비교하는 걸 틀렸다라기엔 좀 그렇긴 하다.. 다만 그루브가 훨씬 강조된 Pantera와 달리 Exhorder의 음악은 스래쉬메탈의 컨벤션에 훨씬 기울어진 모습을 보여주며, Scott Burns의 손이 닿은 만큼 헤비함에 있어서도 당대의 데스래쉬 밴드들에 근접한다. 말하자면 이 글에서조차 계속 Pantera와 Exhorder를 비교하고 있지만 Exhorder를 Pantera와 비교해서만 얘기하는 것은 밴드에게 꽤 억울할 거라는 얘기다.
그러니까 얘기를 좀 바꿔 보면 그루브함이 살아 있기는 하지만 Exhorder의 노선은 스래쉬메탈과 데스메탈의 경계선상에서 나름의 생존방향을 모색한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당대에 Roadrunner에서 나온 수많은 장르의 명작들의 일석을 차지할 만하다. 사견이지만 1990년의 Slayer는 ‘Legions of Death’ 같은 곡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Roadrunner,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