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트록 얘기한 김에 좀 더 한다면 (아는 건 별로 없지만) 아무래도 대부분은 브리티쉬 프로그레시브의 열화판에 가까웠을 밴드들 가운데 확실히 거의 이견 없이 인정받은 사례는 Tangerine Dream과 Kraftwerk 정도일 것인데… 당대의 록 팬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이긴 했지만 시작부터 이걸 록이라고 하는 게 맞을지 물음표를 던져줬던 Kraftwerk에 비하면 크라우트’록’을 더 잘 대변하는 것은 Tangerine Dream이라는 게 사견.

특히나 이 데뷔작은 록이라기보다는 앰비언트에 가까워진 “Zeit”부터의 스타일과는 엄연히 구분되는, 기괴한 전자음이 있지만 어쨌든 록 밴드로서의 Tangerine Dream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사실상 밴드의 유일한 정규작이므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이 앨범에서의 Tangerine Dream은 굳이 크라우트록이라는 용어를 쓰기보다는 무척이나 괴팍하면서도 공간감 넘치는 사이키델릭 록을 연주했고, 그러면서도 일견 클래식의 잔재를 남겨두고 있는 밴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Tangerine Dream의 앨범에서 혼란하지만 화끈한 기타 연주를 발견할 수 있고(‘Reise Durch Ein Brennendes Gehirn(Journey Through A Burning Brain)’) 가끔은 심지어 블루지한 면모(‘Ashes to Ashes’)까지 발견할 수 있으며, 그러면서도 소나타마냥 수미쌍관까지 맞춰주는 앨범의 구성까지 챙겨가고 있으니, 사실 전형적인 록 음악의 팬이라면 Tangerine Dream의 앨범 중에서 이 정도만 들어본대도 괜찮지 않을까? 애초에 모을 생각을 접게 만드는 이 밴드의 미칠듯이 방대할뿐더러 중간중간에 참 듣기 힘든 결과물도 적잖이 끼어 있는 디스코그라피를 다 찾아듣는 건 영 무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말하자면 Tangerine Dream은 이후의 Guru Guru나 Ash Ra Tempel 등의 밴드들의 단초들을 몽땅 담아낸 데뷔작을 내놓고 ‘아 크라우트록 이 정도 했으면 됐지’ 하고 말만 밴드일 뿐 슬슬 전자음악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고 하면 과장이 없지 않을지언정 공감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 두 번 연속으로 듣기는 쉽지 않지만 멋진 앨범이다.

[Ohr,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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