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할 뿐만 아니라 찾아본들 나오는 것도 거의 없는 독일 90년대 초중반 고쓰 밴드의 데뷔작. 사실 앨범 생긴 거만 본다면 이게 어떤 음악일까 짐작하는 것도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래도 독일 고쓰의 나름 뿌리깊은 이름인 The Garden of Delight의 앨범을 주로 냈던 Dion Fortune 발매작이므로 고쓰 록 아니면 고쓰 기운이 묻어나는 신스팝 정도를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The Sisters of Mercy를 따라갔을)4인조인데 키보드를 넣어주면서 정작 드러머는 없는 편성인 것도 그렇다.

그렇게 나온 음악은 사실 나쁘지는 않다. 아무래도 영국의 고쓰 클래식들이 포스트펑크의 기운과 영국 특유의 쟁글쟁글 리프를 감추지 못했다면 그보다 10년 늦게 튀어나와서인지 좀 더 힘있는 하드록 리프가 주가 되고, creepy한 정도랄 것까진 아니지만 90년대 초중반 초기 던전 신쓰의 기운을 풍기는 인트로도 나쁘지 않으며, Doctor Avalanche의 톤을 모사하는 듯한 드럼머신도 취향에는 맞지 않지만 장르의 전형에 그리 비껴가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The Sisters of Mercy의 그림자 짙은(특히 “Vision Thing”) 분위기와 멜로디는 이 밴드가 어디 가서 아류 소리를 듣지 않기는 어려웠겠구나 짐작케 한다. 이럴 거면 아예 좀 더 메탈릭하게 나가서 Love Like Blood같은 음악을 했다면 좀 더 살림살이 낫지 않았겠나 싶기도 한데… 세상에 만약은 없을지니 의미없는 얘기일 뿐이다.

그래도 앨범 초반부의 ‘The Providence’와 ‘Black Dust’는 그 시절 독일 고쓰 씬이 생각보다 저력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랄 수 있을 것이다. 장르의 팬이라면 일청을 권해본다.

[Dion Fortune,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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