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il to England” 얘기 나온 김에 1984년작 한 장 더. “Hail to England” 때문에 흔히 생기곤 하는 오해지만 Manowar는 – 멤버들이 어쨌든 영국에서 연을 맺긴 했을지언정 – 뉴욕 출신의 미국 밴드였다. 물론 미국보다는 유럽에서 훨씬 인기가 많았고, 멀리 갈 것도 없이 “Kings of Metal”쯤 되면 자기들 앨범명을 나열하면서 잉글랜드만이 아니라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에 거의 유럽일주 수준으로 메탈의 형제국들을 언급하는 수준이지만 끝끝내 미국 얘기는 하질 않는다. 말하자면 Manowar를 당연히 영국 밴드라고 착각한다고 해도 그건 청자만의 잘못은 아무래도 아닐 거라는 얘긴데, 어쨌든 엄연히 미국 밴드인 Manowar에게 당대 영국 헤비메탈의 맹주 자리를 줄 수는 없어 보인다.

그럼 1984년의 시점에서 영국 헤비메탈의 맹주를 따진다면 2026년에 그게 무슨 무의미한 질문이냐? 라는 게 상식적인 대답이겠지만 어쨌든 질문자의 마음을 헤아려 성의있게 답을 찾아본다면 수많은 유력 후보군에도 불구하고 사견으로는 “Defenders of the Faith”를 내놓은 Judas Priest가 아닐까 싶다. “Screaming for Vengeance”에서 밴드는 차트와 비평을 막론하고 이미 충분해 보일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Freewheel Burning’부터 기존에 보여준 속도와 공격성이 오히려 업그레이드됐음을 보여준데다, Judas Priest의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도 가장 강렬한 순간들 중 하나임에 분명해 보이는 ‘The Sentinel’ 등은 ‘헤비메탈 밴드’로서 진일보한 Judas Priest의 모습을 보여준다. ‘Night Comes Down’이 김빠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Beyond the Realms of Death’ 정도를 제외하면 밴드의 비교적 느긋한 템포의 곡들 중 이보다 낫다고 할 만한 것도 별로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이 앨범의 돋보이는 점은 80년대 Judas Priest의 어느 앨범보다도 밴드 초창기의 어두운 분위기를 담아낸 면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녹음부터가 그렇지만 ‘Some Heads Are Gonna Roll’, ‘Night Comes Down’, ‘Love Bites’ 같은 곡들은 “Stained Class” 이후 밴드의 어느 앨범에도 들어가기 어려울 곡이라고 생각한다. Dave Holland보다도 좀 더 묵직하게 연주할 수 있는 드러머가 있었다면 Judas Priest의 메탈 맹주 자리는 좀 더 확고하지 않았을까?
하긴 더 올라갈 데도 없는 밴드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것도 좀 웃기다. 그저 1984년 최고의 메탈 앨범이다 정도로 하는 게 깔끔할 것이다.

[Columbia,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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