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ganizer는 꽤 오래 된 이름이다. 그래도 2000년대 이후 스웨덴 데스메탈을 대표하는 워크호스… 중 한 명인 Rogga Johnson이 중심이 되어 1998년에 시작한 밴드이니 굳이 끼워준다면 2000년대 스웨디시 데스메탈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할 수 있을지도? 하지만 시절이 시절인지라 예테보리풍 멜로딕데스에 조금은 유치한 리프를 갖다붙인 류의 데뷔작이 주목을 받기는 어려워 보였다. 물론 우리는 이후의 Rogga Johnson의 커리어를 통해 이 분의 인생이 사실 멜로딕데스와는 거리가 좀 있었음을 알고 있지만, 예테보리의 성공을 실시간으로 바라보고 있는 20대 초반 젊은이에게 멜로딕데스는 꽤 매력적인 선택지였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고 보면 이 분도 많은 메탈 뮤지션들이 그랬듯이 돈 벌 팔자는 처음부터 아니었던 셈이다.
그래도 뚝심있게 살아남은 Paganizer는 2024년 무려 13번째 앨범을 내놓았다. 스플릿이나 EP를 많이 내놓는 밴드임을 생각하면 1998년부터 지금까지 정말 거의 쉬지 않고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드문 사례인 셈인데, 다양한 색채들이 엿보이지만 초기의 멜로딕데스와는 거리가 좀 있는 음악을 하고 있다. 스웨덴 밴드답게 Dismember나 Grave 같은 면모도 엿보이지만 플로리다 데스의 기운도 함께 갖고 있고, 그런 ‘올드스쿨’ 류의 통상보다는 좀 더 멜로디가 뚜렷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Rogga Johnson이 Paul Speckmann과 함께 활동하고 있음을 생각하니 당연한 귀결이라는 생각도 든다.
말하자면 올드스쿨 데스메탈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에서 최대한 이것저것 많은 것을 시도하고 있는 앨범이라 할 수 있겠고, 이제 쌓인 구력이 있는지라 정말 뭐 하나 빠지지 않게 잘 한다. 이걸 멜로딕데스라 하긴 좀 그렇지만 ‘World Scythe’에서 살짝 예테보리 스타일까지 보여주는 걸 보고 좀 인상깊었다. 솔직히 이 밴드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무척이나 좋아지고 있다.
[Transcending Obscurity, 2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