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hael Bolton “Everybody’s Crazy”

젊은 시절 청운…까지는 모르겠고 어쨌든 천하를 호령하는 하드록/헤비메탈 전사의 꿈을 안고 음악을 시작했고, 또 따져 보면 그럴 만한 실력이 없는 것도 아니었으나 시원찮은 밥벌이에 결국은 꿈을 접고 평범한 대중가수의 길을 걸었다는 류의 이야기는 생각해 보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꽤 흔한 편이다. 따지고 보면 80년대 한국 헤비메탈을 이끌었다는 말을 듣는 보컬리스트의 상당수는 결국은 그런 길을 걸었을 것이다. 한때 모던로크척결을 외치던 이라면 그런 모습을 두고 변절이란 말을 했던 경험이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그들로서는 필요한 선택을 했을 뿐일 것이다.

어디 가서 물어보거나 알아본 경험은 없지만 저런 변절이니 아니니 하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던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에는 분명 Michael Bolton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분은 새로운 길로 가서 전에 없던 엄청난 성공을 거뒀으니 그래도 덜 아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만, 그래도 Michael Bolton이 마지막으로 제대로 하드록/AOR을 선보였던 이 4집을 보면 본인으로서는 그래도 많이 아쉬웠을 거라는 짐작이 든다. 전작과 달리 Aldo Nova는 빠졌지만 Bruce Kulick의 기타는 여전히 꽤 화끈하고, 뭔가 Paul Stanley스러운 전개에 얹히는 Paul보다 노래 훨씬 잘하는 Bolton의 보컬도 훌륭하다. ‘Can’t Turn It Off’나 ‘Don’t Tell Me That It’s Over’ 등은 멜로딕 하드록의 모범을 꼽는다면 꽤나 상위로 꼽을 만한 사례일 것이다.

그러니까 이 정도로 음악도 잘 하고 하는데 정작 자기가 곡 줬던 Laura Branigan은 붕 뜨고 자기는 메이저에 붙어 있긴 하지만 뭔가 간당간당해 보이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슬슬 다른 길로 가지 않았을까? 그냥 짐작이 그렇다는 얘기다.

[Columbia, 1985]

Bad Religion “Into the Unknown”

펑크 얘기 나온 김에 간만에 들어보는 앨범이긴 한데… 하필 그렇게 꺼낸 앨범이 Bad Religion의 자타공인 최고 패망작이라는 게 내가 생각해도 좀 뭔가 싶긴 하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계속 활동하면서 수많은 앨범을 내놓은 장르의 터줏대감이자 사업적으로도 가장 성공한 사례에 꼽힐 이 레이블 사장님 밴드의 앨범을 정작 내가 몇 장 들어보질 못했으니 보기에 좀 얄궂어도 어쩔 수 없다. 좋게 생각하면 이 거물 밴드의 정규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구하기 힘든 앨범이기도 하다. 모든 발매작들이 벌써 여러 차례 재발매가 되었지만 이 앨범만큼은 한 번도 재발매된 적이 없고 밴드 스스로가 공언하길 앞으로도 재발매될 일이 없다니 컬렉션 완성을 위한 마지막 키 같은 앨범이란 정도로 의미를 부여하면 좀 나으려나? 하지만 Bad Religion은 정규앨범만 20장은 되는지라 그 컬렉션을 완성할 만한 이가 얼마나 될지는 또 모를 일이다. 각설하고.

그렇게 악명이 자자한 밴드의 이 두 번째 앨범은 옹골찬 펑크였던 데뷔작 이후에 무슨 생각이었는지 직선적이었던 리프를 걷어내고 어쿠스틱과 신서사이저 등을 더하여 전작과는 판이한 Bad Religion식 프로그레시브 록(!)을 담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펑크 밴드였던 가닥이 어디 가는 건 아닌지라 여전히 흥겨운 분위기와 귀에 잘 박히는 멜로디를 만날 수 있고, 방향은 다르지만 에너제틱하고 때로는 나쁘잖은 솔로잉까지 보여주는 기타(거의 Peter Frampton 수준)는 이 앨범을 꽤 화끈한 구석이 있는 아레나 록 스타일로 만들어낸다. ‘Billy Gnosis’의 묘한 흙내음은 Bufallo Springfield 같은 밴드의 스타일까지 느껴질 지경이다.

하지만 때로는 지독한 1983년식 농담같이 느껴지는 문득문득 튀어나오는 어두운 분위기의 전개와 꽤 변칙적인 곡을 끝내 소화하지 못하는 부실한 리듬 파트, 노래 잘 하는 거 뻔히 아는데 왠지 가끔은 삑사리까지 선보이는 듯한 보컬은 이 앨범의 악명을 뒷받침해 주는 만큼 이 앨범을 Bad Religion을 모르는 사람에게 들어보라고 추천은 못하겠다. 그냥 꿈도 희망도 없는 절대망작같은 일반적인 평과는 그래도 꽤 거리가 있는 앨범, 정도로 해두는 게 낫겠다. 잘 보이지도 않고 보여도 부틀렉이 아닌 한 가격도 무지막지하니 그 정도가 안전할 것이다.

[Epitaph, 1983]

Forgotten Gods “Memories”

클래식 록과 네오프로그에 일렉트로니카와 포크를 버무린 음악을 자처하고 있는 영국 밴드의 데뷔작. 그런데 Dream Theater 짝퉁 밴드들이 예산부족으로 가내수공업으로 적당히 커버 때우면서 흔히 쓰곤 하는 저 폰트가 무척 눈에 거슬린다. 사실 Dream Theater도 저 폰트도 이 점에 있어서는 죄는 없겠고, 앞서 이 데뷔작을 들어봤다는 이에 의하면 Rush 좋아하면 꽤 괜찮을 것이라는데 어쨌든 첫인상이 좋지 않은 건 어쩔 수 없다. 하필 또 영국 출신인지라 앨범을 파운드화(와 가볍잖은 배송료)로 사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현실은 이렇게 대개 냉혹하다.

그런데 음악은 기대보다 괜찮다. 사실 Rush를 갖다 댈 것은 아닌 것 같고 스타일상으로는 “Beware of Darkness” 시절의 Spock’s Beard와 Big Big Train(또는 좀 더 밝은 분위기의 IQ) 같은 음악을 잘 버무린 듯한 음악인데, ‘Pillars of Petra’ 같은 중동풍 짙은 곡을 제외하면 아무래도 둘 중에서는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 Mark Cunnigham의 보컬이 Neal Morse보다는 좀 더 AOR풍에 가까운 덕분도 있을 것이다. ‘Vigil’ 같은 곡의 서정에서는 Camel의 그림자를 떠올리는 이도 있겠다. 말하자면 잘못하면 서정에 가라앉아 징징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스타일인데, 그래서인지 댄서블할 정도의 에너제틱한 전개에 잠시 서정을 뒤로 하고 고음을 질러주는 Cunningham의 보컬이 돋보이는 ‘Rose and Pink’ 가 앨범의 백미라고 생각한다.

이 밴드가 주목받을 가능성은 어쨌든 낮겠지만 돈을 건다면 주목받는다에 걸고 싶다(만 돈이 없구나). 꽤 즐겁게 들었다.

[Self-financed, 2024]

Nina & Ricky Wilde “Scala Hearts”

Nina Boldt와 Ricky Wilde 듀오의 첫 앨범. 물론 둘 다 잘 모르겠으므로 이렇게 소개하면 정말 하나마나한 얘기일 것이고… Nina Boldt는 그래도 독일에서는 꽤 이름 높은 팝/뉴웨이브 뮤지션이라 하고, 영화 “Drive” OST에도 참여했다고 하니 나름 인정받는 이름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그래봤자 나로서는 이 분이 이 레이블에서 나오는 이런저런 신스웨이브 앨범들에 자주 목소리를 빌려주신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게 없다만.. 그 앨범들의 퀄리티들을 생각하면 어쨌든 이 이름에 신뢰를 보낼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그리고 정말 대체 누군가 싶은 Ricky Wilde는 Kim Wilde의 남동생…이고, 나야 전혀 몰랐지만 위키에 의하면 70년대 초반 겨우 11살에 데뷔 싱글을 내고 Donny Osmonds에 비교되기도 했으며 Kim Wilde의 성공적인 활동을 뒤에서 떠받쳤던 인물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좋게 보더라도 한때 화려했지만 지금까지 그렇다고는 말할 수 없을 80년대풍 ‘숨겨진 실력자’ 정도로 말하면 맞으려나? (Kim Wilde에 대해 내가 아는 바가 그 정도다) 말하자면 어쩌다가 이 둘이 듀오로 묶였는지부터가 사실 좀 궁금해진다. 레이블 컨셉트에 맞으면서 너무 비싸지 않고 하지만 이름만으로도 관심받을 만한 조합을 궁리한 결과물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각설하고

음악은 특별할 것까지는 없는 80년대풍 팝 록의 향기 강한 신스웨이브…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첫 곡부터 Trevor Horn이 참여한 그 시절 디스코 트랙의 커버인데다 ‘Causeway’ 같은 곡은 듣자마자 Roxette 같은 그룹을 떠올리게 하고, ‘Living In Sin’은 보컬만 제외하면 좀 더 어두운 분위기로 무게잡는 Bryan Adams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그러니 저 ’80년대풍 신스웨이브’를 좋아하는 이라면 반길 만한 스타일을들 두루 갖춰놓은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면에서는 타겟 소비자군을 정확히 겨냥한 결과물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 타겟 소비자군이 얼마나 되는지는? 그거야 나도 모르겠다. 이 앨범에 대한 얘기가 잘 안 보이는 걸 보면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하긴 기대도 안 하긴 했지만 아쉬운 일이다.

[NewRetroWave, 2023]

They Eat Their Own “They Eat Their Own”

They Eat Their Own의 유일작. 메탈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Nirvana 등을 위시한 얼터너티브의 물결이 바야흐로 몰려올 시점이었다랄 1990년에 나온 인디/얼터너티브 밴드지만 그렇다고 이 앨범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광경은 딱히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인터넷의 힘을 빌어 보아도 일단 밴드명이 저렇다보니 검색 자체가 잘 되는 편이 아닌 데다, 어쩌다 보이는 흔적들도 인기는 되게 없었지만 그래도 음악은 괜찮았다 식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사실 그럴 만도 한 것이… 정작 이 앨범에 대해 할 수 있는 얘기를 생각해 보면 저 정도 수준에서 더 나아갈 만한 게 별로 없어 보인다.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채식주의자 여성보컬 Laura B.의 카랑카랑함이 돋보이는 LA 출신 밴드이다보니 아무래도 연상되는 것은 “Los Angeles” 시절의 X이고(물론 노래는 Laura B.가 훨씬 잘한다), Ray Manzarek의 유려한 오르간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지만 대신 좀 더 하드록의 기운이 깃든 후끈한 리프가 있다. 어쨌든 ‘Like a Drug’ 원히트원더가 아니냐고 한다면 반박할 건 없지만 1년만 늦게 나왔더라도 그래도 앨범 한두 장은 더 낼 수 있었을 만한 밴드였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음악에서 펑크물 좀 빼고 차트에서 먹힐 만한 달달함을 더한다면 Goo Goo Dolls 같은 스타일이 나오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이들의 34년간의 판매고를 끌어모아 봐야 Goo Goo Dolls의 발끝에도 비비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앨범의 백미를 꼽는다면 단연 ‘Like a Drug’겠지만 사실 ‘Better Now’나 ‘Cancer Food’ 같은 곡이 에너제틱하다는 면에서는 더 나아 보이고, ‘Locked Up’의 은근 트리키한 연주도 메탈바보로서 그리 거부감이 없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Relativity,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