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Mirrored to the Sky”

Alan White까지 떠난 뒤에도 Yes는 이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신작을 내놓았다. 하긴 이제 밴드의 ‘클래식’ 멤버는 Steve Howe 뿐이고, Howe를 제외하면 80년대나마 밴드의 ‘한창 시절’ 맛을 본 멤버는 Geoff Downes 뿐이다. 이 두 베테랑이 나머지 젊은이들(이래봐야 물론 정말 젊은이는 아니다만)을 이끌고 명맥을 이어 나가는 이 밴드가 그 한창 시절의 에너지를 유지할 거라고 볼 수는 없겠다.

그러니까 너무 삐딱하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이 앨범은 생각보다 더 괜찮게 들린다. 물론 Billy Sherwood가 여전히 한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사실이 못내 불만스럽지만 멤버들 각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다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Alan White의 빈자리를 채운 Jay Schellen의 연주도 (Yes의 드러머치고는)화려하다기엔 좀 그렇지만 충분히 탄탄하게 들린다. Billy Sherwood마저도 그가 참여한 Yes의 어느 앨범에서보다도 나은 연주를 들려준다. 특히나 Steve Howe가 역동적인 리듬에 얹혀진 오케스트레이션을 뒤로 하고 발군의 연주를 보여주는 ‘Mirror to the Sky’는 적어도 ‘Machine Messiah’ 시절의 Yes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건반이 Geoff Downes이다 보니 그런 것도 있긴 하겠다.

Jon Davidson이 들어온 이후의 앨범들 중에서는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게 들린다. 실망스러웠던 “Heaven & Earth”와 Chris Squire의 빈자리를 감출 수 없었던 “The Quest”에 비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사실 ‘Mirror to the Sky’ 한 곡만으로도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Inside Out, 2023]

Fair Warning “Live and More”

몰랐는데 Helge Engelke가 4월에 대장암 수술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사실 한창 시절 돌아다니던 광고문구마냥 독일이 낳은 초일류 연주자냐면 아무래도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Uli Jon Roth 짝퉁 기타리스트들과는 분명히 구별될 정도의 개성과 기량은 충분히 보여줬을 것이다. 독일 하드록/헤비메탈 기타리스트가 Uli Jon Roth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도 이상할 일이다(그랬다면 사실 그건 실력보다는 인성파탄의 인증에 가까울 것이다).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런 의미에서 간만에 한 장을 듣는다면 아무래도 Helge의 본진일 Fair Warning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 망라된 이 앨범이 아닐까? 이름에 Warning 들어간 밴드들 중에서는 첫손가락이야 절대 안 되지만 그 다음 정도는 충분할 커리어(물론 1등은 압도적인 차이로 Fates Warning에게 돌아간다)의 이 밴드가 X반을 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멜로딕 하드록이라는 장르의 정수가 담겨 있는 건 데뷔작부터 “Go!”까지의 세 장일 것이고, 그런 만큼 “Go!” 이후 나온 이 라이브야말로 Helge Engelke의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시절을 보여줄 것이다. 애초에 일본 말고 다른 곳에서는 이 장르의 생명력이 사그라진 시절이었으니 일본 라이브라는 것도 장점에 가깝다.

발라드가 많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이들도 있지만 적당한 드라이브감에 직관적이고 분명한 멜로디를 얹어 단숨에 때려박아넣는 모습을 보자면 이내 그런 얘기도 들어간다. Uli Jon Roth마냥 하이프렛 바이올린 따라잡기 놀이도 보여주는 솔로잉도 화려하긴 하지만 기교보다는 화려한 멜로디 덕에 연주까지 더욱 화려하게 느껴진다. ‘Angels of Heaven’이나 ‘Save Me’ 같은 곡은 뭐 차은우마냥 잘 생긴 보컬이 부른다면 케이팝 가요방송 무대에 오르더라도 꽤 반응이 있지 않을까? 물론 포스트의 절반이 블랙메탈로 점철된 블로그 굴리는 아재의 생각이니 적당히 이해하고 넘어가자.

[Zero, 1998]

Division S “Something to Fuck and Lose”

우리에게는 ‘마실 거’ 연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고 하면 완전 뻥인 이 밴드는 사실 딱 한 장의 앨범을 제외하면 제목에 ‘마실 거’가 다 들어가는 독특한 디스코그라피를 보여주고 있었는데, 그 한 장도 “Something to Smoke”였으므로… 어찌 보면 그야말로 술담배의 현신과 같은 밴드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Something to Smoke”는 밴드의 앨범들 중 유일하게 피지컬을 내놓지 않은 앨범이었으므로 어쨌든 이 밴드의 본령은 ‘마실 거’에 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물론 대체 뭘 마신다는 건지는 도통 알 수 없지만, 이런 밴드가 삼다수 마시면서 음악 활동을 할 것 같지는 않으므로 각자 떠오르는 이미지대로 생각하는 게 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앨범은 Division S가 ‘마실 거’ 얘기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눈에 띌 수밖에 없지만 음악은 사실 그 이전과 별로 다를 게 없다. 적당히 음울한 포크와 카바레, 라운지, 크루너 보컬에 적당히 퇴폐적이고 담배연기 자욱해 보이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싼티나는 사이키델릭이 어우러지지만, 그래도 ‘마실 거’ 연작들보다는 개별 파트들이 명확한 존재감을 보여주면서 좀 더 ‘팝송’ 다운 곡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Division S의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듣기 편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Boyd Rice가 Nick Cave 스타일을 괴팍하게 뒤튼 듯한 이 스타일이 그래봐야 듣기 편할 수는 없겠다. 결국 Division S를 이미 접해 본 이들을 위한 음악일 것이다.

뭐 그래도 밴드의 입문작으로는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100장 한정이라니까 움직이실 분은 너무 시간 끌지 않는 게 좋…겠지만, 하긴 작년에 100장 한정으로 나온 “Something to Drink & Smoke”도 아직도 많이 보이더라. 여태까지 몇 장이나 팔렸을까.

[Steinklang Industries, 2023]

Scott Walker “Tilt”

John Giblin이 지난 주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일단 명복을 빈다. 그런데 John Giblin이 어떤 밴드나 솔로 활동으로 일세를 풍미했다고 하기엔 확실히 부족해 보이기는 하다만, 그래도 80년대 다양한 뮤지션들의 많은 노작들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지라 이렇게 부고기사 하나 찾아보기 어려운 거 보면 조금은 필요이상 저평가된 거 아닌가?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이 분이 또 막 초일류 연주자냐면 그건 아니기도 하고 결국 이 분이 참여한 앨범을 들었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쨌든 베이스는 아니기 때문에(그건 세션맨의 숙명이기도 하렷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간만에 이 앨범. 이 분의 가장 잘 알려진 활동이라면 역시 Brand X나 Kate Bush, Phil Collins의 앨범들이겠지만 그래도 90년대 이후 이 분이 참여했던 앨범 중 가장 의미 있는 결과물이라면 결국 Scott Walker와의 공작이 아닐까 싶다. 간만에 나타나서 포크 뮤지션을 넘어 음울하고 묵직한 챔버 팝(또는 일그러진 바로크 팝? 또는 Scott Walker식으로 변주된 다크웨이브?)을 들고 나타난 이 앨범에서 예의 그 어그로로 가득한 가사 말고 팽팽하게 날 선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베이스와 드럼, 퍼커션의 리듬 파트라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직설적인 감도 있는 가사에 비해 연주는 확실히 조금 더 물러서 있는 편이고, 잿빛 드론 사운드 사이에서 의외일 정도로 공격적이고 기계적인 면모를 가져가는 리듬은 앨범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당연히 앨범의 중심에는 역시 Scott Walker의 기타와 목소리가 있지만 강박적인 비트의 ‘Bouncer See Bouncer’나 ‘The Cockfighter’ 같은 곡들은 그런 리듬이 없이는 등장할 수 없어 보인다.

이 글에서도 그렇듯이 결국은 본인보다는 본인이 받쳐줬던 다른 이의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니 아무래도 끝내 주목받을 팔자는 아니었나보다. 뭐 그러니 나 같은 사람이라도 글 한번 더 남기는 게 나아 보인다. 그동안 좋은 거 많이 들었습니다.

[Fontana, 1995]

Magma “Mekanïk Destruktïw Kommandöh”

Pearl Jam의 “Yield”가 25년이 됐지만 이 앨범은 50년이 됐다는 얘기를 듣고 간만에. 하지만 애초에 내가 이 앨범을 접한 건 30년이 되지 않았으므로… 그 정도의 느낌까지는 사실 없다. 물론 이 앨범 자체가 애초에 고리타분하다는 소리를 들을 스타일 자체가 아니기도 하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Zeuhl이라는 스타일이 많은 이들에게 익숙해지지는 못했다는 뜻일테니 밴드 본인들은 그런 얘기를 좋아할지 잘 모르겠지만, 하긴 이런 음악 하면서 빅 히트를 기대했다면 아무리 프로그의 시대였을지언정 도둑놈 소리 듣기 꽤 좋아 보인다. 각설하고.

아무래도 Magma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잘 알려져 있겠지만 컨셉트를 밀어붙이다 못해 아예 Kobaia 세계관에 언어까지 만들고 그런 가운데 강력한 리듬 파트를 바탕으로 때로는 인더스트리얼 마냥 공격적이고 주술적일 정도의 분위기까지 밀어붙이는 강력함… 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재즈 물 많이 먹고 연주력 뛰어나고 한 것도 다들 인정하지만 그런 건 사실 Magma만의 특징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결국은 프로그레시브의 역사에서 가장 스페이스 오페라를 밀도 있게 구축한 사례의 하나라고 하는 게 제일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게 사견. 프로그레시브의 역사에 우주생물은 많았지만 그 분들은 우주 얘기를 했다기보다는 본인이 그냥 우주인이었던 사례에 가까웠고, Magma는 편집증적이기는 했겠지만 그래도 야망 넘치는 ‘인간’에 가까워 보였던 Christian Vander가 끝내주는 우주 얘기를 짜내 와서 음악으로 풀어냈던 사례라고 하는 게 맞아 보인다.

말하자면 Magma식 록 오페라이므로 몇몇 곡을 집어내는 건 그리 적절하진 않은 얘긴데, 그레도 Zeuhl이라는 장르의 제대로 된 시작점이었을 ‘Da Zeuhl wortz Mekanik’, 공격적이다 못해 호전적인 퍼커션을 뒤에 업은 무조적인 전개가 돋보이는 ‘Kobaïa is de Hündïn’ 등은 참 오랫동안 들은 곡이다. Dune의 사운드트랙을 한번쯤은 Magma가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는데… 워너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리가 없으므로(미쳐도 그럴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상상으로 넘어간다.

[Vertigo, 19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