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her’s Army “Mother’s Army”

굳이 한국말로 옮기면 좀 뭣해지는 이름의 이 밴드는 다들 한가닥 하던 이들만 모아놓은 ‘슈퍼 밴드’였지만, 멤버들의 이름값에 비해서는 밴드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편이었고(어디까지나 이름값에 비해서는), 앨범을 실제로 구하는 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생각해 보면 이유는 분명했다. 1993년이니 이런 하드록이 인기를 끌 시절은 지난 시점이었고, 덕분에 일본에서만 발매된 앨범이었으니 이거 말고도 살 게 많았던 돈없는 학생에게 후순위로 밀릴 이유는 차고도 넘쳤다. 그렇게 안 사고 버티다 보면 언젠가 저렴하게 보이기 마련이건만 애초에 이 앨범을 찾아들은 이가 그리 많지 않았는지 중고로도 별로 나오지 않았다. 덕분에 이 앨범을 구했을 때 이미 그 학생은 나이가 예전보다는 들어 있었다. 돈없는 건 다를 거 없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구한 앨범은… 멤버들의 구력이 있다보니 평타는 치더라도 어느 하나 돋보일 것 없어 보이는 애매한 내용물을 담고 있었다. 탄탄한 리듬 파트를 믿어서인지 조금은 재즈 물까지 엿보이는 멜로딕 하드록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고, 이걸 프로그레시브하다 할 수도 있겠지만(물론 그리 복잡하진 않다) 그 트리키한 구석이 사실 별 맥락 없이 등장하는지라 들으며 대단하단 느낌은 들지 않는다. 말하자면 프로그 안 키우던 분들이 하는 부적절한 프로그의 전형인 셈인데, 그러니 차라리 좀 더 헤비한 음악으로 가는 게 좋잖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얄팍한 녹음은 그런 기대를 앨범 초장부터 접게 만든다. ‘Darkside’나 ‘By Your Side’의 적당히 블루지하면서도 나름 준수한 멜로디의 하드록이나, 앨범 중간중간 빛을 발하는 Jeff Watson의 솔로잉이 귀에 박히긴 하지만, 이 밴드에 이 정도를 기대한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일본반이니 싸지도 않았는데.

그래서인지 이 앨범을 OBI까지 잘 간직하고 있건만 어째 이 앨범은 재발매도 안 되면서 내가 구할 때보다도 가격이 더 내려가고 있는 천인공로할 시세를 보여주고 있다. 본전치기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법이다.

[Far East Metal Syndicate, 1993]

Of the Wand and the Moon “Midnight Will”

Of the Wand and the Moon의 장점 중 하나는 꾸준하게 계속 앨범을 지금껏 내 오는 몇 안 되는 네오포크 밴드이면서도 앨범 간에 기복이 별로 없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밴드의 단점으로 흔히 얘기되는 것이 데뷔작부터 가장 최근의 “Nothing for me Here”까지 스타일상의 변화가 거의 없다는 점임을 생각하면 사실 이게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조금 헷갈리는 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회고적인 경향 짙은 장르에서 변화가 심하지 않다는 것을 단점이라기는 좀 지나치지 않으려나? 따지고 보면 Kim Larsen이 Saturnus 시절 보여준 스타일과도 연결되는 모습인만큼 그냥 어느 덴마크 뮤지션의 뚝심 같은 것일지도 모르고.

그런 의미에서 Of the Wand and the Moon의 최고 ‘문제작’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Midnight Will”이라고 생각한다. Death in June보다는 좀 덜 건조하고 감상적인 분위기의 포크이지만 Saturnus 시절 구력 덕분인지 밴드는 데뷔작에서 앰비언트 연주를 어쿠스틱 기타의 배경으로 삼는 데 익숙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Winter Veil’이나 ‘A Dirge’가 그런 전개의 네오포크의 전형이라면 ‘A Mass’나 ‘Brace Yourself’의 기괴한 다크 앰비언트는 밴드가 이 EP에서 나름 새로운 시도를 의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그런 시도도 따지고 보면 Current 93이나 Blood Axis(특히 “The Gospel of Inhumanity”)가 이미 보여준 바 있으므로 마냥 새롭다 할 수는 없겠지만, Kim Larsen과 Boyd Rice를 애초에 비슷한 부류로 생각한 사람도 아마 거의 없었을 것이다. Of the Wand and the Moon의 곡이라고 생각하면 황당할 지경이다.

말하자면 (물론 모든 앨범이 비슷하긴 하지만)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밴드의 스타일이 비로소 자리잡은 건 이 EP에서라고 생각하고, 결국 밴드의 이후의 앨범들은 더 프로그레시브해지거나, 아니면 좀 더 분위기 위주의 전개를 보여줄지언정 스타일에 있어서는 이 시절과 큰 변화가 없었다. 네오포크라는 장르가 힘을 잃기 전에 마지막으로 장르의 대표작들을 쏟아내던 시기이기도 했을 것이다. 물론 장사 안 되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였겠지만 말이다.

[Eis & Licht, 2000]

Bain Wolfkind “Music for Lovers & Gangsters”

Bain Wolfkind가 유명하느냐 묻는다면 그거야 고개를 젓겠지만 Der Blutharsch에 관심이 있는 인물이라면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이름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편이다. Bain은 이미 “When Did Wonderland End?” 에 자신의 목소리를 선사한 바 있었고, 자신의 일렉트로닉 프로젝트인 Novo Homo를 통해 활동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저 커버는 Der Blutharsch나 여타 네오포크 그룹들과는 애초에 결이 좀 달라 보인다. 덕분에 Bain Wolfkind의 작품이라 하나, 이 앨범이 무슨 스타일을 담고 있을 지 예측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앨범의 타이틀을 보매 소위 ‘밑바닥 인생들’ 에 관련된 얘기일 것이라는 정도.

음악은 기타, 드럼, 하모니카, 피아노의 단촐한 편성으로 나름 다양한 스타일을 섞어내지만 그 근간은 (무척 괴팍하게 변형된 형태의)블루스에 가까워 보인다. 록은 물론 포크, 재즈, 블루스, 느와르 뮤직까지 다양하게 섞어내는 편인데, 물론 그 경계는 불명확한 편이다. 마찬가지로 Wolfkind가 이 앨범에서 들려주고 있는 가사도 내용은 다양한 편이다. ‘Burlesque’ 는 – 느와르에서나 나올 법한 – 늦은 밤의 치정살인 이야기를, ‘Driving All Night’ 은 비 오는 날 트렁크에 사체를 싣고 달리는 이의 이야기(물론 이렇게 단순하진 않다만)를 다루는 등 – 적당한 사랑 얘기도 들어간다. 말하자면 다양한 ‘밑바닥 인생’ 군상들을 그려내고 있는 앨범이고, 그렇다면 블루스는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Bain을 굳이 다른 뮤지션에 비교한다면 Nick Cave and the Bad Seeds 정도일 것이라 생각한다. 밴드가 보여주는 이미지는 사실 근래와는 다른 과거의, 소급적이면서도 폭력적인 서사들이다. 네오포크형 murder-ballad라 할 만한 ‘Shiny Steel Blade’ 나 사디스틱한 면모까지 보이는 ‘My Name is Poison’ 등은 Nick Cave가 내세우던 주인공에 비해서 좀 더 비정하긴 하지만(말하자면 하드보일드 버전), Der Blutharsch에서 노래 부르던 분에게 Nick Cave 수준의 낭만을 요구하는 건 과하지 않을까? 확실한 건 그런 건조함만 이겨낼 수 있다면 이 훌륭한 이야기꾼의 앨범에서 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겠다는 점이다. 멋진 앨범이다.

[Hauruck!, 2005]

Āustras Laīwan “Birds in Shells”

Āustras Laīwan은 칼리닌그라드 출신의 네오포크 밴드이다. 좀 더 자세히 소개한다면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돋보일 것까지는 없(다고 생각하)는 네오포크 밴드 Sunset Wings에서 나름 팔방미인 역할을 하고 있는 Alexey Popov의 프로젝트라고 해야겠다. 또 덧붙이자면 Alexey의 가장 빛나는 이력은 Romowe Rikoito의 “Undēina”에서 혼자서 기타에 드럼에 글로켄슈필에 기타 이것저것 다 하면서 꽤나 존재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일단 개인의 능력 자체는 나름 검증됐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음악은 포크의 ‘전형’에 좀 더 다가가 있는 류의 네오포크라고 해야겠다. 편성 자체가 단촐한 건 아니지만 인더스트리얼을 섞는 등의 시도는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Incredible String Band와 Pentangle을 지역색을 조금은 걷어내면서(정말 러시안풍을 찾아볼 수가 없다) 짬뽕한 듯한 스타일을 그네들 나름대로 서정을 강조해서 풀어내는 음악이라 생각하는데, Alexey의 목소리가 David Tibet를 떠오르게 하는 바가 있는지라 그런 서정이 청자로서는 꽤 삐딱하게 다가오는 바가 있다. 말하자면 목가적이기는 한데 자기 세계 좀 있는 농부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그래도 앨범의 핵심은 결국 장르 본연의 매력에 있을 것이다. ‘Carpe Diem / Avēs Et Mollia’ 같은 곡은 그 삐딱함 가운데 왜 굳이 이런 잔잔한 네오포크를 찾아듣는지 이유를 알려주는 곡이라 할 수 있고, ‘De Avibus Et Conchis’ 같은 곡은 Alexey가 팔방미인을 넘어 혼자서 분주하게 실내악을 꾸려내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멋지다는 뜻이다.

[Wrotycz, 2015]

Okidoki “When Oki meets Doki”

이 앨범을 구하게 된 이유는 사실 달리 없고, 오키도키란 이름을 밴드네임으로 짓는 이들은 대체 무슨 음악을 할까 하는 의문이었다. 이름만 봐서는 별 의미없어 보이긴 매한가지인 Yes가 엄청난 음악을 들려줬던 기억이 떠올랐을지도 모르겠다. 오키가 도키를 만났을 때라는 앨범명도 당췌 무슨 의미일지 의문스럽다. 그냥 밴드명을 이용한 딱히 번뜩이는 센스까지는 없어 보이는 말장난일수도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큰 기대는 없이 구해본 앨범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메탈헤드가 어쩌다 구하게 되는 재즈 앨범이 으레 그렇듯이.

그렇게 구한 앨범은 사실 꽤 들을 만하다. 이 툴루즈 출신 재즈 쿼텟의 스스로의 소개에 따르면 ‘드림 재즈’라지만… 재즈인 건 알겠으나 연주는 마냥 재즈적이지만은 않고, 그보다는 Soft Machine에서 기타를 빼면서 재즈 물을 좀 더한 정도라고 하는 게 더 맞아 보인다. Anja Kowalski의 보컬은 기본적으로 연주가 명확하게 제시하는 멜로디라인을 따라가고 있지만 때로는 Dagmar Krause의 소시적 미친년 모드…를 따라하는 듯한 모습도 보여준다. 하긴 Slapp Happy가 같이 놀던 밴드가 하도 비범한 분들이 많아서 그렇지 원래 이 밴드는 좀 뒤틀린 데가 있는 팝 록 정도로 시작한 이들이었다. Slapp Happy 특유의 실내악적 공간감을 따라가려는 모습을 기본으로 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Looking at Kuniga’는 (뒤로 갈수록 점점 삐딱해지는 면모가 있기는 하지만)어느 힙한 동네의 장사 무섭도록 안 되는 외진 카페에서 흘러나올 bgm으로도 어울릴 것이라 생각한다.

RIO는 좀 너무 빡세서 힘들지만 실험적인 음악은 관심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라면 일청을 권해볼 만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RIO를 굳이 찾아 들어봤을 정도라면 이런 추천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꽤 재미있게 들었다.

[Linoleum,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