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ger Project “The Same Inside / Assembly”

컨트리나 아메리카나 류의 장르에는 별 아는 바가 없지만 Cowboy Junkies는 꽤 좋아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이 밴드가 보통 얼트-컨트리 레떼르를 달고 앨범을 팔기는 하지만 정작 음악은 꽤 포크나 블루스 테이스트가 강해서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내가 딱히 블루스 취향인건 아니지만, 어쨌든 컨트리 소리를 듣는 밴드이다 보니 블루스 색채도 짙은 정도까진 아닌 이 밴드가 귀에 들어오기에는 취향상 무척 좋은 조건이었을 것이다. Margo Timmins가 90년대 여성 싱어송라이터들(Lilith Fair에 나오기 딱 좋은 그런 스타일의 뮤지션들)이 우후죽순 튀어나오기 전에 일종의 롤모델을 제시하는 마냥 꽤 훌륭한 보컬이었다는 것도 그렇고.

Hunger Project는 그 Cowboy Junkies의 전신인데, Cowboy Junkies의 인터뷰에 의하면 Alan Anton과 Micheal Timmins가 소시적에 하던 형편없는 음악을 연주했던 밴드…정도로만 얘기가 나오는지라 딱히 이 7인치 싱글에 쓰여 있는 외에 추가적인 정보는 잘 모르겠다. 다만 Cowboy Junkies의 음악과는 사뭇 다른 별다른 연결점은 없어 보이는 Joy Division을 의식했을 포스트펑크를 연주하고 있으니, 이들이 어린 시절에는 뭘 듣고 자랐었고, Cowboy Junkies의 음악에서 은근히 풍기는 약 냄새와 펑크풍이 어디에서 비롯한 것일지 짐작케 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곡 자체로만 보면 기타의 쟁글거림이 귀를 좀 끄는 면이 있긴 해도 이 정도라면 습작 얘기를 안 듣기는 좀 어렵잖을까 싶다. Liza Dawson-Whisker의 보컬도 노래에 안 맞는 건 아니지만 Margo Timmins에 비할 정도는 아니다. 하긴 이런 경험이 있었으니 Cowboy Junkies를 만들 때는 굳이 여동생까지 데려온 거겠지.

[Latent Recordings, 1983]

Subway Mirror “Subway Mirror”

존재와 이름이야 꽤나 알려져 있었으나 정작 실제로 들어봤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던 Dan Swanö(Edge of Sanity의 그 분 맞음)의 얼터너티브 프로젝트. 그러니까 몰랐던 사람이라면 이 간략한 설명만으로도 뭐가 대체 어쨌다고? 소리가 나올 정도인데, 덕분에 부클렛에는 왜 이런 프로젝트가 등장했는지에 대한 Dan Swanö의 꽤 구구절절한 변이 등장한다. 대충 요약하자면, 자기 커리어가 데스메탈 일색인 건 알지만 자기는 기본적으로 팝-록 가이고 메탈 말고도 좋아하는 음악이 많다. 하지만 나도 바보는 아니므로 성공을 위해 데스메탈에 진력하기로 했지만, 그래도 나머지 음악이 싫어진 건 아니었다. 그래서 이런 밴드가 생겨나게 됐다. 하지만 데스메탈 말고 다른 음악을 좋아한다고 했다가는 트루하지 못하다는 말을 듣는 시절이었고, 덕분에 데스메탈을 팔아먹고 있지만 사실은 얼터/펑크 가이였던 레이블 주인장들도 입 싹 닫고 있었다 뭐 이런 얘기들이다. 말하자면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실사판을 이미 그 시절 찍고 있었던 셈이다.

음악은 꽤 괜찮다. 그런지 리프를 때로는 Smashing Pumpkins의 젊은 시절을 생각나게 할 정도의 90년대 얼터너티브풍과 함께 엮어낸 음악인데, 아무래도 경력이 경력인지라 프로그한 기타 연주도 등장하지만(이런 부분은 사실 Nightingale이나 Unicorn과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하긴 기타 치는 Peter Edwinzon도 Unicorn의 그 분이다) 기본적으로 그 시절 얼터너티브가 그랬듯 조금은 그림자가 졌지만 신나는 펑크 리프와 멜로디의 음악이다. Alphaville의 ‘Forever Young’ 얼터너티브 버전 커버를 듣자면 ‘팝-록 가이’를 자처하던 Swanö가 킬킬대면서 연주하는 모습이 떠오르는데, 그 프로그 터치 덕분인지 손끝에 밴 메탈의 기운 때문인지 때로는 Collective Soul 같은 밴드가 떠오르기도 한다(특히 ‘Clouds’에서).

취향을 떠나서, 90년대 얼터너티브와 Dan Swanö의 이름을 모두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무척 재미있을 만한 앨범이다. 솔직히 듣고 좀 기가 막혔다. 좋은 뜻으로. Divebomb에서 금년 재발매…라는데, 사실 재발매라 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 그 전에 피지컬 자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까.

[Divebomb, 2021]

Ollie Wride “Once In A Lifetime(Live from Lafayette)

공연을 열고 간다는 자체가 어려운 얘기가 되어 버린 이 코로나 시대에 안 그래도 라이브와는 거리가 확실히 있는 신스웨이브 뮤지션이 라이브(물론 온라인 라이브였지만)를 연다는 자체가 특이할 일인데, 이걸 넘어서 라이브 앨범을 냈으니 더욱 눈에 띈다. 2021년 3월 13일 런던 Lafayette에서 했다는 이 라이브 음원은 원래 3월 27일 Ollie Wride의 온라인 공연 티켓을 구매한 이들을 위한 것이었다고 하나, 이후 Ollie의 공연에서도 유통되었고, 결국 이렇게 정식 앨범화됐다고 하니 반응은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다. 600장 한정이긴 하지만 이 장르의 앨범들이 보통 몇 장 정도로 피지컬이 나오는지를 생각하면 이례적일 정도로 많이 나온 앨범이기도 하고.

물론 Ollie Wride는 말이 신스웨이브지 사실 AOR이라 하는 게 더 어울릴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고, 이 앨범도 역시 실제 밴드를 편성하여 가진 라이브를 담고 있다. 말하자면 장르 본연의 모습과는 좀 거리가 있는 음악인데, 하긴 그러니까 이런 공연을 갖는 자체가 의미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원곡에 좀 더 후끈한 기타 연주를 붙인 ‘Juliette’이 이런 앨범의 모습을 대표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미발표곡인 ‘A Mattter of Time’이 “Thanks in Advance”의 곡들보다 좀 더 록적인 면모인 걸 보면 이런 스타일이 Ollie가 원하는 방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긴 Ollie 입장에서는 FM-84는 애플 다니던 어느 회사원의 (회사원치고는 지나치게 뛰어났던)음악적 영감을 실현하는 데 목소리를 빌려 준 정도에 가까울 것이다.

사실 말이 라이브지 온라인 라이브라는 상황 덕분에 관객들의 열기 같은 건 전혀 느낄 수 없는 앨범이지만, 일단 ‘신스웨이브 라이브 앨범’이란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고, 그런 내용들을 떠나서 ‘Stranger Love’ 같은 히트곡들의 존재 자체로 즐거운 팝 앨범이기도 하다. 그냥 이 분은 Frontiers 같은 곳으로 가서 앨범을 내는 게…

[NewRetroWave, 2021]

Various “Animals Reimagined : A Tribute to Pink Floyd”

걸출한 뮤지션들이 모여 만든 또 다른 Pink Floyd의 “Animals”의 트리뷰트. 왜 굳이 “Animals”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이런 기획이야 흔하기 흔하기도 하고) “Animals”는 시절이 시절인지라 밴드의 앨범들 중 가장 하드록 냄새가 강한 앨범이었고, 이 앨범이 평소에 프로그 공룡 밴드의 트리뷰트에서 흔히 볼 수 없는 Carmine Appice나 Vinnie Moore, Graham Bonnet 등을 껴주고 있는 건 바로 “Animals”의 트리뷰트였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누구를 트리뷰트할 게 아니라 트리뷰트를 받는 게 더 어울릴 Arthur Brown을 위시하여 Patrick Moraz, Rick Wakeman, Martin Barre 같은 프로그레시브 거물들이 끼어 있는 것도 아마 앨범의 그 이름값 덕분일 것이다. 물론 화려하긴 하나 이 당췌 뭔 생각으로 멤버를 이렇게 짰는지(Bauhaus의 David J.는 뭔가 싶었다) 알 수 없을 멤버 구성은 무근본 트리뷰트로는 손꼽힐 Cleopatra Records 덕분일 것이다.

그래도 뛰어난 원작과 뛰어난 멤버들의 기량에 힘입어 앨범은 나쁘지는 않다. 아무래도 멤버들의 스타일과 발전된 기술의 탓인지 원작보다 확실히 ‘라우드’하게 녹음된 덕분에 원작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다가오는데, 덕분인지 Jordan Rudess와 Vinnie Moore가 종횡무진 활약하는 가운데 Pink Floyd 보컬의 커버라는 본전도 뽑기 어려울 미션을 Graham Bonnet이 나름 훌륭하게 소화해낸 ‘Dogs’가 특히 귀에 박힌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떻게 자리를 용케 얻어낸 우리의 Billy Sherwood와 Jon Davidson은 ‘Pig on the Wing Pt.2’ 에서 Pt. 1.의 가사로 노래하면서 앨범의 피날레를 망쳐버렸다. 다른 앨범도 아니고 “Animals”의 가사를 이렇게 절었으니 이해가 되지 않는데, Pink Floyd의 트리뷰트가 사실은 잘 되기를 원하지 않았던 Yes 멤버의 트로이목마 놀이일까? 좀 많이 그렇다.

[Cleopatra, 2021]

Atticus Fault “Atticus Fault”

2002년 이 한 장을 내고 사라…지진 않았지만 더 이상 앨범을 내지는 못한 내쉬빌 얼터너티브 록 밴드의 유일작. 음악은 사실 어쨌든 얼터너티브이긴 한데, 특이한 점은 이 밴드를 뒤늦게나마 얘기하곤 하는 이들은 얼터너티브보다는 AOR이나 프로그레시브 록을 즐겨 듣는 이들인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이다. Pink Floyd나 Yes를 언급하는 이들도 있고, 전자는 ‘Soundtrack’이나 ‘My First Trip to Mars’ 같은 곡들을 보면 분명히 납득도 되나 Yes 얘기는 사실 아직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얼터너티브 록이라곤 했지만 사실 그만큼 다양한 장르들의 파편을 발견할 수 있는 앨범이기 때문에 나오는 얘기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간다.

그렇지만 그 다양한 파편들을 매끈하게 하나로 엮어내고 있는 것은 밴드의 팝 센스다. 기타의 명확한 멜로디라인(과 심플하지만 인상적인 솔로잉)이 AOR 팬들에게도 어필한 모양이지만 사실 그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약간은 Bono스러운 보컬 덕분에 U2, 와 Coldplay이다. 비교적 드라이브감 강한 ‘Silver Stars’나 같은 곡에서는 Coldplay보다도 이 미국 밴드가 더 ‘브릿’하다고 느껴질 정도인데, 앞서 언급한 그 ‘Pink Floyd스러운’ 분위기와 키보드 연주가 거기에 회화성을 더한다. Coldplay를 듣고 되게 좋다고 생각했던 적이 암만 생각해도 딱히 없는데 이 앨범은 솔직히 아주 좋게 들었다. 감명받았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MCA,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