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itzkrieg Baby “Porcus Norvegicus”

Blitzkrieg Baby는 바로 그 Kim Solve의 인더스트리얼 프로젝트인데, 본업이야 ‘비주얼 아티스트’라고는 하지만 이것저것 블랙메탈 프로젝트들을 워낙 많이 하는지라 그냥 노르웨이 블랙메탈 씬의 일부처럼 여겨지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긴 Ulver와 Darkthrone, Solefald, Arcturus, Enslaved와 작업하는 정도이니, Ed Repka의 그림을 보고 스래쉬를 당연히 연상하듯 Kim Solve의 이름에서 노르웨이 블랙메탈을 연상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메탈이 아니고 인더스트리얼에 손을 댔다는 점은 조금은 의외일 수 있는데, 하긴 말이 블랙메탈이지 장르의 전형과는 한참 동떨어진 음악만을 해 왔으니 뭘 한들 이상하진 않을지도.

보통은 Thorofon풍의 좀 더 ‘디스코적인’ 인더스트리얼이라고 소개되는 앨범이지만 그보다는 Laibach 같은 밴드에 비교하는 게 더 낫잖나 싶은데(Laibach도 간혹 댄서블하기는 하니까), 앰비언트나 네오 클래시컬, 가끔은 마샬 인더스트리얼까지 등장하는 덕에 작풍은 이들이 더 복잡하고 서사적인 편이다. ‘First Movement, First Kill’ 같은 곡은 과장 좀 섞으면 ‘시네마틱’할 정도인데, 이런 면모와 ‘Disneyfied, delirious and HIV+’ 같은 곡의 괴팍한 카니발은 앨범을 몬도가네풍 영화의 OST마냥 만드는 구석이 있다. 물론 ‘Pig Boy’와 같은 과격한 밀리터리 비트로 중간중간 분위기를 환기하는만큼, 이 괴팍한 서사를 음악으로 표현하는데도 듣기가 마냥 피곤하진 않다. 그런 면에서는 단정한 어투로 온갖 욕지기를 쏟아낼 줄 아는 인더스트리얼계의 음유시인이라는 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도? 이 밴드를 알게 된 건 솔직히 행운이라 생각한다.

[Neuropa, 2013]

Echo Us “Echo Us”

Greyhaven(그 메탈코어 밴드 말고)의 유일작을 꽤 좋아한다. 사실 커버도 좀 그렇고 음질도 그리 좋지는 않지만 이만큼 ‘스페이스한’ 느낌의 키보드 연주를 잘 보여준 밴드는 이 장르에서 이후에도 그렇고 이전에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굳이 다른 밴드를 끌어오자면 “Disconnected” 시절 Fates Warning에 Rush를 꽤나 의식했지만 공간감 넘치는 키보드를 얹어낸 음악에 가까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장사가 될 리는 만무했고, 그 키보드 치던 Ethan Matthews는 이후 수 년의 와신상담 끝에 Echo Us라는 이름으로 음악계에 복귀해서 예나 지금이나 형편없는 판매고를 무릅쓰고 지금껏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이름을 바꿔 나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Greyhaven의 그림자가 짙게 느껴지는 키보드다. 그래도 Greyhaven이 메탈이었다면 Echo Us는 프로그레시브 록의 구성을 많이 빌어온 일렉트로닉에 가까운 음악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Mike Oldfield의 톤으로 연주하는 Genesis풍 네오프로그를 따라한 일렉트로닉 음악(복잡하다 참)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11분에 육박하는 ‘Her Heart’s Army/White Wednesday’는 아무래도 그런 경향 하에서만 나올 수 있을 만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Greyhaven이 망해서 그런지 사운드의 톤은 Greyhaven보다도 더 어두운 면이 있는데, Greyhaven이 약간 ‘어두운 우주’ 느낌이었다면 이 앨범은 우주적인 느낌은 확실히 덜하다. 아마 Ethan의 자전적인 앨범이 아닐까 짐작하는데, 어쨌거나 나는 꽤 즐겁게 들었다. Echo Us의 이름으로 나온 몇 장의 앨범들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든다. 아마 대개는 나와는 좀 다를 것이다.

[Absolute Probability, 2005]

Schizoid Lloyd “Virus”

Schiziod Lloyd에 대해 알려져 있는 건 아직까지도 별로 없다. 기껏해야 2007년부터 활동해 온 네덜란드의 6인조 프로그레시브 밴드라는 정도. metal-archives에서는 Rob Acda Award에서 수상한 밴드라고 소개하고 있으나… 수상하다고 써놓은 거 보면 쓴 이도 이거 써봐야 누가 알겠냐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저 상을 탄 덕분에 Ayreon 등의 프로듀스를 맡은 Oscar Holleman(문득 Ayreon의 앨범을 Arjen Lucassen이 프로듀스하지 않았다는 게 놀라워진다)의 도움을 얻어 이 데뷔 EP를 낼 수 있었다니 밴드로서는 어쨌든 뜻깊을지 모르겠다.

간단히 얘기한다면 ‘모던 프로그레시브’겠지만, 사실 Kingstone Wall풍 중동 스타일의 연주와 Wolverine 류의 꽤 느릿느릿하고 복잡한 프로그레시브 메탈 연주가 같이 튀어나오는 앨범인만큼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코러스나 앨범의 공간감은 프로그레시브도 아니라 Dead Can Dance류에 더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러면서도 클래식한 부류의 프로그레시브 록의 ‘필수 요소’같은 모습들도 자주 보여준다는 점이다(이를테면 ‘Nothing Left’의 해먼드 오르간 연주랄지). 말하자면 그런 필수 요소들을 컨벤션과 벗어난 방식으로 배열하는 밴드인 셈인데, 풀어내는 모양새가 꽤나 매끄러운지라 인상적인 앨범이다. 이후 “The Last Note in God’s Magnum Opus”의 놀라울 정도로 막 나가는 모습을 예기하게 하면서도, 그 앨범과는 판이할 정도로 물 흐르듯 들을 수 있는만큼 밴드의 입문작으로는 최적일지도.

… 뭐 앨범 두 장 나온 밴드의 입문작을 굳이 꼽는다는 게 웃기긴 하지만 말이다.

[Self-financed, 2009]

Angelo Branduardi “Si Puo Fare”

뭐 어떻게 포장을 하더라도 Angelo Branduardi의 앨범들 중에서 그리 돋보이지 않는 앨범인 건 분명해 보인다. Angelo의 앨범을 찾아 듣는 이들이 흔히 기대하는 음악이 아무래도 데뷔작의 적당히 뒤틀린 프로그레시브나 “Cogli la Prima Mela”의 적당히 중세적이면서 산뜻한 포크라고 한다면(아니면 양희은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중세풍을 완전히 걷어낸 건 아니지만 이 앨범의 컨트리 블루스풍 연주는 칸초네 문외한의 귀로서 짐작하더라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데가 있다. 뭐 그래도 덕분에 칸초네 문외한으로서 접하기는 그만큼 손쉬운 앨범이지 않을까 싶다. Paolo Frescura가 들려주는 이탈리안 트로트에 적응하기가 꽤 어려웠어서 하는 얘기다.

“Si Puo Fare”는 내가 처음으로 접한 Angelo의 앨범이기도 한데, 덕분에 범람하는 이탈리안 싱어송라이터들 가운데 Angelo의 음악을 이후 찾아들을 이유를 찾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민스트럴을 벗어난 오롯한 ‘팝송’을 듣기에는 Angelo의 앨범 중 이만한 것도 없잖을까 하는 게 사견. 중세풍을 적당히 후끈한 기타와 함께 녹여낸 타이틀곡도 그렇지만, Angelo풍 멜로디를 아코디언 얹은 블루스풍으로 풀어내는 ‘Forte’도 꽤 즐겨 들었다. ‘Indiani’쯤 되면 이 정도면 U2가 커버해도 이상하지 않겠다 싶을 정도인데, 아니 그 시절 감성터치는 다 어디로 갔냐! 하고 마냥 폄하하기에는 흥겹게 들을 구석이 많다. 일단 앨범 제목이 ‘You can do it’인데 미간 찌푸리고 감성 한 구석을 자극하기를 기대하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

[EMI, 1993]

Darkwood “Flammende Welt”

“Heimat & Jugend”가 밴드의 커리어를 통틀어도 황당할 정도로 인더스트리얼에 치우친 앨범이었다면 네오포크의 전형에 가장 가까우면서 Darkwood의 이름을 널리 알린 앨범은 아무래도 “Flammende Welt”이지 않나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일렉트로닉이 없지는 않고, 사실 “The Final Hour” 라이브에서의 Forseti스러운 모습을 좋아했던 사람들은 이 정도의 일렉트로닉스에도 볼멘소리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이건 꽤 불공평한 얘기다. 아마도 그런 사람들이라도 Death in June이 꾸준하게 포크 뒤에 깔아주던 인더스트리얼 사운드에 불만을 얘기한 적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종일관한 스타일이 어떤 뮤지션에게는 오랜 세월이 가져다 준 뚝심이지만, Yngwie Malmsteen에게는 발전 없는 아집처럼 얘기되는 것과도 비슷할지 모르겠다. 네오포크 얘기하면서 왜 Yngwie가 튀어나오는지 나도 잘 모르겠으니 일단 넘어가고.

“Take Care & Control”의 의기양양함을 연상케 하는 웅장한 ‘For Europe’으로 시작하는 앨범이지만 음악은 전체적으로 꽤 정적인 편이다. Nadja S. Mort의 첼로가 생각보다 중심에서 곡들을 이끌어 가는데, 그러다가도 ‘Storm of the Gods’ 같은 곡에서는 Hendryk의 기타만으로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데가 있는 거 보면 포크의 전형이긴 하지만 꽤 martial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다. Churchill의 목소리를 샘플링으로 써먹는 ‘Conquer We Shall’이 인더스트리얼 없이도 2차대전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우연이 아닌 셈이다.

그리고 이 밴드의 최고의 강점은 이렇게 유럽풍 강한 네오포크 밴드들이 흔히 보여주는, 흘러간 유럽의 영광을 세우려고 악전고투하는 모습이 결국은 그네들이 유럽의 현재를 표현하는 ‘잿더미’를 막지는 못한다는 일종의 역설을 매우 명확하게 보여주곤 한다는 점이다. 독일 밴드가 Churchil 목소리를 써먹는 것도 그렇고, ‘For Europe’으로 시작하는 앨범이 ‘In Ruinen’으로 끝나는 건 그러고 보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망해버린 1930년대 독일의 보수주의를 이제 와서 멋들어지게 음악으로 표현하는 사내라고 해도 그럴 법하리라 생각한다.

[Heidenvolk,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