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s Cascade “Son of the Void Chapter I & II”

chaosccascade2019Chaos Cascade는 개인적으로 생소한 이름인데, Gut과 Libido Airbag 등에서 마이크를 잡았던 DLS666의 원맨 프로젝트인 만큼 그라인드코어를 조금이라도 들어봤다면 흥미를 갖기는 충분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DLS666이 보컬 말고 악기를 맡은 걸 본 적이 없었으므로 이런 양반이 원맨밴드가 되나? 하는 생각이 앞서고, 다음으로는 Gut에서는 As Spermsoaked Consumer of Pussy Barbecue라는 웃기는 이름을 쓰던 양반이었던만큼 DLS666이라는 이름은 좀 미심쩍다는 생각이 이어진다. 이름만 봐서는 확실히 포르노 그라인드와는 달라 보인다.

그렇게 접한 앨범은 확실히 DLS666이 기존에 들려주었던 음악들과는 거리가 멀다. 일단 두 곡 정도를 제외하면 메탈이라고 하기 어려운 사운드일 뿐더러(차라리 harsh noise로 분류하는 게 나아 보인다), 그나마 메탈 리프를 발견할 수 있는 곡들(이래봐야 2곡)들도 메탈의 전형이라기보다는 인더스트리얼 그라인드코어 식으로 두루뭉술 넘어갈 법한 전개를 보인다. 아니, 리프라기보다는 좀 규칙성 있게 배열된 기타 노이즈라고 하는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그라인드코어 팬에게 어필할 만한 음악은 아니고, 그냥 Harsh Noise 프로젝트의 딱히 돋보일 것까지는 없는 앨범이라 생각하면 무난할 것이다. 2018년작 EP의 재발매.

[Dunkelheit Produktionen, 2019]

Splendor Solis “Rosarivm: Fraternitas Spiritualis”

splendorsolis2015Splendor Solis를 검색하면 16세기 초반 독일 연금술 책만 왕창 나오는데다 레이블도 밴드 소개는 안 하고 자기들 소개만 적어두고 있어서(소속 밴드들 소개를 “우리 회사에서 앨범 나온 밴드” 식으로 적어두고 있다. 뭐하러 쓰냐) 정보를 찾기 힘드니, 러시아 5인조 네오포크 밴드 정도로만 해 두자. 그렇지만 사실 인더스트리얼의 분위기는 거의 찾기 힘들고, 스트링을 덧붙인 중세풍 포크의 컨벤션을 나름대로 변주한 음악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굳이 네오포크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그냥 다크 포크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덕분에 밴드에는 바이올린/첼로/트럼펫 등 멤버가 포함되어 있는데, 웃기는 건 정작 밴드 구성에 기타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베이스 치는 양반이 기타까지 같이 치나 하고 넘어간다.

쓸데없이 말이 길었다. 분위기 뽑아내는 능력은 Moon Far Away 같은 장르의 일류급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선동적인 곡은 아니지만 ‘Dies Irae’의 프렌치호른은 장르에서는 드물게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데가 있는 면이 있다. ‘Rosarivm I, II et III’의 파트 2는 네오포크에서 서정을 얘기하는 게 무슨 뜻인지를 꽤 정확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니 이 앨범이 데뷔작이라는 건 꽤 놀라운 얘기다. 그렇지만 이 데뷔작은 지금 discogs에서 6.12유로에 팔리고 있으니 아… 그게 또 인생사다.

[Sulphur Flowers, 2015]

Operation Cleansweep “Release Now! Hungry for Power”

operationcleansweep2020Operation Cleansweep의 “Powerhungry”는 데스 인더스트리얼의 고전으로 알려진 앨범이지만 들어보기는 생각보다 여의치 않았다. 이유야 간단한 것이 이런 류의 음악을 100달러 주고 구해 들으려는 데는 결의가 필요한 편이다. 뭐 이들의 앨범 중에 저렴한 건 딱히 없었지만 그래도 비싸 봐야 5만원 선에서 해결 가능했던 다른 앨범들에 비해 손이 선뜻 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아직 재고를 구할 만한 시점에서는 인더스트리얼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취향의 문제도 있다. Tesco는 재발매에 그리 후한 레이블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이 독일 듀오는 데뷔작을 재발매하기보다는 새로 녹음하고 몇 곡을 더 붙여서 조금은 당혹스러운 이름으로 다시 내놓았는데, 이 흰색 배경의 커버가 음악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은 들진 않는다. 잘 알려져 있듯 묵직한 베이스가 돋보이는 파워 일렉트로닉스인데, 보통 비슷한 부류로 분류되는 Genocide Organ이나 Anenzephalia보다는 이들이 덜 노이지하고 인더스트리얼의 원형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달리 말하면 좀 덜 ‘지하철 소음’스럽고 음악같이 들리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는 파워 일렉트로닉스를 입문하려는 이에게 적절한 앨범이라고 생각하는데… 하긴 이런 류의 음악을 찾아 들으려는 사람에게 굳이 입문작을 추천하는 게 의미 있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장르의 클래식인 ‘White Patriots’가 앨범의 백미…이지 않을까.

[Tesco, 2020]

Quieter Than Spiders “Signs of Life”

signsoflifecd2020년이 절반 좀 덜 지나가는 상황에서 대단히 뜬금없는 얘기지만 2019년도에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신스팝 앨범을 (예년보다)많이 접할 수 있었다. 뭐 인기야 항상 없지만 어디에선가는 항상 묵직한 결과물들이 나타나고 있는 게 세상사…라는 건 이미 알고 있는데 그렇다고 그 전부에 손벌리기에는 인생은 짧고 지갑은 얇다. 덕분에 중국 신스팝 밴드를 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에 나온 신스팝 중 더 알려진 이름들이라면 Howard Jones나 Ladytron도 있겠지만, Depeche Mode의 “Ultra”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라면 먼저 손이 갈 것은 아마도 이들일 것임을 생각하면 세상에는 참 들을 게 많다. 반복이지만 부족한 건 인생과 시간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냥 어두운 앨범은 아니고, 사실 업템포의 멜로디컬한 팝 넘버(거의 OMD 수준)부터 서정을 풀풀 강조하는 발라드풍의 곡까지 앨범은 꽤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가끔 너무 심각해지려다가도 칩튠의 사용으로 청자의 마음을 가볍게 해 주는 면모도 있다. 일단 그만큼 수록곡 자체가 많기도 하다(18곡이나 되니). 그런 만큼 사실 마냥 신스팝이라고 부르기도 좀 어려운 면도 있는 앨범인데, 소위 모던 신스팝이 딱히 일관된 스타일을 보여주던 경향도 또 아니었다보니 그냥 신스팝이라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확실한 건 어떤 식으로 가던지 분위기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잡는다는 점이다. ‘Hibakusha’ 하나만으로도 이 데뷔작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버릴 곡도 없으니 일청을 (좀 적극적으로)권해본다.

[Anna Logue, 2019]

Glass Hammer “Dreaming City”

dreamingcity2020얼터너티브가 횡행하던 시절 참 타이밍 좋지 않게 뜬금없는 심포닉 프로그를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돋보이지도 않을 수준으로만 연주했던 이 미국 밴드가 지금껏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한 이들은 아마 별로 없었을 것이다. 뭐 그래도 90년대 미국 심포닉 프로그레시브 밴드 중에 이들만큼 주목받은 밴드가 많았느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기 때문에 마냥 돋보이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건 조금은 밴드로서는 억울할지 모르겠다. “Three Cheers for the Broken-Hearted”에서처럼 좀 다른 시도를 해보지 않았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살아남으려고 꾸준히 노력해 왔다는 것도 뭐… 분명하다. 그 시도가 사실 성공적이지는 않았지만 일단 묻어두고.

그런 면에서… “Dreaming City”는 사견으로는 밴드의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밴드의 그간 어느 앨범보다도 헤비하다는 점에서는 좀 이색적인 앨범인 셈인데, 그런 와중에 다양한 클래식들의 면모들을 앨범에서 솜씨 좋게 늘어놓고 있는 점이 개성 아닌 개성처럼 다가온다. Hawkwind 생각을 지울 수 없는 ‘The Dreaming City’부터 Toto풍의 ‘Terminus’, 과장 섞으면 Tangerine Dream을 따라가려는 모습이 역력한 ‘The Lurker Beneath’ 등 모든 곡들이 서로 다른 클래식들을 떠올리게 하는데, 프로그레시브를 회고적인 장르처럼 바라본다면 근래 이만한 선물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심포닉 록 팬이라면 일청을 권해본다. 저 괴상한 이름의 레이블은 밴드의 자주레이블.

[Sound Resources,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