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ual Front “Amour Braque”

amourbraque.jpgSpiritual Front는 네오포크로 분류되는 경우도 많기는 한데 그보다는 밴드의 말마따나 ‘suicide pop’ 정도로 얘기해 주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 일단 다른 밴드들에 비해서는 인더스트리얼식 똘끼가 별로 없어 보이는 부분도 있고, 꽤 리드미컬한 기타 연주가 어쨌든 이 장르의 주류에 비해서는 일반적인 ‘팝송’에 가까워 보이는 구석이 있다. 기타가 메인이 된다는 점을 뺀다면 그런 면에서는 Sieben과도 비슷한 편인데, Matt Howden도 앨범에 참여하고 있는만큼 나만의 판단은 아닐거라 짐작하고 있다. 기껏 Matt을 참여시켜 놓고 바이올린이 아닌 코러스만 넣게 하고 있는 게 뭐하는 짓인가 싶지만 자세한 뒷사정이야 알 수 없으니 넘어가고.

앨범은 커버가 그렇듯이 남녀간의 사랑이나 육체적 관계에 대한 이야기, 라는 게 밴드의 설명인데, 그런 얘기보다는 Ennio Morricone 생각이 많이 나는 고딕 록 정도로 얘기하는 게 이해하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pitchfork식) 아트 록과 뉴 웨이브, 탱고 등 다양한 스타일을 섞어낸 음악인데, 보통의 네오포크보다는 Sisters of Mercy같은 밴드 생각이 더 많이 난다. 그래서인지 이 앨범을 얼터너티브 록이라고 하는 이들도 많은 듯한데, 레이블이 레이블인만큼 불가피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긴 원래부터 네오포크식 러브송을 부르던 밴드인 만큼 납득 못 할 선택은 아니다. 무려 뮤직비디오까지 찍은 ‘Disaffection’이 앨범의 백미.

[Prophecy, 2018]

Morte Macabre “Symphonic Holocaust”

symphonicholocaust영화음악을 재해석한 류의 밴드로 가장 유명한 예라면 Fantomas겠지만(물론 내 지식 범위에서) 사실 그런 류의 시도를 먼저 선보였던 밴드라면 Morte Macabre를 들 수 있겠다. 물론 Fantomas만큼의 재기발랄함은 기대할 수도 없겠거니와, 멜로트론으로 범벅이 된 앨범은 사실 그런 재기에 양보해 줄 공간이 없어 보인다. 당장 앨범의 유이한 자작곡 중 하나인 ‘Symphonic Holocaust’의 무지막지한 멜로트론 연주는 앨범의 어두운 분위기와 맞물려 귀를 부담스럽게 하는 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Anekdoten과 Landberk의 멤버들이 주축이 된 나름 정예 멤버들의 이 프로젝트가 앨범 한 장으로 끝나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바쁜 양반들 불러놓은 수고에 비해서는 신통찮은 결과물인 셈이다.

물론 사실 이렇게만 얘기하기는 좀 아까운 결과물임은 분명하다. 공포영화 사운드트랙 커버인 것도 있겠지만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가 Landberk 쪽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면, 정말 아낌없이 퍼붓는 멜로트론 가운데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노련함은 Anekdoten의 것이라 생각한다. Anekdoten의 앨범에 비교하면 사실 멜로트론을 제외한 다른 파트들은 아무래도 느슨하게 짜여져 있는 편인데, 밴드의 절반은 Landberk의 지분이니 밴드 하나 같기는 좀 어렵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아예 긴장감을 내려놓고 영화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곡들에서는 그런 느슨함이 그리 문제되지는 않아 보인다. 특히나 유명한 그 ‘Lullaby’나 ‘Quiet Drops’ 같은 곡은 그 곡이 원래 영화에서 어떤 장면에서 나오는지를 생각해 보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후자는 영화 자체가 좀 웃기는 편이므로 주의가 필요하긴 하겠지만. 생각해 보니 나온 지 20년 넘었다는 것을 깨닫고 연휴 막바지 간만에 돌려본 앨범.

[Mellotronen, 1998]

Univers Zero “Clivages”

clivages.jpg개인적인 Univers Zero의 최애작은 “Heresie”지만(이유야 물론 어두운 음악이니까 그렇다. 같은 이유에서 “Heresie”와 약간의 격차를 두고 “1313”을, 다시 엄청난 격차를 두고 “Implosion”을 둔다) 경험상 내 주변의 이 밴드를 좋아한다고 하는 대부분의 이들은 “UZED”에 좀 더 기울어지는 편이었다. “UZED”의 방향이 밴드의(또는 Daniel Denis의) 진정한 의도였는지는 모르지만 이후의 앨범들은 정도는 틀릴지언정 결국은 “UZED”에 실렸던 ‘록’ 음악의 연장선이었다고 생각한다. 뭐 다시 양보해서 그것까진 아니라고 하더라도 Roger Trigaux가 있던 시절의 뒤틀린 챔버 뮤직은 어쨌든 이후의 앨범들에서 찾아볼 만한 모습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런 면에서 “Clivages”는 간만에 밴드 초창기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앨범이었다고 생각한다. ‘Warrior’와 ‘Earth Scream’, ‘Straight Edge’의 적당히 저단가의 뒤틀린 심포닉, 특히 ‘Warrior’의 고조되는 드럼은 밴드의 돈은 없지만 좋았던 시절을 분명히 짚어내고 있다. 그에 비한다면 ‘Soubresauts’의 ‘단정한’ 심포닉은 팝처럼 느껴질 정도인데, 그런 면에서는 밴드가 오랜 동안 보여주어 온 모습들을 대체로 아우르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Denis만큼이나 Andy Kirk가 높은 비중으로 참여한 앨범인데, 하긴 그 시절을 명확히 기억하는 주요 멤버가 하나 또 추가됐으니 예전 느낌이 더 강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는 밴드의 회춘작이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Cuneiform, 2010]

Lux Terminus “The Courage to be”

luxterminus2018.jpg근래 주목받는 메탈 키보디스트라면 아무래도 Vikram Shankar가 첫손까지는 몰라도 꽤 높은 순위에 있다고 보는데, 그렇다고 해도 이 양반이 보여준 건 Redemption의 근작을 제외한다면 사실 그리 많지는 않다. 물론 1995년생에게 많은 걸 요구하는 건 신입사원 뽑으면서 경력 보는 거나 마찬가지겠지만 Redemption이란 밴드가 원래 꽤 엘리트급인 경력직이 가는 밴드이다보니 기대치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Long Night’s Journey Into Day”는 사실 키보드가 기억에 남는 앨범은 아니었다. 일단 Ray Alder의 자리에 Tom Englund가 들어온데다 Nick Van Dyk도 여전히 키보드를 연주하고 있는만큼 많은 이들이 거기까지는 귀가 닿을 여유가 없었을지도.

그런 의미에서 Vikram이 자신의 기량으로 진검승부하고 있는 앨범은 Redemption의 앨범보다는 이 Lux Terminus의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기타 없는 트리오다 보니 키보드가 귀에 박히는 자리에 있는데다(그렇다고 앨범에 기타가 없다는 얘기는 아님) 다양한 요소들을 매끄럽게 담아내고 있는 연주가 별로 흠잡을 곳이 없다. 듣다 보면 Journey도, Miles Davis도, Allan Holdsworth도 들리는 이 스타일을 얘기하기가 사실 쉽지 않은데, 개인적으로는 기타를 없애고 키보드와 일렉트로닉스의 비중을 늘린 Liquid Tension Experiment가 이럴지도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보다는 Lux Terminus가 훨씬 팝적이면서도 회화적인 음악이다. ‘The Courage To Be’가 21분동안 늘어놓는 서사는 과장 좀 섞어서 작년의 기억해야 할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게스트로 참여한 Anneke Van Giersbergen의 수려한 보컬은 덤이다.

[Self-financed, 2018]

Various “Yesterday and Today : A 50th Anniversary Tribute to Yes”

yesterdayandtoday2018.jpg앨범 이름을 저렇게 지은 뜻이야 대충 짐작되긴 하면서도 저 앨범명으로 검색하면 열에 아홉은 Beatles가 나올진대 레이블의 무성의함이 느껴지는 듯하나 Cherry Red가 그리 ‘듣보잡’ 레이블도 아니고 내가 모르는 이런저런 사정을 짐작해 보며 넘어가기로… 하면서도 또 보이는 Robert Berry와 Billy Sherwood의 이름에 나지막히 어머 제기랄을 외쳐보기로 한다. 대체 이 둘은 왜 Yes의 트리뷰트 앨범이라면 항상 끼어 있는지 오늘도 궁금해진다. 곡 하나 들어보지 않고 시작부터 선입견이 계속 쌓인다. 감상에 부정적인 요인임은 분명하다.

물론 그래도 앨범에 빛나는 부분은 있다. Curved Air가 커버하는 ‘Soon’의 목가적이면서도 은근히 기괴한 분위기와 Trevor Rabin의 연주를 Steve Hackett으로 업그레이드시킨 ‘Cinema’가 그렇고, John Davidson의 목소리를 더한 어쿠스틱 메들리는 Yes의 라이브를 직접 보지 못하는 입장에서 꽤나 흥미롭다. 요새 Yes가 공연을 한다면 아마 이런 식으로 하려나 짐작할 만한 부분이 있다. 일단 원곡들이 수려하니만큼 앨범에 딱히 빠지는 구석은 없어 보인다. 구색을 흠을 잡는다면 “Fragile”부터 “Relayer”까지 앨범에서 2곡밖에 실리지 않았다는 거겠지만 10분을 기본으로 넘겨주는 곡들을 부담없이 싣기도 어렵긴 했을 것이다. 저 2인조가 없었다면 개인적으로는 더 만족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 무난한 앨범이다.

[Cherry Red,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