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hael Lee Firkins “Yep”

yepMichael Lee Firkins 판을 다 갖고 있는데 사실 활동한 기간에 비해서는 그리 많은 앨범을 낸 뮤지션은 아니기 때문에 전작 컬렉션도 생각보다 할만한 편이다. 물론 솔직히 (적어도 국내에서)그리 인기 있는 양반은 아니기 때문에 구하기도 편한 1집만 구하는 것도 아니고 얼마나 굳이 다 모을 생각을 할까 싶기는 하다. 각설하고.

“Yep”은 Firkins의 여섯 번째 솔로 앨범인데, 멤버를 봐서는 그의 솔로작 중에서는 가장 화려한 축에 속한다. Goverment Mule의 Matt Abts와 Black Crowes에 있었던 Andy Hess, 키보드 세션으로는 어디 가서 밀리지 않는 Chuck Leavell을 끌어들였는데, 데뷔 때부터 컨트리나 서던 록 물 잔뜩 먹은 음악을 연주했던만큼 이렇게 멤버를 꾸리는 게 최선이었을지도. 뭐 그렇지만 이왕 Goverment Mule에까지 손이 닿았는데 Warren Haynes 정도까지 데려올 수 있었다면 판매고에는 좀 더 도움되지 않았을까 싶다(그런 면에서 모두들 Ayreon의 인맥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특징적이라면 Firkins의 다른 앨범보다 더 블루지한 느낌이 짙다는 건데, ‘Long Day’ 같은 곡이 블루스와 서던 록 사이의 어느 한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예라고 생각한다. Firkins가 노래는 안 하고 기타만 쳤다면 더욱 좋은 앨범이었을 것이다. 아 왜 굳이…

[Magnatude, 2013]

Sass Jordan “Rats”

rats1994.jpgSass Jordan은 지금의 국내에서야 중고음반점에서 특가상품으로나 자주 보이는 뮤지션처럼 보이지만, 한때는 메인스트림 록 차트를 주름잡은 적이야 물론 없지마는 나름 묵직한 히트를 남기면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 온 뮤지션이었다. Joe Cocker의 사이드킥처럼 나오긴 했지만 영화 “Bodyguard” OST(Whitney Houston의 그 영화. 난 이 OST를 그런데 왜 갖고 있는 거냐)에도 이름을 올렸던 이, 정도로 설명을 덧붙인다. 어떻게 꼬셨는지 Jerry Goodman까지 크레딧에 올렸던 “Racine” 정도까진 아니지만, Stevie Salas에 Brian Tichy 정도의 라인업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도 그만한 경력 때문일 것이다. 이력서 한 줄은 지금이나 그때나 중요한 의미가 있겠구나 하는 잡념을 덧붙이며 각설하고.

Stevie Salas야 뭘 해도 음악이 펑키하게 나오는 연주자이기 때문에(꼭 좋은 의미는 아님) 리프는 상당히 역동적이고, 1994년의 아메리칸 하드록 앨범에서 보통 기대하는 것보다는 좀 더 묵직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사실 연주만 봐서는 좀 더 리듬감을 강조한 Black Crowes나 “Native Tongue” 시절의 Poison 생각도 드는데, Sass Jordan의 목소리가 그보다는 좀 더 블루지하면서도 정통적인 스타일에 가까워서인지 누가 누구의 아류격이라 말하기는 좀 그렇다. 미국에서나 나올 법한 호방하면서도 능글맞은 리듬감을 강조한, 꽤 준수한 블루지한 하드록 정도로 해 두자. 그런데 ‘Honey’ 같은 곡에는 Richie Kotzen이 ‘베이스’로 참여하고 있기도 한데, 대체 뭣 때문에 Richie Kotzen을 두고 굳이 Stevie Salas를 기타로 세운 걸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MCA, 1994]

Solarthrone “The Light We Follow”

solarthrone-the_light_we_follow.jpgVanguard Prod.는 창립 이래 테이프 외길인생을 걷고 있는 미국 레이블인데, 대개 발매작들은 블랙메탈이지만 간혹 파워 일렉트로닉스나 네오포크가 발견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근래의 내 취향을 정확히 파악…했다기보다는, 그냥 어쩌다 보니 가장 잘 들어맞는 레이블인 셈이다. Solarthrone의 이 앨범도 외관상으로는 90년대 초반 노르웨이 블랙메탈 밴드의 숨겨진 데모 같은 인상을 풍기지만 음악은 Death in June이나 Sol Invictus를 바로 떠올릴 수 있는 네오포크를 들려주고 있다.  경력 일천한 이들이 많이들 그렇듯 좀 더 전형적인 포크와 앰비언트 트랙을 반씩 섞어놓은 구성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그래도 분위기 잡는 데 일가견은 있는지라 짧은 와중에도 그리 어색함은 들지 않는다.

그래도 밴드의 나름의 야망을 엿볼 수 있었던 곡은 잘 정돈된 기타 연주에 (좀 싼티나지만)우주적인 터치의 건반을 덧붙인 ‘To Lift the Cosmic Veil’인데, 차가운 키보드 톤과는 달리 정갈한 어쿠스틱 기타로 차갑지만은 않게 분위기를 이끈다는 점에서는 The Joy of Nature 같은 이들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하지만 토속적인 비트를 등장시키는 ‘Moral’의 주술성이나 ‘The Knoll’의 은근 스케일 큰 앰비언트 연주를 생각하면 이 밴드를 쉽게 다른 밴드에 비교하기 어렵다. 꽤 스케일 큰 키보드가 특징인 만큼, 아예 소시적의 Mundanus Imperium 수준으로 키보드를 화려하게 가져간다면 그것도 나름 훌륭한 개성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그럴 리야 없겠지.

[Vanguard, 2014]

Hekate “Totentanz”

hekate-totentanzProphecy 레이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원래부터 멜랑콜리한 포크를 심심찮게 내놓는 곳이긴 했지만 본령은 어쨌든 둠-데스에 두고 있던 곳인지라 이런저런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요새의 로스터를 보면 낯선 느낌이 없지 않다(뭐 하긴 이젠 요새만의 얘기도 아니다). 그 중에서도 Auerbach를 통해 내놓고 있는 네오포크들이 근래에는 좀 더 눈에 띄는 편이다. 아무래도 Sol Invictus와 Camerata Mediolanense, Spiritual Front 같은 거물들을 두고 있는 덕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메탈 레이블이 어쩌다가 이렇게 네오포크에 손을 뻗치게 되었을지를 짐작해 보면 결국은 Hekate로 적당히 재미를 봤으니 그러겠지 하는 짐작을 한다. 네오포크로 재미 봤다는 게 말하고 보니 조금 이상하지만 그건 일단 넘어가고.

Death In June을 네오포크의 전형이라 한다면 사실 Hekate는 그 전형보다도 더욱 포크의 본연에 가까운 음악을 보여주는 편인데, 어쿠스틱 연주에 Dead Can Dance 풍의 신서사이저나 브라스, 둔중한 리듬을 더하는 모습이 아무래도 Of the Wand & The Moon 같은 밴드와 비교될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둠-데스의 팬들이 더 좋아할 만한 포크 밴드인데, 결국은 마샬 인더스트리얼을 얼마나 받아들였는지가 호오의 국면을 가를 것이다. 그래도 밴드의 커리어에서 손꼽힐 정도로 이것저것 다양한 곡들을 담아낸 앨범이니만큼 재미있는 구석은 많을 것이다. 내놓고 Dead Can Dance를 상기시키는 ‘Spring of Life’나, 앨범에서 가장 단촐한 포크 트랙인 ‘Lost and Broken’이 귀에 박힌다.

[Auerbach, 2018]

Sol Invictus “Necropolis”

solinvictus2018벌써 2017년에 이제 우리 한동안 쉰다고 얘기했던 Sol Invictus인만큼 “Necropolis”는 아마 Tony Wakeford의 심경의 변화가 없는 한 밴드의 마지막 앨범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앨범에 참여한 이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그간 밴드의 일원이었던 Lesley Malone과 Caroline Jago가 자리를 비웠고, 그 자리를 메꾼 건 Don Anderson을 위시한 많은 게스트들이다. 물론 Sol Invictus는 사실 ‘Tony Wakeford 외 이하 생략’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밴드이긴 하지만, 편의점 알바가 바뀌어도 매출에 영향이 있는 판에 이 정도의 대폭적인 인력 변경이 가져올 법한 변화는 충분히 우려될 법하다.

Tony Wakeford도 이를 감안해서인지 – 뭐 진짜 이것 때문이었겠냐마는 – 앨범을 잭 더 리퍼가 칼날을 휘두르던 시절을 연상할 만한 런던의 풍경을 그려낸 컨셉트 앨범으로 가져가면서도 많은 게스트 뮤지션들을 통해 밴드의 역사에서 꼽힐 정도로 다양한 색채의 앨범을 내놓았다. 바꿔 말하면 “In the Rain”이나 “The Devil’s Steed” 등에서 보여준 응집력은 사실 덜하지만, Sol Invictus가 그간 시도해 온 다양한 스타일들을 앨범 하나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뭐 그런데 Sol Invictus의 팬을 자처하는 경우라면 아무래도 그런 다양함보다는 ‘The Last Man’이나 ‘The Last Supper’ 같은 전형적이다 못해 트래디셔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뒤틀린 포크나, 아니면 밴드 나름의 사이키델리아를 찾아다니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얄궂지만 밴드의 입문작으로는 아주 괜찮다고 생각한다. 거기까지라서 문제지. 레이블 때문인가?

[Prophecy,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