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ious “Buffy the Vampire Slayer(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buffyost1992뭐 딱히 미드를 즐겨본 적이 없기도 하거니와 뱀파이어라면 영국 Hammer사만한 데가 없다는 케케묵은 취향 덕분에 Buffy the Vampire Slayer 시리즈에 딱히 관심이 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Sarah Michelle Gellar는 그 시절 학생의 눈으로 봐도 예뻐 보였는지 스토리나 설정이나 아는 것 하나 없는 이 미드가 그래도 기억에 남아 있기는 하다. 아마 그 와중에 구해진 CD가 아닐까 싶긴 한데, 메탈 트랙이 없는 OST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앨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Matthew Sweet의 ‘Silent City’다. 무려 Pat Mastelotto가 쳐주는 드럼도 탄탄하거니와, 원래 미국인이 좋아하는 그 시절 그 노래 스타일의 뮤지션이기는 하지만 이만큼 생각없이 건강한 노래는 흔치 않았다.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이다.

뭐… 그런데 그렇다고 오늘 이 노래 때문에 앨범을 찾아들은 건 아니고, 결국 메탈바보가 듣기에 가장 인상적인 곡은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Rob Halford의 ‘Light Comes Out of Black’이다. 시절이 시절이니만큼 “Painkiller”를 연상케 할 정도로 카랑카랑한 맛이 있는데, Judas Priest의 이름으로 실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눈치챘겠지만 이 곡의 연주는 Judas Priest가 아닌 Pantera가 맡고 있다. 물론 Phillip Anselmo도 백보컬로 참여하고 있는데, 뭐 메탈갓이 껴준다니 기쁘게 참여했던 한 곡이 아니었을까 싶다. Dimebag의 날카로운 기타는 Rob의 그 시절 목소리에 잘 어울렸고, Vinnie의 드럼도 빠르진 않았지만 충분히 묵직했다. 아무래도 Vinnie를 추모하는 데는 Hellyeah보다는 Pantera 얘기가 낫지 않겠나 싶어서 이렇게 적어둔다. 다시금 명복을 빈다.

[Columbia, 1992]

Sophia “Death, Dumb and Blind”

sophia2001.jpg항상 심각해 보이는 얼굴로 여기저기 많이도 얼굴 비추는 Peter Bjärgö이지만 그래도 개중 가장 여유있는 마음으로 굴리는 프로젝트는 Sophia일 거라는 별 근거는 없는 예상을 갖고 있다. 아무래도 본진이야 Arcana이겠지만 Arcana는 자기 브랜드라고 마음대로 하기에는 이젠 너무 큰 이름이 돼 버렸고, 그렇다고 다른 밴드에 가서 하자니 주변에 당췌 밝은 양반을 찾아볼 수 없는지라 뭔가 가볍게 하기도 쉽지 않을진대, Sophia라고 해서 딱히 가벼운 스타일의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그래도 Peter 입장에서는 좀 더 만만해 보였을 것이다. Arcana의 무게있는 네오클래시컬보다는 좀 더 뒷맛 씁쓸한 유머를 곁들인 사운드나, 때로는 Karjalan Sissit에서나 했을 법한 거친 일렉트로닉스는 Arcana에서는 기대할 수 없었거니와 어울리지도 않을 모습들이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한참 남은 2001년 11월에 왠지는 모르지만 산타 커버로 나온 이 7인치는 유머러스할 것처럼 생겼으면서도 Sophia의 발매작 중 가장 거친 사운드(다 들어본 게 아니므로 장담은 할 수 없음)를 담고 있다. Arcana풍의 멜랑콜리는 싹 치워버리고 ‘밀리땅’한 비트의 노이즈와 일렉트로닉스로 구성된 싱글인데, 과장 섞으면 비트가 Arditi급인지라 추운 겨울철 뜻하지 않게 꽤 후련한 비트를 맛볼 수 있다. 말하자면 팬서비스처럼 생겼으면서 기존 팬들로서는 조금은 황당할 음악을 담고 있는 셈인데, 하긴 2010년에 Cyclic Law에서 재발매됐다는 사실도 이 싱글이 얼마나 판매고에 관심 없이 나온 물건인지를 알려 준다. 그런데 좋다고 듣고 있는 내가 사실은 더 이상한 걸지도 모르겠다. Peter가 만든 가장 재미있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Erebus Odora, 2001]

Sangre de Muerdago “Os Segredos da Raposa Vermella”

ossegredos2016Cascadian으로 모자라 이제는 Galician Folk까지 나오는 모양인데 이것저것 섞어내는 것이 이젠 일반적이다보니 지명을 붙이는 만큼 정직한 명명도 별로 없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갈리시아가 어딨는지 모르더라도 밴드명에서 이미 스페인풍은 물씬 풍긴다. 사실 스타일만 본다면 켈틱 포크에 스패니쉬 무드를 좀 곁들인 풍의 네오포크, 정도로 말하면 그리 틀리지 않을진대, 오컬트보다는 차라리 적당히 주머니 두둑한 축에 속하던 중세인들이 모여 듣던 살롱 뮤직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그런 면에서는 사실 “Sangre de Muerdago”에서 보여줬던 다양한 맛은 좀 덜하다. 꼭 밝기만 한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따뜻한 낙관으로 충만하다.

뭐, 그렇지만 레이블이 레이블인지라 마냥 착한 음악은 아니다. 부조끼나 허디거디, 니켈하르파 같이 다양한 악기들이 두루 등장하면서 밴드의 개성을 만들어내는데, 이만큼 다양한 색채의 연주는 라이브에서 거의 묘기대행진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Omnia 정도 아니면 별로 본 적이 없는 듯하다. 리듬감이 좀 더 강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Noite”에서의 뒷골 뻐근한 사운드가 멋들어진 포크로 변용된 ‘An Dro’를 듣자니(그런데 말하고 보니 “Noite”가 훨씬 뒤에 나왔는데) 그래도 밴드가 EP에서 추구한 건 여유였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CD 50장 찍어 파는 양반들이 별로 바쁘게 살 것 같지는 않다.

[Self-financed, 2016]

Paul Roland “Strychnine”

strychninePaul Roland를 좋아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럽진 않고 사실 90년대 앨범들부터는 깔끔하게 접고 넘어갔던 인물인데, 정작 Paul을 다룬 많지는 않은 외국 매체들을 보면 마치 초야에 스스로를 가둔 한때의 무림맹주같은 이미지로 Paul을 그려내곤 하더라. 하지만 구글에서 Paul Roland를 찾으면 Paul 말고 롤랜드 키보드 얘기가 한 90%는 돼 보이니 그 눈물나는 인지도를 짐작할 수 있다. 가장 많이 나오는 찬사라면 Frank Zappa가 Paul Roland 좋긴 한데 내겐 너무 어려워 식으로 말했다는 얘기지만, 검색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어째 Paul 혼자 약 팔고 다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도록 한다. 말하고 보니 Frank Zappa가 어렵다고 얘기했다면 그만한 악담도 별로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이 약 냄새 물씬 풍기는 포스트펑크풍 연주를 듣자니 사실 나쁘지는 않지만 Paul이 약 팔고 다닌 건 아무래도 맞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Joy Division과 Mark Bolan을 묘하게 섞어낸 듯한 모습인데, 그 고쓰풍 스타일에 심심찮게 양념을 치는 바이올린 연주 덕분인지 David Tibet를 예견하는 듯한 음악이라는 평가를 하는 이도 있다. 그런 평에 사실 그리 동의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앨범에서 Paul이 주욱 늘어놓는 레퍼런스들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네오포크도 충분히 즐길 수 있잖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긴 생각해 봐도 Paul의 음악은 퀄리티를 떠나서 일단 스펙트럼은 꽤나 넓은 편이었다. 챔버 팝에서 사이키델릭 록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래도 가장 약 냄새 짙은 ‘Venus In Furs’가 앨범의 핵심.

[New Rose, 1992]

Strawberry Path “When the Raven Has Come to the Earth”

strawberrypath1971일본 최초로 영국식 하드록을 도입했다 어쨌다 하는데 Flied Egg를 먼저 접했던 나로서는 왜 밴드 이름을 이렇게 지은 거냐 하는 생각이 앞선다. Strawberry Fields를 들을 때는 그 생각이 안 들었는데 왜 얘네는 그럴까…하는데, Flied Egg를 Fried Egg로 열심히 검색하다가 물건 날아갔던 기억 때문이 아니겠냐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밴드 이름을 지어도 날으는 계란에 딸기밭이라니 그리 세련됐을 거란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앨범에서 처음 접한 곡도 ‘Mary Jane on my Mind’였는데, 약물찬가치고는 꽤 거칠고 촌스럽게 들리는지라 더 그랬을 것이다.

앨범 전체적으로 세련된 맛이 별로 없는 것은 맞는데(하긴 이제 와서 밴드 사진 보니 그런 걸 기대하는 자체가 잘못됐을지도. 왜 둘이 머그샷을 찍고 있는지), 그래도 ‘Mary Jane on my Mind’만큼 촌스러운 곡도 또 없는지라 해먼드 연주가 꽤 가미된 Procol Harum 정도로 생각하면 꽤 정확하다, 라고 말하고 보니… 곡들마다 스타일도 다양하니 과연 일본답다 하는 생각도 든다. 화끈한 리프가 돋보이는 ‘Leave Me Woman’ 같은 곡은 Procol Harum보다는 Deep Purple에 더 가까울 것이다. 솔직히 별로 좋아하는 앨범은 아닌데 저 곡만큼은 Deep Purple의 다른 수많은 아류 밴드들에 비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프로그 히든 젬 식으로 소개하던데 이거 꽤 유명하지 않았나?

[Philips, 1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