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딱히 미드를 즐겨본 적이 없기도 하거니와 뱀파이어라면 영국 Hammer사만한 데가 없다는 케케묵은 취향 덕분에 Buffy the Vampire Slayer 시리즈에 딱히 관심이 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Sarah Michelle Gellar는 그 시절 학생의 눈으로 봐도 예뻐 보였는지 스토리나 설정이나 아는 것 하나 없는 이 미드가 그래도 기억에 남아 있기는 하다. 아마 그 와중에 구해진 CD가 아닐까 싶긴 한데, 메탈 트랙이 없는 OST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앨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Matthew Sweet의 ‘Silent City’다. 무려 Pat Mastelotto가 쳐주는 드럼도 탄탄하거니와, 원래 미국인이 좋아하는 그 시절 그 노래 스타일의 뮤지션이기는 하지만 이만큼 생각없이 건강한 노래는 흔치 않았다.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이다.
뭐… 그런데 그렇다고 오늘 이 노래 때문에 앨범을 찾아들은 건 아니고, 결국 메탈바보가 듣기에 가장 인상적인 곡은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Rob Halford의 ‘Light Comes Out of Black’이다. 시절이 시절이니만큼 “Painkiller”를 연상케 할 정도로 카랑카랑한 맛이 있는데, Judas Priest의 이름으로 실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눈치챘겠지만 이 곡의 연주는 Judas Priest가 아닌 Pantera가 맡고 있다. 물론 Phillip Anselmo도 백보컬로 참여하고 있는데, 뭐 메탈갓이 껴준다니 기쁘게 참여했던 한 곡이 아니었을까 싶다. Dimebag의 날카로운 기타는 Rob의 그 시절 목소리에 잘 어울렸고, Vinnie의 드럼도 빠르진 않았지만 충분히 묵직했다. 아무래도 Vinnie를 추모하는 데는 Hellyeah보다는 Pantera 얘기가 낫지 않겠나 싶어서 이렇게 적어둔다. 다시금 명복을 빈다.
[Columbia, 1992]
항상 심각해 보이는 얼굴로 여기저기 많이도 얼굴 비추는 Peter Bjärgö이지만 그래도 개중 가장 여유있는 마음으로 굴리는 프로젝트는 Sophia일 거라는 별 근거는 없는 예상을 갖고 있다. 아무래도 본진이야 Arcana이겠지만 Arcana는 자기 브랜드라고 마음대로 하기에는 이젠 너무 큰 이름이 돼 버렸고, 그렇다고 다른 밴드에 가서 하자니 주변에 당췌 밝은 양반을 찾아볼 수 없는지라 뭔가 가볍게 하기도 쉽지 않을진대, Sophia라고 해서 딱히 가벼운 스타일의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그래도 Peter 입장에서는 좀 더 만만해 보였을 것이다. Arcana의 무게있는 네오클래시컬보다는 좀 더 뒷맛 씁쓸한 유머를 곁들인 사운드나, 때로는 Karjalan Sissit에서나 했을 법한 거친 일렉트로닉스는 Arcana에서는 기대할 수 없었거니와 어울리지도 않을 모습들이다.
Cascadian으로 모자라 이제는 Galician Folk까지 나오는 모양인데 이것저것 섞어내는 것이 이젠 일반적이다보니 지명을 붙이는 만큼 정직한 명명도 별로 없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갈리시아가 어딨는지 모르더라도 밴드명에서 이미 스페인풍은 물씬 풍긴다. 사실 스타일만 본다면 켈틱 포크에 스패니쉬 무드를 좀 곁들인 풍의 네오포크, 정도로 말하면 그리 틀리지 않을진대, 오컬트보다는 차라리 적당히 주머니 두둑한 축에 속하던 중세인들이 모여 듣던 살롱 뮤직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그런 면에서는 사실 “Sangre de Muerdago”에서 보여줬던 다양한 맛은 좀 덜하다. 꼭 밝기만 한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따뜻한 낙관으로 충만하다.
Paul Roland를 좋아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럽진 않고 사실 90년대 앨범들부터는 깔끔하게 접고 넘어갔던 인물인데, 정작 Paul을 다룬 많지는 않은 외국 매체들을 보면 마치 초야에 스스로를 가둔 한때의 무림맹주같은 이미지로 Paul을 그려내곤 하더라. 하지만 구글에서 Paul Roland를 찾으면 Paul 말고 롤랜드 키보드 얘기가 한 90%는 돼 보이니 그 눈물나는 인지도를 짐작할 수 있다. 가장 많이 나오는 찬사라면 Frank Zappa가 Paul Roland 좋긴 한데 내겐 너무 어려워 식으로 말했다는 얘기지만, 검색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어째 Paul 혼자 약 팔고 다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도록 한다. 말하고 보니 Frank Zappa가 어렵다고 얘기했다면 그만한 악담도 별로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일본 최초로 영국식 하드록을 도입했다 어쨌다 하는데 Flied Egg를 먼저 접했던 나로서는 왜 밴드 이름을 이렇게 지은 거냐 하는 생각이 앞선다. Strawberry Fields를 들을 때는 그 생각이 안 들었는데 왜 얘네는 그럴까…하는데, Flied Egg를 Fried Egg로 열심히 검색하다가 물건 날아갔던 기억 때문이 아니겠냐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밴드 이름을 지어도 날으는 계란에 딸기밭이라니 그리 세련됐을 거란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앨범에서 처음 접한 곡도 ‘Mary Jane on my Mind’였는데, 약물찬가치고는 꽤 거칠고 촌스럽게 들리는지라 더 그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