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mind “III – Tragic Symphony”

tragicsymphony1995지구레코드도 물론 Roadrunner나 Zero 발매작들을 팔면서 돈을 전혀 못 만진 건 아니겠지만 RCA나 CBS를 거느리고 있던 곳이 Magna Carta나 Zero 발매작들을 염가정책으로 내놓는 모습은 (내심 좋으면서도)어린 마음에도 조금은 걱정되는 데가 있었다. “Volume 2 : Brainstorm”이 별로 맘에 안 들었음에도 이 앨범을 구입한 건 아마 그런 것들이 작용했겠거니 싶다. 그리고 이 앨범도 어쨌든 Zero의 이름을 붙이고 나왔으니까,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이 앨범은 좀 다를지도 모르려니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지구레코드가 낸 Zero 앨범들 중 좋은 것들도 참 많았다. 잠깐 생각해 보더라도 Talisman이나 Night Ranger, Misha Calvin 등의 이름이 쉬이 떠오른다. 뭐 그거야 어쨌든 Mastermind 음악 얘기는 아니니 넘어가고.

이 밴드의 최대 강점은 Bill Berends의 후끈하면서도 안정된 테크니컬 기타 연주겠지만 최대 단점 또한 Bill Berends의 ‘맥아리 없는’ 보컬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Paul Gilbert가 기타로 만족하지 못하고 보컬까지 하다가 솔로 앨범을 말아먹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겠는데, 아예 속주까지 자제하던 Paul Gilbert와는 달리 이 앨범에서 Mastermind는 그래도 자신들의 장점이 뭔지는 알고 써먹는 것 같다는 건 좀 낫긴 하다. 그리고 말을 이렇게 해서 그렇지 ‘All the King’s Horses'(대체 왜 이렇게 제목으로 많이 써 먹는지)의 멜로디감각이나 ‘Tragic Symphony’ 3부작의 정갈한 기타 연주와 역동적인 구조는 심포닉 록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을 빼먹지 않고 있다. 하는 거 봐서는 전혀 생각 없어 보이긴 하지만 멋진 보컬 구해서 다시 녹음해 봤으면 좋겠다.

[Cyclops, 1995]

Casino “Casino”

casino1992Geoff Mann은 솔로 활동을 하긴 했었지만 사실 Twelfth Night 시절에 비한다면야 이후의 활동은 지지부진에 가깝다. 목회자가 됐다곤 하지만 사실 그 목사님 노래 잘했었다고 기억해주는 이들이 적지는 않았을지니 조금 아쉬운 일이기는 한데, 많지 않은 협업 중 Casino는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사례에 속한다. 일단 일 열심히 하기로 유명한 그 Clive Nolan과 Geoff Mann이 유일하게 함께 한 앨범이었고, 멤버들을 좀 더 들춰 본다면 Threshold의 Karl Groom과 Pallas의 Mike Stobbie 등을 찾아볼 수 있다. 말하자면 80년대를 어떻게든 살아남은 브리티쉬 네오 프로그레시브의 올스타 프로젝트였다고도 할 수 있겠다. 물론 올스타라고는 하지만 멤버들의 원 소속 밴드들의 인지도를 모두 합쳐도 Marillion 앞에서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인 게 문제지만, 솔직히 그건 Marillion이 워낙 잘 나간 탓에 가까우니 너무 그러진 말자.

앨범은 카지노가 서민들의 고혈을 쪽쪽 빨아먹는 우울한 세계관 속에서 카지노 외부의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희생을 감내하는 주인공을 등장시키는 컨셉트 앨범…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주인공과 성경에서의 예수를 병치시켜 보면 가사를 누가 썼을지 바로 짐작이 되는 수준인데(목회자가 누구더라) 곡은 또 모두 Clive Nolan이 썼는지라 어찌 들으면 Geoff Mann이 노래하는 Shadowland 같은 느낌도 든다. 그러면서도 루즈해질 수 있는 흐름을 중간중간 적당히 싼티나는 신서사이저 연주곡으로 메꾸고 있는데, 드럼머신만 아니었다면 좀 더 역동적인 흐름을 가져갈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결국은 새로울 거 하나 없는 음악이지만, 네오 프로그레시브가 보통 가져가고 하는 미덕의 범위 속에서 오버하지 않고 충실하게 모든 면을 가져가는 음악인지라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그래도 ‘Prey’를 추천해 본다.

[SI Music, 1992]

Sally Doherty & The Sumacs “Edge of Spring”

edgeofspringSally Doherty야 Sol Invictus에서의 활동으로 알려진 뮤지션이지만 그래도 Sol Invictus를 잠깐이라도 거쳐간 인물들 중에는 가장 차트 애호가들에게 호소할 만한 면모를 많이 보여준 경우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다고 차트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적이야 전혀 없긴 하지만 “Empire of Death” 같은 앨범이 나올 수 있었다는 사실이 Sally의 이런 ‘먹힐 만한’ 모습을 대신 증명하고 있다. BBC 다큐멘터리의 사운드트랙 앨범을 감히 네오포크 뮤지션이 맡을 수 있었다는 사실부터 처음 알았을 때 되게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영국은 물론 극우 스킨헤드도 있지만 Death in June 공연 반대 집회도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이 컴필레이션은 Sally의 솔로작들(물론 “Empire of Death”도 포함)의 수록곡들을 ‘띄엄띄엄’ 모아 놓고 있긴 하지만 확실히 그 ‘먹힐 만한’ 방향성을 분명히 의식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개인적인 선호는 폭발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충분히 묵직한 네오클래시컬 곡들에 있지만(‘Mourning I’ 라든가) 역시 가장 두드러지는 건 네오포크 뮤지션에게는 보통 잘 기대하지 않는 재즈의 면모인데, 하긴 실제로 라틴 재즈 앨범까지 내는 양반이니 그런 모습을 발견하는 게 당연한 일일지도. 그러면서도 ‘O Caminho’의 라틴재즈풍 네오포크를 만일 Douglas Pearce 같은 양반이 듣는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하는 궁금증이 조금은 든다. 네오포크 안 듣는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네오포크 음반(이 무슨 악취미인가)으로 제격이지 싶다. ‘An Open Boat’ 같은 피아노 발라드를 어려워할 이유가 있을까.

[Shayo, 2006]

Don Airey “A Light in the Sky”

donairey2008Don Airey도 거물이긴 하다마는, 사실 세션 활동을 제외하면 Don의 커리어는 Ozzy Osbourne 밴드 정도를 빼고는 이미 전성기를 살짝 지나친 밴드에 뒤늦게 합류한 멤버로서의 활동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하긴 세션을 빼고 얘기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기는 하지만). 말하자면 이미 기울기 시작한 밴드가 원인이 어찌됐든 키보디스트가 탈퇴하면 생각하곤 하는 1순위 대타요원 비슷한 느낌인데, 덕분에 참여한 앨범은 별로였지만 밴드들은 Don의 기량에 꽤 만족했던 경우가 많았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오랜 활동기간에도 불구하고 “K2(Tales of Triumph and Tragedy)” 정도를 제외하면 Don 본인의 음악적 역량을 발휘했다고 평가되는 앨범은 사실 별로 봤던 기억이 없다. 그리고 “K2” 앨범에서도 사실 가장 돋보이는 건 Cozy Powell이지 Don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찌 생각하면 정말 세션에 최적화된 인생인 셈이다.

“A Light in the Sky”는 Don의 디스코그라피 중 가장 이색적이라는 점에서 그래도 Don 개인의 역량이 많이 반영된 앨범이라고 생각한다(솔로작이니 하긴 당연할지도). 그렇다고 Don의 익숙한 그 스타일의 연주가 달라진 것은 아닌데, 기타가 아무래도 Jamiroquai의 Rob Harris이다 보니 전체적인 연주는 스페이스하면서도 펑키한 느낌이 강조되어 있다. Nazareth의 Carl Sentence가 왠지 Ian Gillan 스타일로 노래하고 있는지라 펑키한 느낌을 강조한 식의 Deep Purple 같기도 한데, “Abandon” 이후의 Deep Purple을 안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앨범이 더 좋게 들리는 편이다. Jamiroquai식 재즈퓨전 하드록을 듣는 듯한 ‘Sombrero M104’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Mascot, 2008]

Electric Moog Orchestra, The “Music from Star Wars”

moogstarwars살면서 이것저것 좋아해 본 기억들을 헤집어 보더라도 딱히 스타워즈를 좋아했던 기억은 없는 것 같은데(별개로 스톰트루퍼 헬멧 디자인은 멋지다고는 생각함) 왜 이 앨범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John Williams의 영화음악을 무그 버전으로 찍어내던 밴드인데, 아무래도 인물이 인물인지라 그렇게 연주하는 음악들도 죄다 유명한 것들 뿐이고, 계속 그렇게 하다가는 욕먹을 것 같았는지 앨범은 깔끔하게 세 장으로 끝내 버렸다. 물론 모두 영화음악 연주 앨범이다(나머지 둘은 미지와의 조우와 배틀스타 갤럭티카이다). 사실 밴드에 대해 아는 것은 달리 없는데, 무그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니 SF물 위주로 관심 끌어보자는 시도의 발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앨범 커버를 잘 보면 보이듯이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아니라고 적어놨으니 얌체짓한다고 하기도 좀 너무하지 싶다. 일단 넘어간다.

아무래도 밴드 자체가 대단한 연주자들은 아니었고, 원곡 자체가 워낙 유명한 테마들이어서 청자의 뒤통수를 치는 면모는 없다. 좋게 말하자면 그만큼 무난하게 들을 수 있다는 얘기지만 달리 말한다면 원곡의 두드러진 부분들도 다듬어져 버렸다는 뜻이겠다. 그래도 초기 무그의 지금보다 훨씬 싼티나고 심플한 구성 덕에 원곡의 잘 꽂히는 멜로디라인만큼은 확실히 들어온다. 군더더기 다 쳐버리고 조금은 예스러운 ‘전자음’ 위주의 연주로 끌고가는 모습은 유머만 더 섞었다면 이것이야말로 칩튠의 진짜배기 시작이었다고 허풍칠 수 있을지도. CD가 나온 적은 없다고 알고 있는데 오리지널 판 싸게 구하기 어렵잖은 앨범인만큼 솔깃하신 분은 한 장 장만해보심도.

[Musicor, 1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