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le Angels Watch “Interregnum”

interregnumWhile Angels Watch는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 오고 있는 네오포크 밴드들 중에는 가장 오래 된 축에 속한다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정규반은 2002년의 “Dark Age”와 2016년 말의 이 앨범이 유이하다. 보컬인 Michael ‘Dev’ De Victor가 Sixth Comm의 그 분인만큼 그런 평가를 듣는 모양인데, Sieben의 Matt Howden이나 Patrick Leagas가 게스트로 참여하고 있는 걸 보면 과작의 밴드일지언정 그래도 오래된 분들 대접을 받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그렇지만 음악을 듣고 사실 처음에 드는 생각은 ROME을 많이 듣고 만들었나 하는 것이었다. Dev의 목소리가 원래 이렇게 Jerome Reuter 비슷했나 싶은데, “Dark Age” 때보다 음질이나 연주도 풍성해진만큼 목소리도 Jerome만큼 좀 두껍고 기름져지는 게 더 어울리긴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근 30년 활동하면서 앨범 두 장 낸 분들이 배가 불러져서 목소리가 기름져진 건 아니다. 앨범 여기저기에서 아웃사이더에 대한 약간은 그늘졌으면서도 온기 있는 목소리를 엿볼 수 있으면서도(‘November’), 프로파간다나 미디어에 대한 노골적인 냉소(‘Voices’), 네오포크가 자주 그렇듯이 무너져 가는 유럽에 대한 자신들의 시선(‘Europa Aeterna’) 또한 찾아볼 수 있다. 2016년에 내가 뭐 하다 이런 앨범을 놓쳤었나 싶은 생각이 드는데 생각해 보니 그 때 바쁘긴 했구나. 앨범에서 나오는 세상만큼이나 실제 세상도 만만치 않다는 걸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거야 이 앨범의 미덕이랄 건 아니지만, 청자의 경험도 중요하다는 억지를 더해본다.

[Folkworld, 2016]

Open Mind, The “The Open Mind”

theopenmind1969헤비메탈의 가장 굵은 뿌리에 Black Sabbath가 위치하고 있다는 거야 큰 이론이 없겠지만 분갈이에 겨우 살아남을 만한 정도의 잔뿌리들에 대해서는 알아봐야 인생에 별 도움은 안 될 갑론을박이 존재한다. 그 갑론을박 가운데의 소수설이다 못해 개똥철학에 가까울 견해의 하나로 The Open Mind가 존재한다(그렇다고 메탈 밴드란 얘기는 아님). 아무래도 시절이 시절이니만큼 이들이 즐겨 입었던 가죽옷보다는 모드족 옷차림이 훨씬 흔했고, 프로그-사이키델릭 밴드야 드물 것까지는 없었지만 이들만큼 헤비함에 방점을 찍었던 밴드는 (거의)없었기 때문이겠거니 싶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Hawkwind가 있는데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건가 싶지만, 적어도 ‘Magic Potion’에서만큼은 The Open Mind는 Hawkwind 이상으로 헤비했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문제는 ‘Magic Potion’은 밴드의 유일한 정규앨범인 “The Open Mind”의 수록곡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스펙트럼이 넓은 밴드는 아니었던지라 사실 앨범의 수록곡들은 ‘Magic Potion’의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밴드가 ‘Magic Potion’으로 스타일의 정점을 찍었던 건 어쨌든 명확하다. 앨범 전체가 스토너의 맹아가 어디에 있었는지 보여주는 증거라 하겠지만, 그래도 백미는… 당연히 ‘Magic Potion’이고(재발매반에는 들어갔다), 좀 많이 차이가 나는 차선은 Yardbirds의 향내를 물씬 풍기는 리프가 인상적인 ‘Thor, the Thunder God’ 정도이겠거니 싶다. (돈은 안 될)공부한다고 굳이 찾아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Philips, 1969]

Princess Pang “Princess Pang”

princesspang1989여성 멤버가 있는 메탈 밴드라는 사실 자체가 세일즈 포인트가 될 수 있었던 1980년대였지만 그렇게 전략을 짰던 밴드들은 또 거의 대부분 눈물젖은 차트 성적을 받아들고 뮤직 비즈니스의 뒤안길로 사라지곤 했(다고 알고 있)다. Princess Pang도 그런 부류의 밴드인데, 레이블이 Metal Blade이긴 하지만 사실 글램 바이브를 살짝 끼얹은 아메리칸 하드록 밴드였지 메탈 밴드는 아니었고, 이미 그런 스타일이라면 Pat Benatar 같은 나름의 모범사례를 찾아볼 수 있는지라 음악만 보면 그래도 그 부류 중에서는 좀 더 먹힐 만한 이들이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 물론 망하기는 다른 밴드들에 못지 않게 시원하게 망했기 때문에 죽은 자식 고환 만지기에 가까울 얘기렷다.

사실 ‘Trouble in Paradise’ 같은 곡은 나름 80년대를 수놓은 멜로디감각만은 어디 가서 밀리지 않을 차트버스터들 앞에서도 내세울 만하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Jeni Foster의 보컬을 비롯해서 앨범 전체에 감도는 묘한 블루지함은 80년대 아메리칸 하드록을 즐기던 팬들의 입장에서는 그리 기껍지만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Tesla 같은 밴드의 ‘블루지함’이 또 먹혔던 것을 생각하면 결국은 업자도 아닌 나 같은 외부인의 시각에서는 그 또한 팔자려니 하는 얘기로 수렴한다. ‘Sympathy’ 같이 충분히 달리는 로큰롤도 잊지 않고 챙겨뒀던 앨범인 만큼 밴드의 입장에서는 좀 억울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찾아보니 아직 위키피디아 페이지도 없던데 누가 좀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물론 난 귀찮아서 못한다.

[Metal Blade, 1989]

Geoff Mann “Chants Would be a Fine Thing”

geoffmannsolo1잘 봐 줘 봐야 브리티쉬 프로그레시브 마이너리그 정도를 넘어서지 못할 수준의 평가를 받는 경우가 다반사였던 그 시절 네오 프로그레시브 밴드들이었지만 Twelfth Night는 개인적으로 꽤 즐겨 듣는 편이었다. 일단 마냥 해맑은 스타일의 다른 밴드들과는 달리 어두운 스타일이면서도 꽤 화끈한 리프를 담고 있었고, 가끔은 술 취한 아재 같으면서도 표현력은 발군이었던 Geoff Mann의 보컬이 밴드의 셀링 포인트였다고 할 수 있겠다(기대만큼 잘 팔렸다는 얘기는 아님). 하긴 그러니까 40도 되기 전에 요절한 장사도 잘 안 된 네오 프로그레시브 밴드의 보컬을 지금껏 회자하고 있으렷다.

“Chants Would be a Fine Thing” 는 Geoff가 밴드를 나간 뒤 발표했던 첫 번째 ‘단독’ 솔로 앨범이다. 프로그레시브 밴드를 나간 뒤에 정말 성직자를 하고 있는 양반이 저런 이름의 솔로를 냈으니 웬 CCM인가 싶겠지만 그리 나긋나긋한 음악은 아니다. 오히려 Peter Hamill 스타일로 영국풍 개그(Monty Python 같은)를 진지하게 늘어놓는 앨범이라 하겠는데, 앨범 이름이 이름인지라 신실함을 표현하는 ‘Theospeak’ 같은 곡도 찾아볼 수 있다. 그래도 프로그레시브 팬에게는 Mike Oldfield 스타일로 연주하는 Dave Mortimer의 기타가 돋보이는 ‘Easter Bunnies do the Salford Hustle(pt IX)’ 가 아무래도 앨범의 백미.

[Self-financed, 1984]

Strawberry Fields “Rivers Gone Dry”

strawberryfields2009앞서 Moonlight 얘기를 해서 말이지만 Strawberry Fields도 나온 직후에 (물론 아는 사람들한테만)살짝 주목받은 뒤에 폭풍같이 묻혀버렸던 밴드들 중 하나였다. Moonlight와 차이가 있다면 얘네는 2006년에 나온 데뷔작이 Moonlight가 당시 매년 개근상 타듯 내던 신보에도 밀려서 묻혀버리는 수준이었다는 것. 사실 Collage나(시완에서 앨범 나왔던 바로 그 Collage) Satellite로 나름 커리어 묵직하게 쌓아올린 Wojtek Szadkowski의 밴드이니만큼 이렇게 묻혀버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레이블이 Metal Mind였다는 것이었다. 적당히 뒤틀린 폴란드 메탈 밴드나 80년대 정통 메탈/스래쉬 리이슈를 즐겨 하던 레이블에서 갑자기 프로그레시브 록이 나왔으니 시장조사의 실패사례라고 할 수 있을지도. 하긴 The Gathering이 디스토션 싹 걷어낸 이후의 사운드… 정도가 아니라, 보컬까지 Anneke와 꽤 닮은 구석이 있으니 Metal Mind에서 못 나올 것까진 없긴 하겠다.

사실 The Gathering보다는 좀 더 약 먹은 분위기가 나는 여성 보컬이 얹힌 음악인지라 Portishead 생각이 안 날 수는 없겠지만, Beth Gibbons보다는 훨씬 ‘힘차고 건전한’ 분위기의 Marta Kniewska의 보컬 덕분에 듣기는 좀 더 수월한 편이다. 그냥 프로그 물 조금 먹은 드림팝 정도로 생각하고 듣는 게 모두에게 유익하겠거니 싶다. 이렇게 쓰고 보니 이거 시장조사 실패사례 맞구나.

[Metal Mind,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