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The “Highway of Love”

활동명이 저런 덕분에 The G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은 어렵기도 하거니와 사실 저런 앨범명의 신스웨이브라면 굳이 뮤지션에 대한 정보를 찾지 않더라도 그 스타일을 응당 짐작할 수 있다. ‘사랑의 하이웨이’나 ‘사랑의 고속도로’로 구글링을 하면 1989년에 독집을 낸 최민호의 ‘사랑의 하이웨이’ 아니면 소위 고속도로용 트로트(내지는 뽕짝)가수 민지의 ‘오빠 달려'(대충 사랑의 고속도로로 달려가자는 내용)가 제일 먼저 나온다. 그러니까 2024년에 LA에서 사랑의 하이웨이를 얘기하고 있는 신스웨이브라면 응당 80년대풍 드림웨이브를 연상하는 게 아마도 맞을 것이다.

그래도 내놓고 선셋 스트립을 달려가는 오픈카의 형상을 그려내던 Timeslave Recordings 시절 곡들에 비하면 NewRetroWave로 옮겨온 이후에는 좀 더 신스팝에 가깝게 다듬어지고, 곡들의 주제도 선셋 스트립을 벗어나 80년대스러운 다른 주제들에도 다가가기 시작했다. 보컬만 좀 더 소울풀했다면 The Weekend에 비교됐을 법한 ‘(We All)Fall Down’이나 ‘Alone Again’ 같은 곡들을 2016년의 ‘Malibu Nights’와 비교해 보면 댄스 플로어 분위기는 확실히 자제하고 좀 더 단정한 팝 앨범을 만들려 했다는 생각이 든다. ‘Waverunner Alpha’에서 느껴지는 Timecop 1983의 분위기도 사실 사랑의 고속도로 이미지와는 약간은 거리가 있다.

그래도 ‘Action Man’ 같은 곡이 결국은 The G가 가장 잘 하는 스타일이고, The G를 인터넷의 수많은 방해공작을 떨쳐내고 찾아내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모습일 것이다. 게다가 굳이 앨범에서 가장 ‘뽕끼’ 있어 보이는 곡을 하나 고른다면 역시 ‘Action Man’이다. 그러니 한국인을 위한 2024년의 신스웨이브 한 장을 고른다면 아마 가장 유력한 후보일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알아주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인생은 뭐 모르는 법이니까.

[NewRetroWave, 2024]

Ray Wilson “Live and Acoustic”

Phil Collins 이후 Genesis의 마이크를 꿰찬 Ray Wilson의 첫 솔로작? 하지만 제대로 된 솔로작이라기보다는 2002년의 시점에서 Ray Wilson이라는 보컬리스트의 그 때까지의 행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어쿠스틱 라이브 앨범이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사실 Genesis 경력 덕분에 이 솔로작을 구하는 이가 대부분이겠지만 그렇게 참여한 Genesis의 앨범은 “Calling All Stations” 하나 뿐이고, 앨범은 밴드의 커리어에서 손꼽힐 정도로 폭망했으며, Ray가 Genesis 이전 몸담았던 Stiltskin도 인디/얼터너티브라 할지언정(영국식 포스트 그런지랄까?) 프로그레시브와는 거리가 먼 음악을 했으니 애초에 Ray Wilson을 프로그레시브 뮤지션이라 하는 자체가 좀 어렵긴 하겠다. 하지만 레이블도 Inside Out이고 앨범의 1/4 정도는 Genesis의 커버로 채우고 있는만큼 결국은 Genesis의 팬층을 노렸음은 분명해 보인다. 뭐 그러니까 나도 이 앨범을 구해서 갖고 있는 거겠지.

그래도 이 보컬리스트와 기타, 건반까지 3명의 단촐한 편성으로 보여주는 이 라이브에서 Genesis의 프로그레시브를 기대하면 곤란하다. 애초에 커리어부터 프로그레시브보다는 호소력 있는 목소리의 팝 보컬에 가까운 Ray Wilson이고, 결국 앨범의 중심에는 Stiltskin때부터 함께 해 온 Steve Wilson(Porcupine Tree의 그 분이 아님)의 곡들과 Bob Dylan과 Bruce Springsteen, Eagles의 커버가 있다. Ray가 마이크를 잡기 이전 Genesis의 주요 넘버들의 커버도 있지만 Genesis의 팝 센스도 애초에 범상치 않았음을 확인시켜 주는 선곡인지라 본격 프로그레시브 록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Ray Wilson의 기량만큼은 확실히 출중하다. 허스키한 부분에서는 확실히 Peter Gabriel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고, 아마도 Mike Rutherford와 Tony Banks도 그걸 보고 Ray를 새로운 보컬로 선택하지 않았을까? 애초에 Genesis가 끝장나고 몇 년 뒤에야 나온 이 라이브앨범을 두고 어째서 Genesis답지 않느냐고 하는 것도 우스울 일이다. 오히려 다양한 스타일들을 자신의 목소리 아래 모두 녹여내고 있으니 Ray Wilson이라는 보컬리스트의 기량을 엿보는 데는 이만한 앨범도 없다고 할 수 있을지도.

[Inside Out, 2002]

Abraxas(POL) “99”

얘기가 나온 김에 간만에 폴란드 Abraxas도 한 번. 사실 폴란드 프로그레시브 ‘메탈’은 Riverside 이후 꽤 많이 알려진 편이지만, 폴란드 프로그레시브 록은 그보다는 확실히 빛을 좀 덜 본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Quidam이나 Satellite, SBB 같은 사례들을 제외하면 딱히 돈값했다는 기억이 있는 이름들도 나로서는 별로 없다. 그럼에도 이 밴드는 정규반을 다 갖고 있는데, 일단 몇 장 안 되는데다 국내에 수입도 잘 됐으므로 모으기 좀 더 편했기 때문일 것이다. 프로그레시브라지만 데뷔작을 제외하면 전부 Metal Mind에서 나왔기 때문에 뭘 모르는 메탈헤드가 혹하기도 더 좋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비교적 더 알려진 한 장을 꼽는다면 1999년의 이 앨범일 텐데, Metal Mind에서 나오다 못해 레이블 사장님(알고 보면 Metal Hammer 폴란드판 편집자라고 한다)이 직접 프로듀스를 맡아서인지 밴드의 앨범들 중 가장 메탈적이다. 물론 이 밴드는 데뷔작 때부터 메탈의 기운이 없지는 않았는데, Marillion풍 네오프로그 중간에 갑자기 후끈한 연주를 선보이던 데뷔작에서 좀 더 어둡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서 이 앨범에서 나름 새로운 스타일의 정점을 이뤘다고 할 수 있겠다. ‘14.06.1999’나 ‘Spowiedź’ 같은 곡은 데뷔작이었다면 나올 수 없었을 헤비한 곡이고, 어지간한 프로그레시브 메탈 앨범에 실려도 좋을 정도의 묵직함을 보여준다.

그래도 이 밴드의 강점은 적당한 몽롱함을 동반하는 낭만일 것이다. Peter Hammill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Adam Lassa의 보컬과 “Wish You Were Here”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전개를 보여주는 ‘Anatema, Czyli Moje Obsesja’는 꽤 자주 찾아 들었다. 헤비하다 못해 이런 곡에서도 헤비함을 내세우곤 하는 모습이 가끔은 뭔가 싶긴 하지만 그래도 이 앨범을 처음 접했을 때면 헤비함은 응당 미덕이었다. 이래저래 좋은 추억이 묻어난다.

[Metal Mind, 1999]

King’s X “Gretchen Goes to Nebraska”

이 앨범이 36년 전 오늘 발매됐다길래 간만에. 프로그레시브라는 레떼르가 으레 붙는 밴드지만 이 밴드가 보통의 프로그레시브 록이나 메탈과 비슷한 음악을 연주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가끔은 메탈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이들이 그 시절 메탈의 전형다운 리프를 보여준 적도 내 기억엔 없다. 1989년이니 아직은 스타일을 바꾸기 이전이긴 했지만 이 시절의 음악이라 해도 그 점에서 다를 건 없다. 메탈 소리가 나오는 건 아무래도 어쨌든 헤비함을 잊지 않은 Ty Tabor의 기타와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에 끼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Jerry Gaskill의 드럼 때문일 텐데(특히나 ‘Out of the Silent Planet’), 어쨌든 이 음악에서 메탈헤드의 귀를 잡아끌 구석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보다는 Jeff Ament(Pearl Jam의 그 분 맞음)의 말마따나 이 앨범에서 그런지 내지는 얼터너티브 메탈의 어느 단초를 찾는 게 더 맞을 것이다. 헤비하되 메탈릭하지 않은 Ty Tabor의 기타와 Ian Gillan이 가스펠 부르듯 하는 듯한 Doug Pinnick의 보컬은 그 독특한 전개를 뺀다면 확실히 거친 곡에서도 관조적인 기운을 던져주던 Pearl Jam과도 닮은 구석이 있어 보인다. 그런가하면 3인의 멤버 전원이 그리 나쁘잖은 보컬로 보여주는 하모니는 때로는 비틀레스크하기까지 하다. 사실 1989년의 음악이라기엔 꽤 고색창연한 로큰롤에 닮아 있는 구석도 있다(‘Over My Head’). 그렇다면 이런 음악을 80년대, MTV와 헤어메탈에 프로그레시브 록이 박살났다고 평해지곤 하는 그 시절, 미국에서만 나올 수 있었을 새로운 스타일의 프로그레시브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나 같으면 메탈보다는 하드록이라고 부를 것이다.

[Atlantic, 1989]

Syst3m Glitch “The Brave Ones”

신스웨이브가 팝의 일부로 흡수된지는 벌써 꽤나 오래 됐고 아마도 The Weeknd가 한물 가기 전까지는 신스웨이브 내지는 그 경계선에 있는 음악을 차트에서 발견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신스웨이브라는 장르가 결국 1980년대에 대한 향수에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다면 신스웨이브의 메인스트림화된 부류들보다는 이런 드림웨이브 류의 뮤지션들이 장르의 전형에 더욱 가깝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뭐 애초에 정형적인 스타일이 있는 장르라기보다는 다른 다양한 장르들과의 접점을 가져가는 느슨한 개념에 가까울 테니 사실은 저런 설명도 그리 정확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Syst3m Glitch가 신스웨이브의 전형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솔직히 그 전형이란 게 뭔지 설명해 보라면 우물우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감히 신스웨이브를 다른 팝과 구별한다는 전제에서 얘기해 본다면 Syst3m Glitch의 음악은 신스웨이브 중에서도 가장 팝과의 경계선에 다가가 있는 종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게 신스팝이나 AOR의 기운을 강하게 머금은 음악의 승부수는 결국 멜로디와 특유의 희망적인(내지는 ’80년대식의’ 도회적인) 분위기일 것인데, 그렇다면 최근에 나온 신스웨이브 앨범들 가운데 이만큼 확실한 앨범도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가하면 ‘Tommy Danger’의 적당한 그림자는 앨범을 듣다가 너무 달달하다 싶을 때쯤 잠시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그러다가 재녹음으로 선보이는 Syst3m Glitch 최고의 히트곡 ‘Raining in Tokyo’에 이르면 80년대 청춘영화에서 함께 역경을 헤쳐 나가던 커플이 모종의 사건으로 헤어지고 빗줄기를 맞으며 아파하는 장면을 연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장 맞는데 그만큼 맘에 들어서 하는 얘기다.

[NewRetroWave,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