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계약 때문에 억지로 한 장 더 내놓은 앨범인지도 모르겠다. “No Rest for the Wicked”에서 멀쩡히 베이스 잘 치던 Bob Daisley는 어디다 쫓아내고 Geezer Butler를 꼬셔서 나온 이 라이브 EP는 솔직히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일단 수록곡 절반이 “No Rest for the Wicked”의 곡인데다 그 나머지도 ‘Shot in the Dark’에 ‘Sweet Leaf’, ‘War Pigs’다. 그냥 Geezer Butler를 간만에 만난 김에 땡겼던 어느 밤의 공연 실황,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한데, 그날 Ozzy Osbourne 컨디션이 좋았는지 이 앨범에서의 Ozzy의 퍼포먼스는 다른 라이브앨범에서보다도 더 낫다고 생각한다. 커리어 내내 알코올에 찌들어 있던 양반이니 이렇게 상태 좋은 날이 그리 흔치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별로 사람들이 이제는 얘기하지도 않는 이 EP를 간만에 꺼내들은 계기는 오늘 점심에 대출금 상환 덕분에 은행에 들렀는데 ‘The Miracle Man’의 이 EP 버전이 나오더라. 여기서 돈 꿔가고 있는 당신 복받으신 거라고 틀어주는 bgm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오의 은행에서 Ozzy를 트는 엄청난 센스라니 뭔가 기울어 가는 금융 경기를 대변하는 듯했다. 이런 계기로 꺼내 듣게 되는 앨범이라는 자체가 이 EP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입증하는 듯하여 좀 그렇기는 하다. 따지고 보면 이것보다 퀄리티 좋은 Ozzy의 라이브앨범이 얼마나 됐던가 싶은데도.
[Epic,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