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ve.jpg지금이야 cascadian이다 뭐다 해서 미국 블랙메탈(또는 하이브리드)에 대한 관심이 좀 생긴 것 같지만 얼마 전만 해도 미국은 블랙메탈에 대하여 의외일 정도로 불모지라는 게 다수의 선입견이었다(고 알고 있다). 정말 어딜 보더라도 꿈도 희망도 없는 그런 밴드들은 사실 별로 없었지만, 흔히 접하게 되는 밴드들은 어딘가 몇 군데는 확실히 나사가 빠진 듯한 면모를 보여주는 밴드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또 영어권이다 보니 밴드들이 확실히 밴드명을 좀 더 있어 보이게 짓는 경향이 있고(이건 사실 개인취향이긴 하다), 그런 밴드명들 덕에 무절제한 소비생활로 휘둘리는 일도 상당수다. Theatre of the Macabre도 비슷한 경우인데, 그나마 이들은 별로 향상심 없어 보이는 심심한 곡에 의외일 정도로 괜찮은 건반을 깔아 놓은지라 좀 더 관심을 끌었던 편이다. 물론 건반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앨범은 별로였다. 덕분에 2000년에 나온 평범한(사실 그보다 좀 아래) 블랙메탈 앨범이었던 “A Paradise in Flesh & Blood”는 아직도 국내 중고음반 시장에서 간혹 보이고, 기복 없이 안 팔린다.

바로 그 건반을 담당했던 Le’Rue Delashay는 이러다간 안되겠다 싶었는지 Theatre of the Macabre에서 다른 멤버들을 다 내쫓으면서 자신의 솔로 활동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사실 Theatre of the Macabre도 다른 멤버들이 다 나간 마당에 솔로나 다를 바 없겠지만, 그래도 Theatre of the Macabre보다는 자신의 솔로작들이 더 들을 만했으니, 어떤 면에서는 그것도 커리어 포장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사실 이런 키보드 붕붕대는 네오클래시컬 앨범이 대개 그렇듯이 키보드 톤에서 전체적으로 풍겨오는 싼티를 귀에서 지울 수가 없는데, Theatre of the Macabre의 음악을 의식하면 갑자기 뭔가 소리의 등급이 올라가는 듯한 착각을 받을 수 있다(쓰고 보니 뭐 좋은 얘기가 거의 없구나). 그래도 그 싼티를 어쨌든 특유의 스푸키함으로 승화시킨 이 2002년작을 가장 좋게 들었다.

[Root of All Evil,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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