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tect의 입지는 Daniel Meyer의 다양한(하지만 보통은 포스트-인더스트리얼 정도로 다 묶이는) 프로젝트들 가운데 좀 덜 유명한 하나… 정도인 듯하다. 사실 어쨌든 그의 가장 유명한 프로젝트는 (Covenant를 제외한다면)Haujobb이고, Architect의 음악이 Haujobb과 많이 다른 스타일이냐면 그건 또 아닌지라 그런 입지에 앞으로도 개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이기는 하는데, 그래도 사실 Daniel의 다양한 음악편력을 한번에 보여주는 프로젝트는 따지고 보면 또 Architect만한 것도 없다는 게 사견. 하긴 신스 팝에서 인더스트리얼까지를 아우르는 뮤지션은 생각해 보면 별로 없기도 하다.
그 Architect의 앨범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앨범이라고 한다면 이 3집인데,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인더스트리얼 딱지를 붙이고 나오는 앨범들 중 이 앨범만큼 Skinny Puppy의 사운드를 제대로 재현하는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해체한 것도 아니고 지금 투어 돌고 있는 양반들의 사운드를 ‘재현’한다고 표현하는 것도 웃기지만, 적당히 고쓰풍이면서 적당히 댄서블하던 Skinny Puppy의 초기 스타일은 물론 근래의 스타일까지 한 장에 담아내는데야 적어도 이 앨범에 한해서는 솜씨 탁월한 따라쟁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덕분에 앨범 수록곡들의 양상도 참 다양한 편인지라 댄스 플로어 비트에 딱히 거부감이 없다면 기대보다 즐겁게 들을 수 있다. 주취 분위기를 재현했는지 앨범에서 드물게 앰비언트를 시도하고 있는 ‘St. Vodka(Mother Russia)’ 정도를 제외한다면 충분히 비트와 글리치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는 창작자의 악취미가 얼마간 묻어나는 댄스 플로어 뮤직이라고 하는 게 좋을지도.
[Hymen,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