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hmer는 캐나다 그라인드코어의 거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을 리가 없고, 솔직히 Macabre의 “Dahmer” 덕분에 그래도 Jeffrey Dahmer의 이름이 익숙한지라 눈에 들어왔던 밴드이다. 앨범 제목이 말해주듯이 이들의 사실상의 베스트 앨범인데, 사실 이들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 이 앨범으로 밴드를 처음 접하는 건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닐 듯싶다. 음질도 꽤나 조악하거니와 앨범의 한 80%는 데모나 스플릿에 수록된 곡들이고(정규반이 음질이 좋다는 의미는 아님), 일부 곡들은 아예 손상된 마스터테입에서 얻은 음원이다보니 웬만큼 나쁜 음질에 익숙한 이라도 무리없이 듣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곡들은 사실 꽤나 훌륭하다. 1995년부터 활동하던 밴드인 만큼 아무래도 Earache 스타일의 크러스트를 의식한 류의 그라인드코어에 파워 바이올런스를 더한 느낌인데, 리프가 은근 캐나다 스래쉬메탈이 주로 쓰는 류의 모양새와 닮은 부분이 있고, 덕분인지 동시대의 다른 그라인드코어보다도 좀 더 에너제틱하다는 인상을 준다. “Dahmerized”에서도 제일 좋아했던 ‘Douglas Daniel Clark’ (베이스가 살아 있는 그라인드코어는 접하기 쉽지 않다)같은 곡을 좀 더 추천해 본다. 다만 밴드명이 저렇다고 특별한 컨셉트를 기대해서는 좀 아쉬울 수 있을지도. 처음에 Macabre 얘기로 시작했던만큼 노파심에 하는 얘기다.
[Grind It!,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