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agondebut.jpgSI Music의 발매작을 열심히 모으던 시기가 있었는데 퀄리티와 관련해서 좋은 소리 못 듣던 레이블이었던만큼(뭐 그런 평가가 이해 안 되는 건 아님) 굳이 왜 그랬을까 싶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Aragon 같은 밴드는 확실히 즐겨 들었던 기억이 있다. 따지고 보면 골때리는 구석 많은 앨범인데, 일단 데뷔 EP인데 어쩌다 보니 CD로 재발매되면서 곡이 배로 뻥튀기돼서 정규반처럼 돼버린 점도 그렇고, 덕분에 (12인치)LP와 CD가 검열 등과 상관없이 수록곡이 ‘그냥’ 많이 다르다는 것도 그렇고, 드럼은 물론 베이스까지 모두 머신으로 때우고 있다는 것도 그렇다. 그러면서도 라인업에는 베이스와 드럼을 번듯하게 포함시켜 놓고 있는만큼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본전 생각날 구석이 참 많다.

이렇게 얘기하고 보니 좋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데, 그래도 Les Dougan의 보컬은 확실히 호소력이 있다는 건 이 앨범부터도 명확했고, ‘Company of Wolves’나 ‘Solstice’ 같은 곡들은 구성이나 멜로디나 Marillion의 초기를 생각나게 하는 구석이 확실히 있다. 물론 솔직히 Marillion보다는 좀 더 거칠고(무려 metal-archives에 있는 앨범임), 좀 많이 다운그레이드지만 그래도 이런 음악이 있었기 때문에 Arena 같은 밴드도 튀어나올 수 있었던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말하고 보니 맘에 드는 곡은 전부 원래 12인치에 없었던 곡들이다. 덕분에 이 밴드를 말아먹은 건 작곡이나 연주 그런 게 아니라 사실은 밴드 본인들의 선곡 센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한다. 그런만큼 B-Sides가 되게 궁금한 밴드이기도 하다. 물론 안 나올거다.

[Self-financed,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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