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내가 소장한 앨범들 가운데 희귀도만 따진다면 가장 희귀한 축에 속하지 않을까 싶은(허나 수요는 거의 없다시피한 것으로 보이므로 큰 의미는 없음)밴드의 네 번째 데모로 예상되는 앨범. 예상한다고 써두는 이유는 이 앨범에 대한 거의 없는 인터넷상의 언급마다 하는 얘기가 다 다르기 때문이다. 2003-2004년경에 거의 매년 10장 이상을 내는 비상식적인 행보를 보여준 밴드인지라 뭐가 먼저 나오고 나중에 나왔는지 밴드 본인들도 잘 모를 것 같긴 하다. 하긴 그쯤 되니까 대체 어떻게 알고 올렸나 싶은 괴이한 밴드들도 올라오는 metal-archives에 이 밴드는 없겠지. 해서 이 밴드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는 건 핀란드 출신이라는 점 말고는 특별한 게 별로 없다.
음악은 커버가 말해주듯이 ‘구리구리한’ 류의 블랙메탈이지만, 이 밴드의 특징을 굳이 찾는다면 보컬인 Lord Weird(이름은 또 왜 이렇게 지었냐)의 목소리가 가명과는 달리 꽤 괜찮다는 것과, 드럼 루핑 소리가 좀 거슬리지만 어쨌든 안정적인 리듬 파트 위에 로블랙 연주와 인더스트리얼 연주(와 약간의 일렉트로닉스)를 얹어낸다는 점이다. 2003년에 냈던 데모들에 비해서는 이 데모가 좀 더 인더스트리얼의 면모가 강한 편이다. 과장 좀 섞으면 MZ. 412 같은 프로젝트 생각이 날 정도인데, 물론 수준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므로 기대는 많이 버려둘 필요가 있다. 그래도 가장 속시원하게 달려주는 스타일인 ‘Hail the Goat!’가 기억에 남는 편이다. 그렇지만 이 정도 곡을 듣자고 굳이 40장 한정 테이프를 구할 사람은 아마 별로 없겠거니 싶다. 하긴 밴드도 그걸 아니까 40장만 찍은 거려나?
[Self-financed,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