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미국 블랙메탈을 생각하면 사실 그리 좋은 기억이 별로 없는데 이유를 굳이 찾는다면 첫째로는 암만 용쓰더라도 그 시절 북유럽의 기린아들을 따라잡긴 쉽지 않았다는 점이 있겠고, 둘째로는 미국의 밴드들은 비슷한 시기의 유럽의 밴드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데스메탈과의 구별이 조금은 모호한 음악을 했다…는 점이 있겠다(후자는 물론 사견에 가깝다). Usurper도 후자처럼 ‘모호한’ 스탠스를 취한 부류에 속하던 밴드인데, 그래도 개성을 찾는다면 이들이 참고한 데스메탈이 플로리다 데스가 아니라 Celtic Frost 류의 음악이었다는 것이다. 하긴 블랙메탈을 의식한 음악을 하면서 Celtic Frost를 참고하지 않은 밴드가 있기는 할까 싶지만 그만큼 유럽적인 구석이 있는 사운드를 시도한 밴드였다는 말을 하려는 게 이 서두의 의도였으니 이 얘기는 이쯤에서 넘어가기로 한다. 각설하고.
이 14년만의 재결성작도 기존의 스타일과 사실 차이는 거의 없다. 굳이 집어낸다면 예전보다는 Celtic Frost보다 ‘전형적인’ 류의 블랙스래쉬를 의식한 듯한 펑크 연주나 슬럿지풍의 연주가 많아졌다는 점인데, 둘 다 원래 이 밴드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은 아닌 만큼 극적인 변화라고 하기는 좀 어렵겠다. 다만 종전보다 좀 더 스타일의 진폭은 넓어졌다는 느낌이 있는데, 극적인 맛으로 승부하는 밴드는 아니지만 곡이 좀 더 드라마틱해진 부분이 있다. ‘Gargoyle’의 댄서블한 비트나 ‘Beyond the Walls of Ice’의 슬럿지 리프는 한 앨범에서 담아내기엔 쉽지 않은 모습들이지만, 적어도 이 앨범에서 그리 어색하지는 않다. 하긴 Rick Scythe는 이미 “Necronemesis”에서 충분히 그루브한 리프를 연주했으니 연습은 충분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무난하면서도 확실히 반가운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14년의 값은 확실히 하는 편.
[Soulseller,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