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명 센스를 봐서는 블랙메탈을 듣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뮤지션을 빙자한 개그맨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싶지만 알고 보면 Tristitia와 Pagan Rites, Autopsy Torment 등을 통해 ‘나름 폭넓은’ 활동을 보여줬던 Thomas Karlsson의 그 솔로 프로젝트…의 데뷔작. 그렇지만 앨범 제목이나 곡명들도 그렇고 개그감은 충분하므로 어쨌든 개그맨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은 없어 보이기도 한다. 물론 ‘뮤지션을 빙자한’ 부분은 Devil Lee Rot에는 해당이 없다. David Lee Roth 기믹으로 밀고 나가다보니 이렇게 되긴 했지만 사실 기존의 활동들도 그렇고 음악은 충분히 훌륭하다. 오히려 개그 기믹이 아니었다면 좀 더 인정받았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음악은 Van Halen식 하드록과는 별 상관이 없다. NWOBHM의 기운이 감도는 ‘전형적인’ 스타일의 리프와 함께하는 헤비메탈이지만 보컬은 블랙메탈식 래스핑이므로 보통 ‘blackend heavy metal’ 식으로 불러주는 모양이지만, 의외로 기타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있고 베이스가 곡의 흐름을 주도하는 스타일이다. 뭐 그렇지만 베이스 연주가 화려하거나 한 건 아니고, 전체적으로 심플하게 ‘지르는’ 스타일의 리프이다보니 꽤 명확하게 들리는 베이스 리듬이 오히려 리프를 역동적으로 만들어 준다는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사실 그런 면에서 초기 Iron Maiden을 떠올릴 법한 밴드의 이후 앨범들과는 좀 구분되는데, Iron Maiden도 처음부터 베이스가 기타마냥 솔로로 나서는 밴드는 아니었으므로 전혀 이해 못 할 일은 아닐지도. 화려한 솔로잉 등도 없고, 전개가 이렇다보니 전반적으로 미드템포의 여유 있는 진행을 보여주는 앨범인지라 아무래도 Countess식의 ‘구수한’ 스타일의 블랙메탈에 익숙한 이들에게 알맞을 것이다.

[City of the Dead,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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